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상구 - 기후위기 시대의 에너지 대전환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44
제정임 엮음 / 오월의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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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완전히 자연 물질에서 자유로워지는 발명품이 플라스틱이었고 이에 대한 찬사도 대단하였다가볍고 편리하고 깨지지 않는그런데 이런 이유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한 결과 사용 후 버린 쓰레기가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의 환경문제가 되고 말았다효율과 편리와 맞바꾼 대가가 감당 불가능해진 것이다.

 

특히나 판데믹에 이른 코로나 전염병을 겪으면서 이전에는 사회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이려 노력했던 일회용품의 사용문제는 대안 없이 증가했고 그 해결책 또한 난감한 지경이다물론 안전은 중요하지만 과연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만이 정답이었는지...... 설혹 대안 없는 정답이었다 하더라도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으며사용 가능한 자원은 유한하고 우리의 생산과 소비는 언제나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선 안 된다.

 

언급하는 것이 사족처럼 느껴질 만큼 현대의 생산소비 체계는 수용 한계를 초과했다는 것이 분명하고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실천이나 인식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우리에겐 제대로 작동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석유화학 제품인 플라스틱비닐 등을 줄임으로써 기후변화 원인인 탄소배출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친환경 대체상품을 개발사용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쌀빨대를 개발한 중소기업 연지곤지의 김광필 대표는 요즘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다중략그는 현재 한달 3억 5000개 정도의 쌀빨대를 만들어 호텔과 카페 등에 납품하고 있는데 내년 초까지 월 10억 개 이상 생산이 목표라고 말했다김 대표에 따르면 김 대표에 따르면 플라스틱 빨대가 개당 5-15원인데종이빨대는 대략 3-5쌀빨대는 10배 가량인 50원이다하지만 가격이 비싸도 친환경 식품소재를 쓰겠다는 구매처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중략쌀빨대의 장점은 약 2시간에서 10시간이면 자연 분해가 된다는 점이다.

 

<마지막 비상구>란 제목은 일견 물러설 곳이 없다는 비장함과 어쩌면 비상구가 남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동시에 암시하는 이 책은 2017년 9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연재된 탐사보도 에너지 대전환내일을 위한 선택을 묶은 것이다.

 

이 책은 이론서나 윤리적 논설이 아니라 원칙이 명백하고 상세한 취재팀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선명하고 귀중한 자료이다현장으로 가자외국을 빼곤 직접 달려가 발로 뛰며 확인하자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하자익명 처리가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 모든 취재원의 이름나이경력 등을 최대한 드러내 독자의 이해를 돕고 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자데이터로 뒷받침하자통계나 기록 등 근거로 쓸 수 있는 자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 긁어모아 분석하자.”

 

이런 원칙 하에서 채적된 자료들은 원전 재난의 위험성과 미세먼지 등 화석연료의 폐해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가장 생생하고 정밀하게 알려주었다이제는 객관적인 수치로 등록된 정보에 따르면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이기도 하고,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때 채택한 배출전망치(BAU) 방식을 선진국들은 사용하지 않습니다이 방식은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비해 겉으로만 효과가 커 보이는 착시효과를 가져오니까요.

 

주제와 목적이 분명한 만큼 이 책에서는 아주 구체적으로 탈원전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논란을 규명하고 에너지 정책의 대안을 모색한다전국 곳곳에 있는 현장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에너지 구조기후위기기후변화에 관한 문제점을 파헤치는 것은 물론이고더 나아가 가장 중요한 점은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것이다이 책의 가치는 더 널리 알려지고 곱씹어야 될 만큼 크다그 중에서도 전문가가 아니면 설득력있는 주장을 하기 어려웠던 원자력발전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내용을 살피기 전에 희망적인 결론을 거칠게 표현하자만이 책은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과 기후 붕괴와 원전 재앙을 피할 마지막 비상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긴 시간의 노고가 제대로 정리되고 발표된 점이 정말 다행이다.

 

이런 비상구에 도착하기 위해 우선 이 책에서는 우리 시대의 대한민국의 그릇된 신화 중에 하나인 원전은 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것은 허구이며원전은 비싸고 위험한 에너지라는 사실을 밝혀낸다게다가 한국은 세계에서 첫손 꼽히는 원전 밀집 지역이라는 위험까지 안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보호책이 없다는 사실도 짚어낸다.

