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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학교는
브리타 테켄트럽 지음,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20년 11월
평점 :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학업과 교육에 엄청난 희생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대한민국의 학교와 학생들이 2020년 겪어낸 상황들을 되돌아보며 뉴노멀에 어울리는 교육환경을 고민해보며 가족들 모두 함께 읽어 보시는 것도 좋겠다.
학교에 못 가게 되니 학교란 단순히 학습만을 위한 곳이 아니었다는 것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하게 된 기분이다. 온라인 수업을 듣다가 함께 듣는 아이의 말에 까르륵 웃는 아이의 등이 눈에 시려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갈 수 있게 된 날, “엄청 재밌었어요!”라고 외치는 아이에게 무슨 신나는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그냥 학교 가서 다 같이 시간 보낸 게 재밌었어요!”라고 한다.
어른들이 고심하고 마련한 학교 프로그램이나 교육정책보다 아이들은 서로를 보며 배우고 성장하는 면이 더 많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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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르그만 초등학교 6학년이야.
내 생각에 우리 학교는 아주 평범해.
엄청 좋지도, 그렇다고 엄청 나쁘지도 않은…… 그냥 어중간한 학교라는 말이야…….
물론 고치자고 들면 고칠 건 아주 많아.
학교가 좋은지 나쁜지는, 시설의 문제가 아니야.
좋은 학교라는 건 선생님들, 학생들, 친구들, 부모님들 그리고 교장 선생님 등 학교 구성원들이 어떠냐에 달려 있지.
학생들은 저마다 다 달라.
그래서 학교는 다양함으로 넘쳐나지.
내 생각에 학교는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은 것 같아.
하지만 제각각 다른 아이들이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야.
서로에게 아주 많이 너그러워야 가능하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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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의 세상이 정의롭고 공평하지만은 않은 것처럼 학교 안 세상 역시 행복한 아이들이 자유롭게 꿈꾸는 장소인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최대한 가감 없이 학교의 현실을 동화라는 형식으로 순화하지도 않고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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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면 우린 뭐가 될까, 아니 혹시라도 졸업을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46
비슷한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는 아마 굉장히 많았을 것이고 많을 것이다. 이 책이 특별한 점들 중 하나는 바로 이 그림들이다. 일러스트라는 것은 알지만 생생하게 전해지는 표정들은 대화체의 글들이 전하는 고민과 일상과 생각을 더욱 증폭시킨다. 힘찬 느낌, 단단한 주장에 어울리는 것이 판화기법이라 생각했는데, 아주 다채롭고 섬세한 감정들이 이 아름다운 판화를 통해 더할 나위 없이 잘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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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현실적이라서 오히려 현실적인 희망과 격려를 상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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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학교 구석구석까지 찾아본 것처럼 펼쳐진다. 아주 특별한 학창시절을 보낸 이가 아니라면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 유사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은 대답 없이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너희 학교는 어떠니?”
얼마 못 다닌 학교가 마치면 매번 아이들에게 오늘은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냐고 물었다. 방학이라는 긴 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그날의 학교 말고 ‘학교란 어떤 곳인지, 어땠으면 좋겠는지’ 그런 질문으로 더 오래 얘기를 나눠볼 수도 있겠다.
행정당국과 학교는 아이들이 행복하고 자유롭게 잘 성장하도록 안전한 경계를 마련해주는데 더 철저하고 세심하게 주의하고 관리해 주기를 무엇보다 바란다. 내부의 폭력과 학대 역시 뜻 그대로 ‘근절’되고 ‘재발’ 되지 않아야 한다.
아이들은 서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짝이는 순간들도 힘겨워 하는 순간들도 잘 살펴보고 필요한 도움과 격려와 가르침을 주는 곳이 우리 모두의 학교라면 좋겠다. 그리고 아동교육정책이니 부디 아동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는 통로가 열리길 바란다.
자주 오해하는 부분들 중 하나인데, 학생들은 학교의 구성품들 중 하나가 아니며 교육의 대상도 아니다. 그들은 교육의 주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