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가난 - 아프리카는 왜 아직 가난한가?
윤영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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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아프리카란 첫 인류의 탄생지니 인류 모두의 고향이라는 단순한 개념적 의미와오랜 세월 소위 백인국가들에게 수탈당하고 여전히 이용당해서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더할 수 없이 복잡하고 빈부격차는 지옥과 같다는 정보로 존재하는 곳이었다지인들이 해비타트 운동이나 상수도를 설치하는 일에 관여하기도 해서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대책 없는 그런 이미지로도 존재했다.




실제 방문한 경험은 단 한 번이다.2000년 대 초반 영국 유학 당시내 생일을 핑계로 친구들이 이집트를 다녀오자고 한 충동적인 제안을 했는데 그걸 덥석 받아들였다 별 생각이 없었다그저 우울하기 그지없는 겨울 영국만 아니라면 어디든 좋았던 듯준비 기간 중에 미리 이런저런 백신을 맞고 다소 위협적인 경고를 들어야했다이동하면서는 생각보다 유럽에서 엄청 가깝구나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며 도착했다그러나 생애 처음 방문한 이집트는 신비로운 피라미드와 신화들 대신 폐허와 최악의 모래바람으로 환영해줘서(?) 나는 튀어나오는 욕을 얼른 삼켜야했을 정도로 실망을 했다 이름다운 이집트 유적들은 모두 영국박물관에 전시 중피라미드가 실내장식이었다면 그것도 떼어다 놨을 거라고 영국식민주의자들에 분노했다.

 

저자의 대단한 이력에 합당하게 포괄적으로 조사되고 제기된 내용들이 가득하다전혀 몰랐던 내용들잘 몰랐던 내용들오해했던 내용들관심이 많이 가는 내용들이 골고루 있으니독자가 집중할 선택지는 아주 넓다고 본다나로서는 빈곤과 후원의 문제에 대해 오래 잘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 지점들이 있어서관련 내용을 열심히 찾아보았다아주 오랫동안 선의의 후원이라고는 하지만 그 후원 탓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돌려져야할 관심과 노력이 가려진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고당장의 도움은 늘 필요한 것이니 후원 역시 지속되어야만 한다는 의견도 듣는다얼마나 큰 스케일의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존재할 것이며매듭은 어떻게 풀어나갈지 나는 상상도 안 되지만저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열심히 읽어 보았다.



적어도 내가 이제껏 들었던 다른 어떤 논거보다도 충실한저자가 들려주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경험들은 귀중한 자료로서의 가치가 앞으로도 충분할거라 생각되어여전히 두서없이 떠오른 생각을 적는 순간에도 저자의 경험과 노력이 참 귀하고 존경스럽단 마음이 더 커진다관광지도 동정의 대상도 아닌 삶터로서의 아프리카에 대해 배우고 이해할 드문 기회이다적어도 내게는 처음 만난 기회이다.



TV를 틀면 아프리카 기부 캠페인을 흔히 볼 수 있다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병든 아이들의 영상과 함께 월 1만 원의 후원이 이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시청자의 동정심을 한껏 자극한다앞 다투어 후원의 손길을 보낸다저자의 질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돕겠다는 손길은 많은데 왜 아무도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는가그저 선한 동기로 내미는 도움의 손길이 아프리카의 가난을 해결하는 본질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1. 원조만 있고 개발은 없다

아프리카 대륙은 국제개발원조 수혜대상으로 부동의 1위다사하라이남 지역 정부수입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2018년의 경우 이 지역 원조액이 OECD를 통해 공식집계된 것만 5033000만 달러다같은 기간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액 3358000만 달러에 비해 월등히 많다저자는 아프리카 저개발 지속이 원조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원조 때문이라는 비판적 시간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2. 고개 드는 원조 무용론

잠비아 출신의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원조는 해악이라고 주장한다정부 주도의 현금성 공적원조는 부패할 수 밖에 없으며더 나아가 사회자본과 외국인 투자를 저해한다고 비판한다뉴욕대 윌리엄 이스털리 교수는 조금은 관대한 원조 무용론을 펼친다그는 서방 선진국들의 무능력을 비판한다현지 사정을 감안한 전략적 고려 없이 양적 투입애만 집착한다는 것이다그는 아프리카 원조를 두배 늘렸다고 G8 국가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것은 헐리우드 영화를 제작비로 평가하는 것과 같다고 일침을 가한다스코틀랜드 철학자 윌리엄 맥어스킬도 원조의 비효율적인 부분과 효율적인 부분을 냉정하게 분별해 효율적인 원조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원조로 인해 위축되는 개발의지

원조가 국내의 개발재원을 밀어내는 이른바 원조의 구축효과(crowding out effect)’도 문제로 지적된다원조액이 클수록 국내에서 거둬들이는 정부수입이 주는 경향을 보인다대외원조를 받게 되면 그만큼 정부가 세수확충 노력을 덜하게 된다는 것이다국내저축과 민간투자 등도 원조 증가에 반비례한다공여국마다 원조에 대한 비전과 목표전략이 제각각이다따라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 고려할 수 밖에 없으며결국 자국에 가장 이윤이 남는 쪽을 택하게 된다이런 복잡한 이해관계 틈바구니 속에서 공여를 받는 나라의 입장을 고려한 자발적 협력도 사실상 요원하다결국 원조를 받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수동적으로 현금성 원조를 수용할 것이 아니라명확한 국가개발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개발재원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4. 결국 정책 부재가 문제

대부분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카 현실에 대해 “This is Africa”라고 한탄한다아프리카의 부정적 행동양식을 태생적이고 불가변적인 것으로 비하하는 것이다하지만 저자는 아프리카의 빈곤은 정책실패의 결과이며정책의 실패는 지도자와 관료의 실패일 뿐 아프리카의 실패는 아니라고 강조한다그는 아프리카의 가난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가 아니다라면서 올바른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면 바로잡을 수 있는 불균형 상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그런 점에서 정치지도자와 관료들은 한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빈곤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며칠 힘을 내어 따라 읽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경제 에세이로서 내용 자체가 방대합니다그래도 전혀 몰랐던 것에 비해 윤곽은 조금 잡힙니다다른 분석 내용들과 함께 고려해볼 수 있게 되면 이해의 폭이 좀 더 넓어지겠지요정책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자로서는 이렇게 좋은 자료를 만나도 스스로 학습과 이해로 마무리되는 점이 자주 아쉽습니다.

 

지금은 코로나로 각자도생하는 세계가 된 듯하지만언젠가 저자의 바람과 희망처럼 한국과 아프리카가 상생의 경제협력을 탄탄하게 이루게 되면 좋겠습니다그렇게 되면 그때는 예전 무모한 여행처럼 과거로부터 남겨진 유적과 신화가 아니라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를 보고 싶어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기분으로 다시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그런 희망 속 상상을 품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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