 

논쟁이 필요 없는 사실을 얘기하자면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선량이 자연 상태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 10만 년이고이 고준위 핵폐기물 사용후 핵연료 의 안전한 영구 처분 방법은 아직 어느 나라도 찾지 못했으며한국 역시 최종 처분 방식에 대한 결정을 미룬 채 각 원전 근처의 임시 저장 시설에 계속 쌓아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렇다면 대한민국에는, 핵발전소가 있는 다른 나라들에는 10만 년 동안 핵폐기물을 보관할 땅이 있을까.

 

취재의 생생한 입말로 표현된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원전 인근 동네에서 지진을 겪은 후 매일 생존배낭을 챙기며 불안에 떠는 초등학생핵발전소 부근에서 수십 년 물질을 했다가 무더기로 암에 걸린 해녀들원전에 쌓인 핵폐기물 근처에 살다 자녀 몸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까지 검출되자 원전 가까이 산 죄라며 가슴을 치는 어머니의 탄식석탄발전소가 들어선 후 조개와 게가 탄가루 투성이가 되고 주민들은 줄줄이 폐질환으로 숨지는 현장. 2030년이 되어도 석탄 화력이 국내 발전원 1위라는 모순된 사실이 지적된다. 몇 문장으로 표현된 내용에는 당사자들이 겪어야 했던 아직도 그 환경에서 머물러 있는 그리고 언제 끝날지 치료가 될지 모르는 고통과 괴로움이 날 것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이는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문제이며 핵을 발전원으로 사용하는 인류 공동의 비극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동시에 회피하는 한수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촘촘하게 국민의 세금으로 원전을 홍보하기 위해 언론과 지역 사회를 관리해오고 있었다는 내용들도 기록되어 있다그 구체적 사례들이 엄청나서 한결같이 태연하게 읽을 수가 없었다원전 광고 협찬비용원전 옹호기사로 얽힌 언론사들에 전해 진 비용대학 학보사들퀴즈 프로그램그리고 돈 받고 쓴 무수한 기사들……종편 채널들이 단연 두드러졌고, SBS, MBC, KBS 공영방송들 모두가 공범에 해당된다당연히(?) 조중동문화일보 국민일보 매일경제도 부지런히 돈을 받고 원전 홍보 기사를 쏟아 붓 듯 써주었다또한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 허가를 위해 미국 시찰을 하고 수명 연장 가동을 지지하는 기사를 남발했으며 기어코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 모든 돈은 국민들이 매달 내는 전기요금에서 나왔다

우리는 합의한 적도 없이 공멸의 미래에 투자한 것이다.

 

2017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전력사업기반기금에서 원전 홍보비로 나간 돈은 824억 1200만원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취재팀은 정보공개청구로 원전 홍보내역을 확보해 친원전 논조 보도와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어지는 사실도 구체적으로 확인한다중략지역주민들에게 관관을 보여주고 초중고생 견학 프로그램도 이루어졌다중략지난 5년 간 본사 및 전국 5개 원전본부(고리한울한빛월성새울)에 총 4만 5297명을 초청해…… 총 18억 4749만 2000원을 지원했다참가자 중 학생은 9644지역주민은 9165명이었다.

 

이런 전 방위적인 방해와 왜곡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환은 과연 가능한 것일까이 책에서 가장 기대한 점이 이러한 대안을 선명하게 보여주는가를 확인하고 배우고 싶은 것이었다멀리로는 독일스웨덴덴마크스페인 등에서 빠른 속도로 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프랑스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사옥 전체를 재생 에너지 발전소로 만든 애플 등의 기업들태양광 고속도로제로 에너지 하우스 등이 예시되어 있고가까이로는 제주도의 공풍화 정신과 이익 공유 구조 등 단순한 이론만이 아니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들은 분명히 현실화되고 있다이와 더불어 재활용 기술과 현황시설과 건물과 교통수단의 에너지 효율화 방안 등해보지 않고 절망하거나 돈 받고 오도한 비난들을 차치하고도 시도해볼 수 있는 사례들은 많다.

