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쌘 담비야 물들숲 그림책 16
최태영 지음, 심재원 그림, 김나현 기획 / 비룡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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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담비를 직접 관찰한 적이 있나요



이름은 익숙하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물이라는 점에서담비란 야생으로 살아가는 구나라는 사실적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습니다한 때 등산은 좋아했지만한국은 설악산이 유네스코에서 탈락할 정도로 야생동물이 수나 종류에서 아주 적은 상황인지라매번 다른 산을 가도 볼 수 있는 동물들은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그 중에 담비는 없었습니다못 보고 모르니 관심도 없어서 찾아볼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 책에 관심이 간 이유는 담비란 동물에 대해 백지처럼 무지한 상태에서 온 호기심도 있고학창 시절생태도서를 읽고 강연을 들으며 배우고 도움 받은 최재천 교수가 추천하셨다는 점 때문이기도 했습니다비룡소의 책들을 읽고 감탄하는 때가 많지만물들숲 그림책 시리즈는 참 아름다운 생태 그림책 꾸러미입니다읽어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예술품처럼 태어난 이 도서의 탄생 과정 또한 충격적으로 감탄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국립생태원 최태영 박사는 무려 10여 년 동안 담비를 연구하고 몰랐던 사실들을 밝혀 담비 관찰 일기를 작성했다고 합니다그리고 아이들에게 연구 결과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고자 그림책으로 재구성하였다고 합니다10여 년이 걸려 이 그림책의 스토리가 다듬어졌습니다ㅠㅠ

 

그리고 그림을 담당하신 심재원 화가점묘화와 세밀화로만 완성한 듯한 분위기와 느낌의 사실적인 묘사가 한 장씩 넘기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정성스럽습니다사진과 자료를 보고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숲으로 동물원으로 직접 취재를 다니며 5년 만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5! 상수리나무 위에서 구도 잡고 기다려서 자는 담비 그리기움직이는 동작 하나를 그리기 위해 며칠을 반복해서 보기……ㅠㅠ




낯선 상대를 만나면 생김새를 관찰하기 마련입니다저는 부록을 펼쳐 몸의 생김새발바닥의 특징암컷과 수컷의 구별수명발자국배설물거주지와 먹이 등의 생태 정보를 먼저 천천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13년 경북 영덕의 한 집에서 담비가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을 본 실화이 세 가지 요소들이 모여 이 그림책이 태어났습니다이렇게 저는 내용을 읽기 전에 이미 엄청 감동을 받아 마음이 먹먹했습니다묵묵한 성실함은 왜 이리 감동적일까요한 사람의 10여 년이다른 이의 5년간의 삶이 담긴 이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선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아주 어릴 적아버지 본가인 집성촌 한옥을 방문해서 자던 밤이면한지가 발린 문에 어른거리는 그림자가 뭐냐고 묻는 제게 조모님께서 앞산의 늑대가 마실 나올 시간이다네가 잠들지 않으면 늑대가 방문 앞에서 떠나지 않을 거다.” 란 협박(?)을 듣기도 했습니다


광에 따라 들어갔다 쌀가마니 위에 몸을 말고 편안히 앉아 있는 구렁이를 만나기도 했습니다제 걱정은 안 하시고 잘 아는 얼굴인 듯집지킴이다놀래지 말고 조용히 나가거라.”  이렇게 구렁이 걱정을 더하는 듯한 말씀으로 저를 서운하게도 하셨습니다.

 

일가친지 분들에게서는 더 오래 전 밤에 귀가하다 눈이 화등잔만한 호랑이를 만난 이야기그 호랑이에게 무려 호통을 친 이야기만주연해주로 끌려가셨던 분들이 밤에 횃불을 붙여 들고 말을 달려가면늑대들이 따라와 말을 노렸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모두 잊어버리고 살다 이 책을 만나 하나씩 다시 떠올려 보았습니다문득 소천하신 분들의 육성이 그리워 눈물이 차오릅니다.

 

2020년 통계로 77억 9,479만 8,729명에 이른 인간은 지구를 차지하고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거나 불필요하거나 불쾌하거나 해롭다고 판단한 수많은 다른 종들을 멸종시키고 소와 돼지와 닭을 역사상 최대 개체수로 늘려 매일 먹어치우고 있습니다인류세라 불리는 시기의 대표 화석은 250억이 넘는 닭 뼈가 될 거라고 합니다그래서인지 많은 다른 동물들은 현실에서만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도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그 흐름 속에서 어떻게 이런 책이 탄생했나 싶어 여러 생각과 감정이 듭니다




야생동물이지만 귀여운 이름을 얻고 드물게 인간들에게 호감을 사서 해코지 당하지 않는 특별한 동물담비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접할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그림책이라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생태적 사실은 이야기 속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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