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머니 어따 놨어? 고래책빵 어린이 시 2
강선재 지음 / 고래책빵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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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머니'란 제목을 보니 아주 아주 어릴 적 혹부리 영감님의 혹을 도깨비들이 노래 주머니라고 달라고 한 내용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얼굴에 혹주머니가 달린 사람이 있다는 것도 도깨비들이 있다는 것도 무서워서, 마음이 달달 떨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할아버지와 도깨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너무 궁금해서 끝까지 읽은 이야기였습니다.

 

아마도 시주머니란 시가 될 재미난 생각들이 잔뜩 들어 있을 거라 기대하고 의지하는 존재이겠지요. 엄청 귀엽고 반짝 반짝 눈이 빛나는 초등생 시인이 시가 잘 안 써진 어느 날 살짝 쿵 내뱉은 원망이 아닐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우리 집 큰 꼬맹이는 초등 시절 곧잘 시를 써서 - 가족 구성원들 모두를 대상으로 한 편씩 - 학교 문집에도 발표 되곤 했는데, 다른 문예창작 모집하는 이벤트에도 보내볼까, 하고 생각해보는 와중에 슬슬 시 편수가 줄어들더니 중학생이 되자 시작을 중단한 듯합니다. 일시 중단이라 믿고 싶습니다만, 어찌나 아쉽고 섭섭한지…….

 

시어로 표현된 인상적인 가족들 각각의 모습도 재미있고, 아이의 시점에서 무엇이 가장 포착하기 쉬운 행동양식이나 인상이었는지, 그리고 아이가 각각의 관계에 대해 해석하는 내용이라든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하고 풍부한 정보가 가득하면서도 시적 재미와 감동이 있는 활동이었는데…….

 

그래서 4살 때부터 시를 쓴 4학년 시인인 저자 본인과 작품들도 몹시 궁금했지만, 혹시나 다시 시작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야심을 품고 선택한 책입니다. 읽는 과정에서 혼자 푹 빠져서 심하게 즐기느라 본래의 목적을 완전히 망각했지만 말입니다. 


시어만큼 생생하고 풍부한 - 시인이 직접 그린 - 일러스트레이션들도 아주 매력적입니다. 나도 다시 크레용을 집어 들고 쓱쓱싹싹 막 그림들을 그려볼까 이런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심지어 작사작곡한 노래들도 있습니다.^^

 

성장과 변화라는 흐름에 저항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모든 모습들이 지켜보는 이들로서는 하나같이 아까운 어린아이들. 익숙한 일상이 멈춰 버린 시절에 어른들이 염려하고 불안해하며 생각이나 고민 속에 갇혀 있을 때에도 아이들의 눈에 담는 세상은 여전히 신기하고 재미난 그런 모습들일지 모릅니다.

 

부디 무언가를 재미있어 하는 그 재능과 마음이 다치는 일 없이 무탈하길, 모두의 아이들이 모두 무사하길 기원합니다.


시인의 하루(?)는 시작이 이렇다고 합니다. 한숨이 쉬어질 만큼 귀엽고 안쓰럽습니다.^^



<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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