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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해결사 3 - 붉은 눈의 우등생들 ㅣ 마시멜로 픽션
강민정 지음, 김래현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겨울방학 대비 독서 목록에 큰 도움을 주는 비룡소 책들 중 <환상해결사3>. 아이들이 1과 2를 재밌게 읽었으니 불안감 없이 맘 편히 추천 가능하다. 나로서는 도깨비, 늑대인간, 달걀귀신보다 학교 폭력, 유기견, 인터넷 방송의 유해성이 비교 불가하게 더 무시무시하고 심각한 문제라서, 그냥 온 가족이 다 같이 읽고 다 같이 불안하고 다 같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교육을 막 권장하거나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학교 교육에서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것에 아이가 진지한 관심을 보인다면, 꼭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 어른의 원칙을 높이 세워 거절하는 것은 옳은 결정만은 아닐 것이다. 변명이 맞기도 하지만…… 어쨌든 각자 취향이 확연히 다른 아이들이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을 골라 다닐 수 있었던, 생각해보면 그리 멀지도 않은 시절이 지금은 참 아쉽다.
어른이든 아이든 집 안에서 명상만 하고 살 수도 없고……. 제대로 다니지도 못하고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도 눈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한 일 년이지만 방학을 맞았으니 신나게 놀고 싶기도 할 것이다. 현재로선 방법이 안 보이는 난제이다. 그러니 답답한 마음에 책 모으기를 더 정신없이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이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국내 유일 걸스 픽션 공모전 수상작 다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공부 특훈도 마다않고 사건 해결을 위해 잠입 수사에 들어간다니 엄청 귀엽고 흥미진진하다. 사건을 한층 더 쫄깃하게 해줄 악당 블랙펄의 새가온이 감사하게도 멋지게 등장해서 악행을 마구 펼치니 우리 편은 맘 놓고 활개를 치며 신나게 나설 수 있다.
이 악당들아, 꼼짝 마라! 우리 환상 해결사 콤비가 가만두지 않겠다!
나도 살면서 이런 얘기 한번 해봤으면 완전 속 시원하겠네, 싶어 속으로 엄청 부러웠다.
현실에서는 성적 조작이 발생하고 이야기 속에선 악당이 계약의 대가로 주술을 건다.
주술과 계약, 자신과 인생에 대한 깨달음, 마음의 변화, 우선순위의 재배치. 물 흐르듯 이렇게 이야기 속 아이들의 삶은 정렬도 배열도 유연하다. 아이들 역시 힘든 일, 고민되는 일, 울음이 터지는 일이 잔뜩 있겠지만, 마음이 바뀌었다고 현실을 따라 바꾸기가 다시 태어나는 것만큼 어려운 나이인지라 이 가능성만으로도 부럽다.
마치 정확하지도 주요하지도 않은 지식 정보들을 외우느라, 성장 시기에 자유롭지도 행복하지도 못하고 학업과 성적에 대한 고민으로 아파하고 세상을 떠나기도 하는 수험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가능성 또한 사라지지 않은 그 연령을 무한히 부러워하는 마음처럼.
엄청 마음에 드는 그리운 느낌이 화악 느껴지는 차례
규리와 겨울이의 바람처럼 현실의 아이들도,
성적보다 더 소중한 것을 하나씩은 찾아서 가지고 있기를,
자신에게 덜 엄격해 지기를,
당당하게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더 많기를,
그래서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초등 5~6학년 여학생 101명의 철저한 심사를 거쳐 엄선된 작품이라고 한다. 나는 이제 이 심사 방식을 신뢰한다.
와, 방학이다! 라고 소리 질러도 내가 느꼈던 해방감과 기대감은 없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방학이 시작되면 행복한 일들이 모두에게 선물처럼 찾아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