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맏형의 6070 음악감상기 - 그 시절 심야 라디오 음악방송의 추억의 노래들
김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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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정리를 이유로 원목으로 CD장을 세 개 맞췄다. 분명 주문 전 집안에 있는 앨범을 미리 다 세어 두었는데 결국 수납공간이 부족하다. 앞으로 매일 하나씩 다시 들으려면 몇 살까지 살아야하나. 왜 이렇게 많이 샀나. 한 때는 대단한 기쁨이었는데……. 온갖 상념들이 지나갔다.

 

어쨌든 정리는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가지고 있는 음반을 다시 찾아 들어보면서 그야말로 레트로한 시간을 누렸다. 그 와중에 사치스러울 정도로 기능 오버인 블루투스 스피커를 홀린 듯 구입…… 후회막급은 아니지만 꼭 필요하진 않았다. 코로나19 스트레스 자가치료행위로 눈감아주기로 했다.

 

“그 날 선약이 있어서 못갑니다.”란 세상 쿨한 이유로 노벨 문학상 수상식에 불참한 밥 딜런 음악을 들으며, 한국 포크 가수들과 라디오 진행자들은 왜 그 시절 사이먼 앤 가펑클을 끝없이 그리 틀어댔나 뒤늦게 뜬금없이 맥락 없이 울컥한다.

 

오랜만에 칸초네, 샹송, ‘눈이 내리네 Tombe La Neige, 아다모Adamo’를 들으니 눈 구경 귀했던 지난겨울이 새삼 서운하고, 어릴 적 추운 줄 모르고 행복했던 눈(으로 하는)놀이들도 그립게 떠오른다.

 

그리고 아비의 ‘One summer night.’ 겨울에 태어난 탓인지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의 봄이 오기 전의 계절을 가장 사랑하지만, ‘여름’ 노래를 들으면 예외 없이 가슴이 마구 뛴다. 한여름 밤의 열기와 공기와 수많은 생명체들이 한꺼번에 만들어 내는 소리들은 마음속의 북이 둥둥 울리듯이 그렇게 전율스럽게 느껴진다.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 음악이 시작되자 자력으론 빠져 나올 방도가 없다. 머릿속까지 파고들어 울리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한 몫 한다. 한 곡에 꽂혀서 열 번도 더 듣기도 한다. 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버리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러다가는 책은 절대 다 못 읽는다. 어머니가 합세하여 시간이 더 길어진다. 페티 페이지 노래들을 몰아서 이렇게 들어보긴 처음이다.

 

이제 1971년, 양희은, 송창식, 윤형주, 김민기...... 신중현, 산울림, 사랑과평화, 대학가요제...... 그리고 ‘그대에게’ 강력한 마약과도 같은 신디사이저의 시작……

 

끝없이 가수들과 음악들이 소환되고 나의 그 시절도 끊임없이 뒤따라 나온다. 심지어는 첫 번째 ‘마이마이’까지 기억에서 튀어나온다. 너무나 좋아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려서 앨범에 남겨 둔 미니카세트라디오.

 

음악은 언제나 이토록이나 강력하고 위험하다.

60-70년 대 당대에 음악이 탄생할 때 동시에 즐기진 못했지만, 만들어진 음악은 사라지는 법이 없고 들은 음악 역시 잊히는 법이 없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끊임없이 인터넷에서 음악을 찾아가며 오랜 시간을 들여 완독을 하리라 짐작해본다. 20년 간 동안 널리 사랑받은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음악 목록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느낌과 감정들을 한 권의 책으로 기록한 독특하면서도 가치 있는 기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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