 

바람이 많아 살기 힘들었던 제주 마을이 바람 덕에 돈을 벌고 있다동복리의 풍력발전기 중 15기는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가 운영하는 육상풍력단지 소속이고 나머지 1기는 마을 주민 807명이 공동으로 운영한다풍력단지가 들어서는 지역에 주민들이 자체 운영하는 발전기를 세워 수익을 낼 수 있게 한다는 정책에 따른 것이다중략동복리사무소 사무장에 따르면 2메가와트 용량의 이 발전기에서 연간 약 4억원의 순수익이 나온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 IPCC는 지금처럼 북극 빙하가 계속 녹으면 

2100년쯤에는 지금보다 최대 1미터까지 해수면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 세계 인구 중 33퍼센트가 해안선으로부터 100킬로미터 이내에서 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면해수면 상승이 끼칠 위험은 정말 치명적입니다.

 

부디 이 책에서 들려주는 생생하고 정밀한 내용들이 추후 정책에 구체적으로 반영되기를예산이 뒷받침되어 실행력을 가지기를 희망해본다이것은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제안이다.

 

이 책을 다 읽어 가는 즈음 문득 떠오르는 책과 저자가 있다<한국탈핵>, 김익중 교수님이다. 2013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다행히 시간 여유가 있었던 지라 어둠을 가로질러 늦은 저녁 강의를 찾아갔었다후쿠시마 이후로 몹시 불안하고 혼란스럽던 터라 사실과 전망을 제대로 배우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김익중 교수는 이전에도 많은 강의를 하시는 강행군을 마다않으셨는데이 책과 강의가 좋았던 이유는 <마지막 비상구>처럼 탈핵이 가능하다!라고 분명히 말씀해 주셨기 때문이었다명석하고 정열적이고 명쾌하고 헌신적인 운동가이자 명강사이시니 이 책의 부제가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을 위한 탈핵 교과서라고 붙은 것은 거짓도 과장도 아니다함께 읽으면 여전히 참 좋겠다 싶다.

 

그 때 이후로 몇 해가 흘렀고멈추지 않는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취재와 통계를 통해 드러난 현실은 아득하다필사적으로 현실을 가리려는 해당 국가의 안감힘과 주류 메이저에서 결코 다뤄주지 않는다는 불리함에 기인할 것일 수도 있지만코로나와 같은 광범위한 전염병의 판데믹 상황이 기후변화에 기인한다는 공감대가 80%에 이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핵발전소에 대한 진실은 공감이 부족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공공자금을 쏟아 부어 친원전 이데올로기를 주입해온 결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민들의 원전 찬성 여론은 여전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현상은 현상을서 존재하는 것이니 당장 어떻게 할 수 는 없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무척이나 깊은 울림을 준 인용구를 소개해본다.


인간은 합리적인 생물이 아니라 나중에 합리화를 도모하는 생물이다. 

인지부조화. 리언 페스팅어


악을 의도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저지르는 데에 악의 본질이 있다. 

악의 평범성. 한나 아렌트


나도 잘 하는 일은 아니지만 내 사정과는 별개로 어쨌든, 배운다는 것 즉 배워서 알게 된다는 것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을 알게 되어 자신이 달라진다는 것이고, 그래서 과거의 잘못과 작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지배력이 큰 언론사들이 자본의 입맛에 맞춰 에너지 전환의 진실을 왜곡하는 상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저희 수상을 계기로 더 많은 언론이 이 문제에 바르고 강한 목소리를 내주고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해 주신다면 더할 수 없이 기쁘겠습니다.

 

희망과 절망과 좌절과 격려 사이를 오가며 이 책을 다 읽고 나자말자 시의적절하고 반갑게도 이런 기사를 읽을 수 있었다손을 놓지 않고 여전히 꾸준히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경남환경운동연합 환경단체들은 29일 보도 자료를 통해 "오는 30일 삼천포 1, 2호기가 폐쇄된다. 38년간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악명을 떨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며 "지금 당장 석탄화력발전소를 멈추는 것이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석탄화력발전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온실가스의 국내 배출 28%를 차지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퇴출 대상 1위가 됐다"며 "정부가 규정한 석탄화력발전소 설계수명 30년을 훨씬 넘겼다"고 삼천포 1, 2호기의 폐쇄를 적극 환영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42911465691328&utm_source=naver&utm_medium=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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