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 사계절 중학년문고 36
우미옥 지음, 차상미 그림 / 사계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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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마치 옛 추억을 그리듯 안타깝고 서글픈 기분이 든다코로나 판데믹은 판데믹하게 일상의 근본을 바꾸어버렸다비대면 안부를 묻는 것으로 버틴 세월이 한 해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이제는 더 이상 마스크를 하고 사는 일이 그리 불편하지도 않다.

 

감상이란 어쩔 수 없이 독자 제각각이라지만 빛나는 아름다운 단편들의 얼개가관계가결말이 내게는 슬프게도 느슨하게 느껴져서 괜스레 마음까지 허전한 기분이다워낙 신나고 기쁜 소식이 귀해서일까마치 히어로승리불변권선징악보장 이야기들처럼 시원하고 선명한 내용들을 바라는 조바심이 커져 있나 보다아니면 역시나 아이들 이야기들이 가진 힘에 매번 휘둘려 철없이 바랄 것 아닐 것 구분 없이 기대와 욕심과 꿈이 자라나나 보다.

 

일상은 늘 소중했고 아이들의 웃음은 늘 귀중한 것이다.

 

작품들 속 아이들이 가진 고민들외로움그리움쓸쓸함두려움슬픔이 과정되게 안타까운 내 심정과는 별개로 작가는 차분하고도 설득력 있게 마치 해답을 스스로 제공한 아이들 당사자들의 진술처럼 그렇게 표현한다그에 내 호흡도 차차 맞춰가다보니 마음도 조금씩 가라앉는다감사한 일이다.



오늘도 내 안에 있는 이야기의 낚싯대를 드리우고” 이야기를 건져 올린다는 작가의 말처럼, <인형장례식>이란 작품 덕분에 내 안의 이야기 하나가 걸려 올라온다하늘색 담요와 라이너스 반 펠트하늘색 담요와 나. Blanket Syndrome은 의존증현상이다만화 '스누피'에서 담요를 끌고 다니는 라이더스가 담요가 없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것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어째서 내게 담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거야담요가 내 두려움과 좌절을 빨아들여주는 고마운 존재인 걸 모르겠어?”

다른 손자들은 아무도 담요 같은 거 갖고 놀지 않는다더라.”

그런 말 들으니 참 좋다고 전해 드려.”

 

언제 읽어도 솔직하고 호기로운 재미난 장면이다여전히 기분이 시원하고 좋다할머니가 커피를 32잔이나 마시는 거랑 자신이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담요를 찾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설명은 더할 나위 없이 명쾌하다.

 

누구나 두려운 것이 있고 누구나 그걸 억누를 수 있는 도움을 받을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데 왜 애착 담요만 문제 삼는 거지?

행복하기에도 모자란 하루에 왜 불안함을 더하려는 거지?

나에게 익숙한 모든 것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보라어떤 기분일지.

내 공간의 가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채워서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렇게 나는 라이너스인지 나인지도 모를 독백을 나누곤 했다지금도 기회가 생기면 더할 지도 모를 일이다이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도 꾸미지도 않고 잘 풀어 전달하는 능력아주 쉽게 공감하게 하는 힘을 갖춘 라이너스가 아주 오랫동안 부러웠다단행본도 애니메이션(옛 시절 무려 비디오테이프들!)들도 미국으로 가는 것도 아니었는데 어린 시절부터 유학 직전까지 수백 번 보았다.

 

대한민국을 적어도 순위에 있어서는 어정쩡한 상태에 만족하는 법이 없다. OECD 국가 중 아동 행복도 최하위……낮은 아동 행복도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성인들의 고단한 현실을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하다일부러 찾아보는 건 아니지만 이런 순위를 마주할 때면 대한민국사람들은 도대체 언제 행복해지나 싶다.

 

유래를 정확히 아는 이는 없는 듯했지만 한 때 회자되던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란 말은 그때도 지금도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임신출산양육보육교육 이 모든 단계마다 섬세하게 반영할 아동 정책과 시행 계획들이 줄기차게 필요하고 중앙 정부의 행정적 기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더구나 코로나 판데믹 시절을 살아가는 지금은 학교 가니 정말 재미있었어!”라고 활짝 웃는 특별히 재미난 것을 한 건 아니고 그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 것함께 공부하고 수다 떤 것선생님도 짝꿍도 눈만 기억나고 마스크 안의 얼굴이 기억이 잘 안 난 것 아이가 그저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으려면 온 세계가 전 지구가 필요하다,고 지금은 온전하게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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