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 - 천체물리학자의 우주, 종교, 철학, 삶에 대한 101개의 대답들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배지은 옮김 / 반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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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이란 문구가 눈과 머리에 각인되고 여전히 의미를 두는 이라면 우주에서 가장 멋진 큰 분류 체계인 에토스코스모스카이로스파토스의 푸른 내지에도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나는 가끔 나사에 들러 지구 잘 떠있나그저 이런 이유로 실시간 지구 영상을 보곤 한다젊어서 감수성이 더 보들보들할 적엔 더 이상 창백하지도 푸르지도 않은 지구를 우주 공간에서 만나 악몽을 꾼 듯 깨어난 적도 있다지구가 더 이상 창백하지도 푸르지도 않게 된다면 인류는 멸절된 상태이다.




우주와 소통하려는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코스모스]에 반하고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많은 이들이 자주 나누던 대화 주제에는 왜 유니버스가 아니라 코스모스라고 우주를 칭했는지가 있다타이슨은 코스모스 이후의 인류의 진화와 자신의 영민함을 한 번에 느껴보라는 듯 이 수준을 넘어 내게는 우주적인 사건처럼 느껴지는 분류 체계를 구성하였다.


고대그리스철학과 인문학의 주제로 다루어져오던 이 개념어들 - 에토스코스모스카이로스파토스 을 천문학자가 자신의 책에 배열한 것이 멋져서 마음이 사르르 떨린다철학적 주제들이라고 여겨진 존재와 기원에 관한 질문들을 천문학과 우주론을 배우고서야 답을 들을 수 있었던 그 전환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기부하지 않을 단 한 권의 책만 남기라면 언제나 나의 유일한 선택일 [코스모스]개정판들이 출간되었고 올 해는 무려 앤 드류얀의 [코스모스후속작이 [코스모스]란 이름으로 출간번역되었으며앤은 2020년 1월 1일에 한국 독자에게 특별히 서문 편지를 남겼다.



영국 유학 중에 나사에서 화성탐사연구를 하다 은퇴한 지도 교수의 초청으로 칼 세이건의 동반자앤 드루얀을 만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학창 시절 연예인도 선생님도 좋아해본 적이 없는데 그 날은 팬클럽 회원처럼 발바닥까지 떨렸다조용히 앤의 이야기만 듣고 싶어서 끼어드는 모든 목소리들이 거슬렸다멍청한 질문을 하나 한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그때도 내 아이디는 재활용된 별먼지(RecycledStardust)’였고실재 우주로부터 그리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로부터 받은 만족스러운 유산이기도 하다.




우주를 깊이 있고 우아하고 아름답게 이해하고 대화하다 너무나 일찍 우주로 돌아간 칼 세이건의 빈자리를 앤 드루얀과 더불어 닐 타이슨이 외롭지도 아쉽지도 않게 함께 해준다고 느낀다애정이 지나쳐서 그 옛날 동영상을 나는 여전히 보곤 하지만언젠가 가족들이 사람 얼굴도 안 보이는 영상을 뭘 보고 있는 거냐고 제 정신인지 약간 의심하는 듯했음 하는 질문에자료의 수명은 추억이 재생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단 판단이 비로소 들었다.

 

타이슨의 강의와 글은 무척 재미있고 다정하다위트와 재치가 발군인 흔히 만날 수 있는 천문학자는 아니다특히나 [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는 그 중에서도 쉽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에피타이저들만 모아 들려주는 사랑스러운 책이다독서 가능 연령을 나는 글을 누구나로 소개하고 싶다몇 번이고 크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우울한 일상에 반가운 위로로 치료로 활용될 수도 있다.

 

특히 평행우주에 관해 질문에 타이슨이 답하는 방식은 재밌고 멋지고 최선이다. 혹 어떤 독자는 사람 무시하는거냐, 비웃는거냐, 똑똑하게 욕하는거냐 등등 불편할 지도 모르겠지만, 확인 가능한 물증이 있어야 이론이 가능하다고 사고하는 과학자의 입장을 먼저 충분히 이해해 준다면 이 대답이 얼마나 충실하고 성실한 대답인지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야기를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정신의학적 상태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습니다어떤 유명한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미쳤다고 할 만한 상태였는걸요중요한 건 실험이지 목격 진술이 아니니까요.

