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윤예지 그림, 박태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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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보니라고 시작하는 문장들을 실제로 사용하게 될 날이 올까 싶었는데 꽤 이미 자주 그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자랑스럽고 우쭐하고 기분 좋은 일들이 아니라 못 되게 굴고 남을 아프게 한 순간들이 한 치의 에누리*없이 내게로 돌아 와서 보는 이 아는 이가 없어도 얼굴이 붉어지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에누리 에다 누리고유어. 이제야 배웠습니다어째 날이 갈수록 한국어사전을 더 자주 찾아봐야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 중 20대에 오만하고 못된 말 툭툭 내뱉은 일들이 많았나보다어려운 사안에 대해 이견들이 분분하고 해법은 모자란 지친 상황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둘만 남은 공간에서 참 좋은 친구가 다정한 위로를 건넸다유일한 방법은 바라는 것을 계속 바라는 것일 지도 몰라.”

 

그러자고 마주 웃으며 한 마디하고 손잡고 벌떡 일어나 맛있는 저녁 식사하러 같이 가자남은 오늘은 웃으며 보내자라고 하면 될 것을그럼 행복하게 기억할 시간으로 남았을 것을그만 못되고 못나게 그런 말 구역질 나.” 말이 끝나는 순간 내 심장도 덜커덩거렸고 친구의 얼굴도 덜거덕거렸다그나마 관계가 박살나지 않은 것은 기특하게도 그 못된 말이 나온 속도와 같은 속도로 사과의 말도 바로 나왔다는 것이다그렇게 나를 견뎌준 이들이 여태 친구들로 남았다.

 

그런 성격 탓이었는지 그 순간이 트라우마로 남겨져서인지 그런’ 류의 하이레벨 깨달음위로말과 글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살았다 많은 작가들과 작품들이 있지만 코엘료는 그 중 단연 베스트셀러 작가가 어딜 가든 그의 작품들에 대한 대화와 인용이 이어졌다<순례자>가 출간되었을 땐뭔가 깨닫기 위해선 모두 극한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거야?’ 라고 심통을 부렸고<연금술사>는 금은 그 자체가 원소인데 다른 원소들로 만들어 보겠다는 게 말이 돼?’라며 거부했다그러다 지인들이 읽고 대화하는 코엘료의 책들 중에 에세이가 아닌 <표르토벨로의 마녀>와 <베로니카죽기로 결심하다>를 슬쩍 들춰 보았다.

 

2020년 안부를 묻는 것처럼 <내가 빛나는 순간>이 선물이 되어 도착했다드디어 경험해 볼 에세이라 금지된 일을 시도하듯 두근거리기도 했고 예측 가능한 알러지 반응을 기다리는 것처럼 불안해 지기도 했다.

 

영원한 잠시

 

우리는 우주를 누비는 여행객입니다.

별들이 무한의 소용돌이와 회오리 속에서 맴돌며 춤추는 그곳을 여행합니다.

삶은 영원합니다.

우리는 잠시 이곳에 들를 뿐입니다.

서로 마주치고 만나고 사랑하고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영원이 잠깐 내어주는 매우 소중한 순간입니다.


영혼의 만남

 

책을 산다는 것은 단지 내용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시간에 걸친 착오와 고된 작업을 사는 것이고

수많은 좌절과 기쁨의 순간을 사는 것이죠

책을 산다는 것은 저자의 마음과 나의 영혼…… 

그리고 내 삶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용기

 

용기란스스로 다짐하는 것입니다.

용기 있게 글을 쓰자고 용기 있게 사랑하자고 용기 있게 비판을 대하자고 용기 있게 내 뜻대로 살자고 용기 있게 내 꿈대로 살자고

 

선을 넘지 말기

 

이따금 우리는 화를 냅니다.

물론 우리에게는 화를 낼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잔인해질 권리까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

 

내 존재가 사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정

 

아주 오래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정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우정은 끝까지 남아 있는 것입니다.

 

친구와 적

 

설명 따위 하지 마세요.

친구라면 설명할 필요 없겠지만 적이라면 뭐라 한들 믿을까요.

 

마이 웨이

 

설명하느라고 애쓰지 마세요.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바보들의 행진

 

남 욕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유언비어를 실어 나릅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이를 믿고

한심한 사람은 이를 널리널리 퍼뜨립니다.

 

용서의 기술

 

용서하되 잊지는 마세요.

그러지 않으면 또 다치게 됩니다.

용서는 세상을 달리 보게 만듭니다.

그러나 잊으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비참하게 사는 최고의 방법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 지에만 귀 기울여 보세요.


저 아세요?

 

늘 그렇듯이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말이 많습니다.

 

언어의 힘

 

말 한마디한마디는

당신의 기억에 마음으로 저장됩니다.

기억은 모여 모여 문장을 이루고

단락을 구성하고 책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예스 또는 노

 

'Yes'라고 말할 때는 기꺼이

‘No’라고 말할 때는 거침없이.

 

진실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

 

불안에 놀아나지 마세요.

불확실할수록 진실에 집중하세요.

누구도 무엇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나는 나의 편입니다.

 

나는 나의 수호신

 

누군가 당신을 공격하면 당신도 공격하세요.

언젠가 용서하더라도 말이죠.

용서는 용서대응은 대응입니다.

행여 무대응을 관용이라 생각하지 마시기를.

침해당해놓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그저 겁쟁이일 뿐입니다.

 

빛의 속도

 

미루지 마세요.

인생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시간이 없어요

 

어느 날 당신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구나.

더 이상 시간이 없구나,라는 것을요.

그러니 지금하고 싶었던 것을 하세요.

 

지금을 즐기세요

 

누구든 죽습니다.

그렇다고 누구나 인생을 즐기며 살고 있지는 않아요.

부디 즐기세요.

지금도 이른 건 아닙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비슷한)순간들 원제가 어떤 이유로 단수, moment로 표현되었는지는 모르겠다 ― 에 나도 웃으며 빛났을 수도 화가 타올라 빛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호흡이라는 것은 생각할 때마다 불편한 양가적 기분을 느끼게 한다. 산소를 호흡하기 때문에 내 생명이 유지되는 것이지만바로 그렇게 때문에 나는 매 순간 죽어가는 것이다인간은 36.5도로 천천히 타다가 꺼지게 되는 존재이다체온을 유지하는 제1기능을 위해 열로 전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그 기능을 넘어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들은 필요하고 그 빛으로 어두워가는 다른 순간들에 천천히 다다를 희망도 생길지 모른다.

 

모든 이들이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품처럼 이 책에서는 이미 높고 밝게 빛나는 저자만이 아니라 참여한 다른 이들의 소개 글들도 반짝거린다.

 

역자 박태옥

타고난 재주가 글쓰기라 평생 글과 함께 살았고파울로 코엘료의 말처럼 돈 좀 못 벌더라도 꿋꿋이 꿈을 따랐다하루하루는 다 다르고 날마다 새롭고 멋진 일이 일어난다는 파울로 코엘료의 말에 백 퍼 공감한다.

 

그림 윤예지

기억할 수 있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습니다그림 이외의 직업은 상상해본 적이 없기에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으로 돈을 벌고그것으로 또 시간과 공간을 확장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흐르는 것들에 대해 예민한 편입니다그래서 일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 시간에는 흐르는 것을 기록으로 잡아두는 연습을 합니다시시각각 변하는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잊어버리기 전에 이미지로 기록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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