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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가지 - 마음을 달래줄 캘리에세이
나하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검정색 같았던 지난 세월 속에서 하얀색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읽고 쓰고 그림 그리고
때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픔 속에서 좌절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썼다.
아무도 없을 것 같지만 고개를 조금만 들어보면 하늘에도 땅에도 만물이 있다.
힘들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빌고 또 빌었다.
아침마다 부대치는 감정에 최소한으로만 휘둘리려 애쓰는 날들이 반복된다. 현실적인 고민도 분명하지만, 닥치지 않을 지도 모르는 걱정을 당겨서 헛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어떤 것들은 금방 결론이 나기도 하고 상황이 정리되기도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들은 잊어버릴 수 없는 한 반복되는 불안과 헝클어짐을 피할 도리가 없다.
세상은 보물 창고 같은 것이다.
보물을 발견하기까지 고되지만 또 혼자서는 어렵지만,
보물은 험한 그 길을 용기 내어 걸어온 이들의 것이다.
내 앞에 놓여 있다 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감추어져 있어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닌.
의식적으로 살펴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그런 것들.
이오덕 선생님이 말한 '아이처럼 보는 힘'이 그런 것이다.
햇살이, 바람이, 사람이, 삶이 그렇다.
나는 열심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어디로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잠시 쉬자,고 했던 시간이 멈추지 않는. 새로운 계획의 부재. 아주 사소하고 시시한 일들만 종종 시도해 보고 싶다. 그런데도 거의 매일 피로하다. 어쩌면 호흡과 명상과 결심을 새롭게 하는 것보다 염증 수치를 낮추고 뇌의 세로토핀이나 아드레날린을 늘이는 치료가 더 효과적일 지도 모르겠다,
정여울 작가의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를 읽고 그녀의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다. 그녀는 치유의 문학을 쓴다. 강의 시간 동안 내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며 내 아킬레스건을 찾아내어 다독여주는 위로의 시간을 경험했다. 이날 강의 주제는 '상처를 치유하는(심리학) 인문학의 힘'이었다. 중략. 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위한 노력보다 숨기기 위한 노력을 하며 산단다. 그런 잘못된 행위는 자칫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작가의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 중략. 정여울 작가는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글쓰기를 하고 산단다. 아픔을 문학으로 풀어내기까지,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며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주기까지 얼마나 고된 글쓰기를 했을까. 행복을 넘어 희열을 안겨준 그녀의 마음과 문학에 감사한다.
그렇게 눈 뜨는 것이 후회가 되는 오늘, 흐릴 것이라 예보된 날씨를 걷고 5월의 햇살처럼 이 책이 도착했다. 글귀 문장 하나하나가 차분하고 다정하게 위안이 되는 것에 더해, 마음이 색이 번지는 듯한 일러스트레이션들이 모자람 없이 나타나고, 글도 그림도 아닌 캘리그래피들이 육성으로 들리듯 생생하게 말을 건다.
지금껏 자연을 무상임대 하며 살았다.
불행과 행복이란 장학금을 받기도하고 좋은 날, 좋지 않은 날을 번갈아 겪어가며
37년째 인생학교에 다닌다.
가난은 훌륭한 스승이었고 내가 가진 아픔(장애)은 겸손과 사명이 되었다.
내 앞에 놓인 자연을 가만히 오래 들여다보면 나를 어루만져 주는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자연이 주는 힘이다.
마음이 따가울 정도로 아프게 읽은 저자에 대한 소개글. 고통과 괴로움을 겪을지언정 힘을 잃지 않았던 이의 저력과 용기와 재능이 빛난다. 한 시절을 늘 전력질주를 하다 어느 날 손을 탁 놓아버린 듯한 기분이 드는, 일관성의 줄기가 끊긴 듯한 내 삶과 참 다르다.
안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 27번의 수술을 거친 꼬마 주인공 어기는 이제 홈스쿨이 아닌 일반학교로 들어가게 된다. 우주인처럼 헬멧을 쓰고 얼굴을 가리고 지구인들 세상 속에서 외롭고 아프게 그만큼 뜨겁게 살며 견디며 산다. 어기가 느꼈을 세상의 온도차, 무게감이 얼마나 컸을지. 어기는 포기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짧게 울고 빨리 뛴다. 중략. 영화 <원더>.
어기는 곧 나의 이야기-나는 어른이 되었고 더 이상 헬멧을 쓰지 않는다. 나도 안면 장애를 가지고 있다. 마흔 번의 수술을 거쳤다.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회사 선배의 추천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 중간 중간 우리 아이들이 마무 말 없이 내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중략. 특별함(장애)을 가진 아이의 형제자매는 외롭고 아프다. 내 동생들도 그랬다. 힘겨운 만큼 우리 가족은 단단해졌다. 우리는 모두 원더(Wonder).경이롭고 위해한 존재인 것이다. 헬멧도 가면도 쓰지 않고 사는 사회가 오길 바라고 또 바란다.
"어기의 모습은 바뀔 수 없으니 우리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자신의 현존에 집중하면서 차분히 호흡을 고르고 생각을 모으는 일이 명상이라면, 어쩌면 이 책의 면면이 오늘 오후를 구원해 줄 가이드였을 것이다. 어찌할 바를 정확히 몰라 불안한 모든 분들이 만나봤으면 싶은 깊고 고운 저서이다.
고된 하루의 끝에서 내가 보고 들은 좋은 이야기들을 베개 삼아 잠이 들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글을 썼다.
글이 써지지 않는 날엔 책을 꺼내 읽었다.
그 떨림이 좋았다.
지금도 그렇다.
만물을 살펴보며 글감 삼아 글을 쓰는 일은 여행을 떠나는 것마냥 설레고 하루에 이틀을 사는 기분이다.
"옭음과 친절 중에서 한 가지를 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린 종종 잊고 산다. 그래서 쉽게 화를 내고, 남의 이야길 하고, 비난을 하고, 험담을 하며 시간낭비를 하기도 한다. 중략. 나 역시 매일을 반성하고 속죄하며 다짐하기를 반복하며 산다. 실수의 연속, 버거움의 날들, 그러나 그 길에서 오늘을 살아낸다. 열심히 하지 않아 얻을 수 있는 일이 과연 존재한단 말인가? 그것이 나의 것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먹고살기 바빠 흘린 눈물, 땀,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희망이다. "내게 행복이 올 리가 없지…"라고 생각하는 힘든 상황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 내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 나 같은 사람들, 우리 부모님 같은 사람들과 나누기 좋은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나를 살게 해준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감사의 마음도 함께 담았다. 책을 통해 배운 세상,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만난 사람들, 일상 속에서 떠나는 소소하고 잔잔한 여행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