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동영상 스토리콜렉터 90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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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사랑법 A killer's mind]을 읽고 무시무시하지만 후속 시리즈를 읽게 될 거라 생각했다10개월 만에 두 번째 [살인자의 동영상 In the darkness]이 출간되었다원제보다 번역본 제목이 매번 더 섬뜩하다.

 

그들이 늘 프로파일링하는 부류의 인간들 중 누군가가 내 가적을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걸 안다면……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종양 전문의가 자기 자식에게 뇌종양의 징후를 발견한다면 그런 기분일까

그 증상들이 잠재적으로 어떤 의미일지 너무 잘 아는 심정.

 

아무래도 시리즈물이니 첫 작품을 먼저 읽어야 주요 캐릭터들 범죄심리학자인 조이 벤틀리와 파트너이자 FBI 요원인 테이텀 그레이 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두께가 있지만 휘리릭 잘 읽히는 무시무시한 심리 스릴러이다전형적으로 끔찍한 싸이코패스가 나오는데대결 구도의 캐릭터들이 아주 매력적이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구성이 몰입도 최상이고 군더더기가 너무 없다 싶게 깔끔하고 유머코드도 나는 좋았다.

  

2편은 원제와 번역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끔찍한 설정이 벌써 보인다살아 있는 여성을 상자에 넣어 땅 속에 파묻고 동영상 촬영까지 하는 싸이코패스바로 오소소 소름이 끼친다물론 나는 오머의 소설이 마냥 잔인하고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심리스릴러 미스터리로서의 감탄할 만한 완성도와 다른 재미들도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차분히 읽어 나갈 수 있었다그런데!

 

너무 무섭다.......

 

압도적인 시각 영상을 보는 듯한 설정들을 풀어 놓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문장들.

 

어디선가 짧은 온라인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평균 집중 시간이 37초라고 들은 적이 있다

술 취한 고양이영화 예고편그리고 포르노 영상이 남자의 경쟁자였다

속도가 핵심이다그게 남자가 그 통들을 준비한 이유였다.

 

동영상은 자신만을 위한 전리품으로 보관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 영상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뭔가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요.”

조이가 게시자의 아이디 슈뢰딩거를 가리켰다.

자세히는 모르지만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상자에 고양이를 가두는 실험이니까요.”

그리고 고양이는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모르고요그러니까 양쪽 다일 수 있죠.”

 

물리학을 전공하고 여전히 좋아하는 입장에서아무리 양자역학을 제일 덜 좋아했다고 해도슈뢰딩거의 실험을 살인영상 자막으로 사용하다니화가 난다고양이든 인간이든 이럼 죽었을까 살았을까하며 실험에 사용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당시 수업 중에도 상자 속에 갇힌 고양이가 생존과 사망 여부를 확률로 계산하는 개념 자체가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양자역학에 대해 아직도 덜 반갑고 떨떠름한 기분이 남았는지도그리고 범인아그럼 네가 슈뢰딩거라는 거냐…….

 

사람들은 두 슈뢰딩거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하나는 과학자다른 하나는 살인범.

범인은 자신이 원하던 걸 얻었다바로 명성을.

 

소설 속 실험은 소재만 차용했지 그 잔인함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연쇄살인을 다루는 이야기이고실험1이 의미하는 바를 충분히 짐작하지만, 19세 니콜이 혹시나 살아 있을 가능성을 마지막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 문구가 나올 때마다 정말 무섭다사생활을 전시하는 오늘날의 SNS 현상에 대해 갖가지 생각이 든다물론 피해자들의 잘못이라고 여기는 마음은 전혀 없다온라인을 사냥터로 여기는 범죄자들의 존재가 무시무시할 뿐이다변명거리를 찾아 줄 의사는 전혀 없지만 어서 빨리 범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어 치우고 싶었다.  


숨 막히는 순간들이 반복되는 긴장이 이어지다 작가가 영리하게 마련해둔 숨 돌릴 장면들을 불쑥 만나게 된다. 역할을 100% 감당할 만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반갑고 감탄스럽다.  심장마비 경험이 있는 87세 마빈은 데이텀의 조부로 스카이다이빙 강습을 받기 위해 보험회사와 실랑이 중이다.ㅎㅎㅎ 마빈이 연쇄살인범을 신나게 혼쭐을 내주면 스릴러 미스터리가 싱겁게 갑자기 끝나도 기분이 나쁠 것 같지가 않다.  그리고 포스터 형사범죄에 대한 날카로운 감과 해결 능력이 탁월할 듯해 마구 기대하고 의지하고 싶어지는 캐릭터이다. 점잖으신 분일 줄 알았는데, 돌연 역겨운 개자식의 범행!”이란 발언으로 잠시 속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남자는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준비된 남자.

허술한 구석은 털끝만치도 없는 남자뭐든 운에 맡기고 대충 넘기는 일이 절대로 없는 남자.

 

스릴러 장치들은 현실적일수록 더 무시무시한데납치가 집 앞에서 일어났다는 조사 결과 역시 그렇다모든 긴장이 풀리고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낄 장소에서……그래서 범인이 더 악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계획범죄의 표적이 되면 사실 어느 누구인들 예방이 가능할까……끔찍할 뿐이다

 

상처 입은 짐승은 더 잃을 게 없다.

잃을 게 없는 짐승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예측할 수 없다.

그건 위험을 뜻했다.

 

뉴스보도가 아니라 책으로 읽은 사건은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잠시 나마 이루어져서인지 불행을 목격하는 일이 심정적으로 더 힘이 든다새삼스럽지만 이런 강력범죄를 반복해서 마주하고 해결해야하는 직업군은 어떻게 견디나 싶다.

 

1편처럼 몰입감에서는 최강이라고 느끼는 오머의 소설스트레스가 가득한 복잡하고 무거운 머리로도 잘 읽을 수 있었다뭔가 조금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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