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이런 맛 고래책빵 동시집 14
윤영숙 지음, 윤지경 그림 / 고래책빵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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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좋은 동시집, 14번째 책이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시인인 윤영숙 저자는 2020년을 어떻게 보내셨을까 싶은데,

70여 편의 동시를 책으로 펴내신 것을 보니

이 핑계 저 핑계 불만들로 겨우 일상을 넘기는 일은 나만 그런가 싶다.

 

아이들의 기쁨을 시로 표현하신 작가와

기쁨의 몸짓과 표정들을 그림으로 만들어주신 두 분의 작품이 참 아름답고 예쁘다.

표지를 한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기뻐지는데,

이 귀여운 녀석들이 살아 갈 세상이 흐릿해서 온전히 행복하지만은 않구나.



책 속의 아이들은 여전히 안전하고 건강하고 반짝반짝 웃고 있다.

마음 가득 곱고 예쁜 생각들이 부드럽게 퍼져있다.

 

무엇보다 소리 내서 읽으면 어쩔 수 없이 웃게 되는 힘을 가졌다.

남에게 들려주면 더 재미있다.

 

핑계

 

국어책 안 가지고 왔네.”

엄마가 안 넣어 주셨어요.”

 

필통에 연필이 없네.”

엄마가 안 넣어 주셨어요.”

 

머리 안 빗고 왔네.”

엄마가 안 빗겨 주셨어요.”

 

우리 선생님

부글부글 한 마디

 

엄마가 우리 반 학생인가요?”

 

뭘 그렇게까지 하실까?

안 가지고 올 수도 있지.”


과거 한 때 시를 썼던 큰 꼬맹이에게 은근히 또 써볼래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묻곤 하지만,

이젠 그만 포기해야할 때인 듯.

 

이번 동시집은 쪼꼬맹이작은 꼬맹이와 깔깔 거리며 읽었다.

역시 아이들이 낭독하는 동시는 이해하고 전달하는 감수성이 다르다.

나는 답안지를 맞추는 기분으로 짐작할 뿐인데!

 

이럴 수가

 

양말 뒤집어 벗어 던지면

어쩜 제 아빠 하는대로

내가 못 살아.”

 

콧구멍 코딱지 후벼 파도

어쩜 제 아빠 그대로네

애고 더러워.”

 

머리 감다 흘린 비눗물 자국

어쩜 제 아빠 똑같네

거울 좀 봐라.”

 

드르릉 낮잠 코골이

어쩜 제 아빠 코골이까지

그만 좀 해라.”

 

나는 왜 아빠만

쏙 빼닮았을까

 

똑똑한 엄마

왜 안 닮은 거야

 

주말도 연휴도 연말연시도 막 기쁘고 즐겁지 않으시지요.

크게 웃을 일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쉽지 않으시지요.


혹시 기회가 있으면 동시를 소리 내어 낭독하고 들려줘 보세요.

어쩔 수 없이 웃게 되고 맙니다!^^

 

그래도 주말!

모두들 꼭 기쁜 일 맛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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