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없는 뽑기 기계 - 2020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곽유진 지음, 차상미 그림 / 비룡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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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 싫어하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 고기 싫어하는 우리집 쪼꼬맹이도 유일하게 좋아하는 고깃집이 뽑기 기계가 있는 곳이다. 그곳에 가자면 가는 내내 콧노래를 흥얼거릴 정도이다. 


그렇다고 그 집 뽑기 상품이 대단하게 멋진 것은 아니고 결국 먹지 않는 사탕들만 잔뜩 나오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언제나 눈을 반짝이며 동전 주세요~를 공손히 부탁한다.


학교 문구점 뽑기 역시 어른들 눈으로 보자면 아주 조악한 장난감이 대부분이지만, 진지하게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는 아이들의 기대가 반짝이고도 귀엽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을 보고 코로나로 학교도 못 가고 친구들도 선생님도 못 만나는 아이에게 선물하면 좋겠다 싶었다. 더구나 꽝이 없다니 얼마나 신나는 이야기일까!


그런데... 아이가 "뽑기가 좀 이상하네"라고 쓱 읽고 내려 둔 책이 궁금해 내가 읽기 시작했는데... 이런...... 8살 꼬맹이가 이해하기엔 너무나 슬프고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한 겹씩 숨은 이야기가 들려올 땐 눈물이 솟구쳤다.


자식이 있는 부모의 할 일 중 하나가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자식이 홀로설 수 있을 때까지 살아있어주는거라 믿는 나로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늘 불안하고 두려운 점이 그것인 나로서는, 한 순간 마음이 무너지고 울음이 나왔다. 불시에 어린 자식들을 두고 떠난 부모도 그렇게 남겨진 것만이 아니라 자신을 탓하며 말을 못하게 된 아이도... 이런 상황을 슬프지 않게 표현할 방법은 없다. 더구나 어제는 4월 16일, 아직도 관련 기사만 봐도 눈물이 절로 흐르는 날이었다.


작가님이 참 대단한 점이 이런 상황 속에서 마치 마법처럼 아이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장치를 만들어 이야기를 건네시는 점이다. 울면서도 진심으로 존경스럽다고 생각하고 또 감사했다. 


특히 떠난 부모가 미칠 듯이 그리운 부재의 순간, 엄마, 아빠의 칫솔이 없는 장면은... 작가님의 섬세한 장치에 감탄하면서도 그 느낌이 너무나 생생하고 일상적이라서 마음에 충격이 올 정도로 절감했다.


다행히 동화 속에서는 이런 위로와 치유가 있지만, 실제로 혼자 남겨진 아이들은 또 어떻게 오늘을 살아가나, 그런 생각이 가득해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무겁다. 아이를 낳고 문득 든 그런 생각으로 작은 후원을 하고는 있지만, 이럴 때 내게도 마법의 지팡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를 건네줄 수 있는.


아이들책이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니란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비룡소의 이 책이 왜 대상을 받았는지 그 이유를 듣지 않아도 다 알 것같다.


좋은 책, 감동적인 책, 어쩌면 누군가의 생각과 일상을 바꿀 지도 모르는 책의 출간에 감사드린다. 부디 아이들도 어른들도 조금 덜 아프고 덜 외로운 날들이 더 많아지길 흘린 눈물만큼의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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