그동안 우리는 과학적 방법과 도구를 통해 일부 철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현실이 우리의 인지와는 무관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예를 들면 누가 어떤 도구를 사용해 실험하고 측정하는지와는 상관없이또 당신이 믿거나 말거나 상관없이중력법칙은 매 순간 존재하며 작용합니다.

중략.

그러므로 만일 당신이 환각이 아니니 진짜 평행우주를 본 것이라며 당신이 본 것은 당신과는 무관하게 존재하고 주위 사람들도 이를 관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당신에게는 이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가 충분히 없다는 것이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실험을 꼭 수행해보세요.

그것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까?

그것이 거울에 비칩니까?

그것이 지문을 남깁니까?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보거나 그것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까?

냄새가 있습니까?

소리가 있습니까등등.

중략.

아무튼 다음에는 꼭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세요그물도 좋고요.

- 닐 디그래스 타이슨 올림

 

평행우주를 포함해서 특별한 주장들(Extraordinary Claims)로 분류된 질문들은 군말할 것 없이 특히 더 특별하다편지 제목들만 봐도 막강하다이티 집에 전화해, UFO 목격세상의 종말염력 이동그리고 빅풋!

 

중략.

그런 목격들이 어쩌면 모두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실체가 없는 한또는 인간의 의식 이외의 다른 확고한 증거가 있지 않는 한그런 주장은 연구자들에게는 쓸모가 없습니다참고로 쓸모가 없다는 것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누군가 DNA를 추출할 수 있는 생물학적 조직을 보여줄 때까지(빅풋의 대변도 좋은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생물학자가 그 주장에 대하여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는 뜻이죠.

만일 아직 발견되지 않은키가 2.4미터쯤 되는 선사시대의 유인원이 태평양 북서쪽 연안을 뛰어다니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직접 탐험을 나가 찾아보셔야 합니다죽일 필요까지는 없고요그냥 한 마리만 잡아 오세요.

그렇게 쓸모 있는 증거를 찾는 데 노력을 쏟는 것이 당신이 진실이라 믿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믿도록 설득하는 노력보다 훨씬 더 값질 것입니다.

- 

 

마치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주장들이 그의 앞으로 정성스러운 편지의 형식으로 날아드는 것 같다한편으론 과학과 과학자를 이런 의문을 물어볼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는 점과 물어볼 상대가 있다는 점그리고 무엇보다 질문보다 몇 배나 적어도 분량 면에서는 더 정성스럽게 답해주는 과학자가 있다는 점이 몹시 부럽다이 감정은 거의 질투에 가깝다.

 

성급하게 다음 출간 소식을 바라는 마음으로 희망하는 것은다음 책은 말하자면 레벨 2로 살짝 등급을 올려서 여전히 재미있으나 좀 더 깊이 있고 전문성도 가끔 뽐내는 더 풍부한 천문학적 내용들도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빨리 읽게 되는 건 너무 아쉽습니다.


예전 Cosmology 수업을 듣다가 학생 한 명이 질문을 했다. 우주론 수업을 낮에 하는게 맞는 거냐고. 밤 시간대로 수업 시간을 옮기는건 어떠냐고. 정형화된 군대 조직같은 학교를 다닌 나로서는 화들짝 놀랄 제안이었는데, 담당 교수가 정말 흔쾌히, 네 말이 맞다!하고 시간을 변경했다. 쏟아질 듯한 풍경을 지나 손을 뻗으면 정말로 닿을 듯이 느껴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론 수업이 진행되었다. 아직도 마치 우주를 그제야 처음 바라본 듯 홀려서 무심히 손을 뻗었던 그때의 내가 기억난다. 



계속 하늘을 올려다 보세요.



https://www.nasa.gov/content/goddard/what-did-hubble-see-on-your-birthday 

나사는 30주년 기념으로 자신의 생일에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우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 웹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자신의 생일을 선택하면 그 날짜에 허블이 찍은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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