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2 - 만화로 떠나는 벨에뽀끄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2
신일용 지음 / 밥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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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벨르 에뽀끄>를 영상으로 가장 매력적으로 만난 것은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도 단 한 작품 [미드나잇 인 파리, 우디 알랜]의 영화에서이다. 함께 본 오랜 친구와도 각자의 벨 에뽀끄가 달라서 그러냐며 새삼스레 서로를 이해한 적이 있다. 나는 언제나 세심하게 제정된 법이 더 많은 현대가 덜 야만적이라고 생각해서 잠시 가볼 수는 있겠지만 과거로 돌아가서 살고 싶지는 않다. 물론 단순히 내가 과거로 관광 차 돌아가는 것뿐만이 아니라 세계대전정도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이런 사적 선택과는 별개로 분명 이 시대는 현재까지, 어쩌면 더 먼 미래까지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문화사조들이 생겨나고 발전한 시대임이 분명하고, 너무나 유명해서 익숙하기까지 한 스타 예술가들이 등장해서 인상주의라는 다채로운 사조를 시대와 더불어 더욱 화려하게 펼쳐낸다.

 

한편 시점을 달리해서 본다면, 유럽의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는 그들에게만 아름다운시대였을 뿐, 다른 세계는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확장 정책으로 인한 유혈사태들이 정리된 이후 본격적으로 착취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물론 내부적으로도 계급/계층/빈부 갈등이 심화되어, 피카소가 사랑에 빠져들던 빠리의 몽마르뜨에서 빠리꼬뮌의 전사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며 피를 흘리고 있었고, 무려 해가지지 않는 영광의 제국빅토리아 왕조 치하 영국의 자본주의적 착취 구조는 자국 노동자들을 한계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 결과 아나키스트들의 봉기와 테러가 연이어 일어나고 마르크시즘이 태동하고 이를 응용/오용/남용한 레닌의 인류사 최초의 공산혁명실험이 시작된 시기이다. 그리고 바로 이때가 메이지 유신으로 자력으로 근대화의 길로 나간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한 통한의 시기이기도 하다.

 

인물 중심이 아니라 개별 인물에 대해 내가 원하는 만큼(?)의 자세한 에피소드를 발견할 수는 없지만 시대의 분위기를 통시적으로 볼 수 있는 흐름이 원하는 바라 만족스러웠다. 예술문화사만이 아니라 정치적 사고 양식 또한 어떠했는지 결합해서 보여주는 이야기라 한 영역이 다른 영역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예시로 연결해서 들려준다.

 

유럽의 근대사 이야기이긴 하지만 고립된 자국만의 역사란 불가능한 것이기에, 이 시기의 중요한 사건들이 미친 영향을 대한민국의 정치제도와 사회문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활용해볼 수 있고, 의외로 이런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대한민국의 근대사가 아니라 얼마 전 뉴스보도에서 이해한 한국사회의 현재진행형 문제들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독자들 개별 해석에 따라 달라질 것임이 분명하겠지만). 마침 2권의 마지막 부분들은 여러 나라의 정치적 인물들이 등장하고 전쟁 전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시작된다. 어리석고 탐욕스런 비극으로의 거대하고 파괴적일 뿐인 전쟁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3권을 통해 더 자세히 설명될 모양이다.


만화책이라는 형식으로 다룬 역사이지만 내용이 즐겁게 감사하게 위해서는 사전 지식이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치밀하고 알차다(과문한 나의 인상일 뿐일 수도 있다). 유럽, 아시아 그리고 필요한 다른 나라의 역사를 함께 검토한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 책이라는 느낌이다. 자연스럽게 이런 드넓은 시야를 가지고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도한 기업인 출신의 작가에 대해 궁금해진다.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지식의 생산량을 늘려서 저서와 같은 구체적인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이런 이들과 마주치면, “정말 내게 의미 있고 중요한 것이라면 기억에 남겠지.”란 태도로 대부분의 경험들을 흘려보내는 게으른 존재인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늘 부럽다.

 

한 가지 재밌었던 점은 글에 드러난 저자의 말버릇이다. ‘잠깐 옆으로 샜다.’ 처음 들을 때는 모르고 넘어 갔지만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아하! 저자의 사고 패턴이 조금 파악되는 듯하다. 전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연상 작용이 아주 활발하다는 것! 그래서 이 책은 다채롭고 풍부하고 떠들썩하게 재미있다. 또한 깔끔하게 자신이 내린 결론으로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라고 마지막에 물음으로써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낯설게 느끼게 하고 헤집어 볼 기회를 제공한다. 혹은 재미난 사족처럼 다른 예화를 덧붙인다.

 

언제나 깔끔하고 산뜻하게 마무리되는 관광보다는 낯설고 돌발 상황이 없지 않은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연상방식도 마무리방식도 참 마음에 든다. 마치 런던과 빠리에 가더라도 환하고 떠들썩한 광장이 아니라 골목 사이로 자연스럽게 들어가 거기 사는 이들과 같은 음식을 먹고 한가한 시간이 되면 역사 속의 배경으로 환기하고 상상해보는 여유를 가지는 여행. 근대사에 관심이 적은 분들에게는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으나, 가끔 두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밤늦도록 근대사 장면들에 놀라며 떨리며 감정이입하며 시간을 보낸 내 시대에 관심과 애착을 가진 독자로서는 개별 사건들에 대한 가치의 현대성 효용성 따위를 따지는 거만한 후대들의 질문들을 잠시 덮어 두고서 나만의 평화로운 비동시적인 동시성의 세계에 머물러 본다. 맘 편하게.

 

2019년 겨울, 그리고 12월이 한 때의 연착도 없이 지워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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