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 개정판
이재호 지음 / CPN(씨피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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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빌리아 아저씨를 아주 우연한 기회에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순전히 형의 모자로 기인한 사건 때문이다.

 

세빌리아그놈은 크레이지야미친놈이란 뜻이야아니 그놈은 미쳤어그놈이 또 내 모자를 빼앗아갔어.”

 

그만해아멀쩡한 사람한테 왜 미친놈이라고 해네 눈으로 정확하게 본 것만 말해!”

 

세빌리아 아저씨그는 과연 누구이며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갔는가?

 

아저씨는 무슨 그림을 그리고 싶었을까?

 

1998년도에 처음 출간되었다가 2020년 개정판으로 출간된 책이라는데 그 소식은 모르고 처음 읽어 보았다어른 동화라는 부제가 있는 것이 생경하고 신기했는데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둑자인 어른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상기할 수 있도록 짜인 구성이다연령과 성장 환경에 따라 이 책의 내용들을 자신의 추억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이색적인 제목만큼 색다르게 느낄 이들도 있을 것이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분량이 다르면서도 쭉 이어지는 시간 배열을 가지고 있고어떤 에피소드는 자체로 흥미로운 단편으로 여겨질 수 있을 만큼 생생하고 극적이다저자는 출간 당시 현실 감각이 부족한 작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하는데나로서는 동의하기가 어렵다에세이라고 해도 동화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현실성과 재미난 이야기 짜임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나로서는 동감하거나 함께 추억할 소재들이 그리 많지 않지만동화라고 생각했을 때 그 부분이 꼭 아쉬울 것도 없다워낙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공간의 이동도 잦은 한국에서 살아와서 오히려 그 점이 잊히고 구전되는 옛 이야기를 오랜만에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문장 간의 연결이 단단하면서도 빠르고 상세하게 뒷받침되는 묘사도 흥미롭고 무척이나 솔직하게 아무 것도 치장하는 것 없이 드러나는 인물들 덕분에 자주 웃었다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살다 어느 순간 마음을 울리는 깨달음과 감동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점도 마음에 든다.

 

저자는 이런 시절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토록 실감나게 기억하고 집필하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 조부모님들의 대하소설 같던 이야기들을 녹취할 생각도 못하고 잘 기억하지도 못한 것이 몹시 아쉬운 나는 읽는 순간 수간 자주 부러웠다.

 

재밌고 그리운 감정이 피어났던 시간에 대해 저자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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