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선하게 명상하고 싶다
김태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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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저자가 처음으로 만난 강사도 그렇고, 힘들지 않는 삶이 어디 있겠냐마는, 극단적으로 고된 시기들이 있었고 선택과 명상 구도에 대한 태도 또한 악착같고 독하게 수행한다. 그래서인지 특히 나처럼 판단의 기준이 ‘better than before’면 대부분 만족하는 독자에게는 상당히 낯설고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이어진다. 예를 들면, 사찰이나 교육원에서 집중적으로 ‘죽더라도 호흡을 하다 죽어야겠다’는 식의 목숨 걸고 전력을 다해 구도를 했다는 대화 내용이 나온다. 호흡이라 봐야 바른 자세 심호흡 밖에 모르는 나로서는, 그 정도로도 통증이 완화되는 경험에 감지덕지하는 나로서는, 호흡을 통해 기운을 직접 느낀다거나 명문혈이 열린다거나 단전이 자리 잡게 한다는 이야기는 다른 세상의 경험으로 들린다.

 

“중략. 명상의 첫걸음마는 숨 쉬는 습관을 교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중략. 최소한 이것에서 저와 함께 명상에 드는 시간만이라도 몸과 영혼을 존중하고 아껴 주는 마음으로 정성껏 호흡해 보세요. 따지고 보면 공기보다 더 소중한 음식도 없는 거니까요.” 22-23

 

“이명 현상이 찾아오고 심신이 무기력해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현실 그 자체가 명상의 동력원이 되는 거란 말씀이지요. 그 스트레스를 호흡으로 활활 태워서 기운이라 불리는 에너지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겁니다.” 23

 

“능력이라는 말보다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기능이 회복된다는 표현이 더 좋겠네요. 호흡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가는 거지요.” 31


“절실한 마음으로 호흡에 몰입해 보란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거지요. 사람이 진정으로 절박해진다면 저처럼 생사를 갈음하는 운명까지도 바뀔 수 있는 거니까요. 무슨 일을 하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몰입해 보는 겁니다.” 70

 

늘 그렇지만 이젠 같은 얘기를 듣는 것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를 매번 인지하는 것도 지치지만, 몰라서 안 하는 건 아니다. 결국 나는 절실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그렇다면 제대로 된 호흡과 명상 수행은 극단적인 생사를 걸어야할 경험이 있는 이들만 출발선에 설 수 있는 건가 슬쩍 마음이 엇나가려 하는 기분이 들었다.

 

“명상은 마음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다 되는 거예요. 안 될지도 모를 거란 가정은 일절 하지 마세요. 정심으로 꾸준히 호흡에 임하면 누구나 다 기본적인 선까지 갈 수 있는 겁니다.” 72-73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요가를 처음 배우는 친구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야말로 강사가 불가능한 일을 시키는 것은 아닌가, 이러다 큰 부상을 입는 것은 아닌가, 별별 생각이 몸보다 더 자신을 괴롭혔지만 그냥 울면서 매일을 다녔는데 한 달이 지나자 함께 하는 수강생들이 한 달 꼬박 나온 것이 대단하다고 첫 날 이후로 보이지 않는 분부터 많은 이들이 한 달 못 채우고 그만 두게 된다고 막 축하?!하고 격려를 해주어 놀랍고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이사를 가서도 요가를 중단하지 않고 가능한 거의 매일 수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물구나무서는 자세가 편해져서 자꾸만 팔뚝과 어깨가 우람해진다고. 이런 생각이 떠오르면서 비딱해지려던 마음을 일단 바로잡고 꾸준히 하는 명상에 나도 희망을 가져볼까 하는 마음이 조금 생겼다. 솔직히 말하자면 꾸준히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일 공들여 해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명상에 임하기 전에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명상을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서로 아껴 주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 거예요. 이기적으로 자기 수련에만 열중하면 명상을 거꾸로 하는 거란 말씀이지요.” 48

 

“중략. 생각과 호흡의 무서움을 아셔야 합니다. 호흡이 깊어질수록 생각에 힘이 실리는 거라고요. 자신의 생각에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이 명상가가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이란 말씀이지요.” 99


굉장히 엄격한 윤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물론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법을 위반하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는 않는다. 기본 중의 기본이 되겠지만, 실제로 우리는 그보단 더 적극적인 윤리적 행동을 요구받고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 나와 상관없이 어려움이나 고통에 빠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때, 자신의 사정에 따라 도움을 주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날 수도 있지만, 감수할 수 있는 작은 손해라면 자신에게 결과적으로 불이익이 닥치더라도 일단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돌보려는 마음과 행동이 필요하다. 도움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법적 처벌의 대상은 아니지만, 준법만 지켜지고 그 외의 모든 배려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보면 끔찍하다. 도저히 살만한 세상이 아니다. 생명의 기본으로서 가장 중요한 호흡을 통한 명상 수련의 세계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이런 단계의 마음자세를 가르치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다.

 

“날 괴롭히는 현실처럼 명상하기 최적의 조건은 없는 거예요. 제가 만만치 않다고 한 건 그 벽을 뛰어넘는 게 힘들단 소리인 거였죠. 명상가에게 있어 뛰어넘을 벽이 있다는 것처럼 소중한 자산은 없는 겁니다. 갈등이 없으면 발전의 동기도 생기지 않는 거니까요. 중략. 사람이 등 따시고 배부르면 깨달음의 세계에 관 둘 일이 없는 겁니다. 스트레스라는 거대한 벽을 만나야 비로소 마음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거지요.” 141

 

“장소에 연연하고 의지하려는 의타심부터 버려야 하는 겁니다. 호흡이 진척되다 보면 시간과 장소는 별 의미 없는 때가 오는 거예요.” 153

 

“그래서 호흡을 배우는 거예요. 명상이란 게 그런 거지요. 잘못한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뉘우치고, 양보하고, 화해하는 마음 그 자체가 굉장히 높은 차원의 기운이고 에너지인 겁니다.” 180

 

예전엔 이런 얘기들 정말 싫어했고 발화자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살다보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기 되는 일들도 분명 있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를 호소하고 권리를 주장하고 싸워야 하는 때도 분명 있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가해자가 이해를 바라는 뒷 목잡는 일들도 버젓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럴 경우 그저 내 탓이요, 내 마음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하겠소, 이런 태도는 당사자 본인에게는 물론이도 또 다른 피해자들을 양산할 아주 위험천만한 태도이다. 물론 저자나 강사가 이런 점을 몰랐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계속 읽어 나갔다.

 

“저도 무조건적인 포용을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권리를 주장할 땐 열심히 발언도 하고, 싸울 일이 생기면 최선을 다해 언쟁해야겠지요. 하지만 어떤 상황 하에서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대를 사랑과 연민으로 감싸 안으면서 맞대응하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원망하는 마음이나 독설, 폭력과 같은 모든 부정적인 에너지를 버려 내고서 말입니다.” 189

 

다행히 이 구절을 발견해서 안심이 일단 되었지만, 역시 넘사벽 느낌이 사라진 건 아니다. 당장 사랑과 연민으로 감싸 안는 일은 아직 요원하다. 다만 독설과 폭력은 지양할 수 있겠다 싶어 다행이다.

 

“어떤 힘겨운 일이 닥쳐오더라도 상대방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려 들면 안 됩니다.” 191

 

이것 역시 어려운 일일 것이나 일단 상대의 모든 것을 내 기준으로 다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고 빠른 비난도 삼갈 수는 있겠다.

 

인간은 절대 소외되지 않았다는 지독한 착각 속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외로움이 찾아오려는 순간 본능적으로 무언가에 심취한다는 것이지요. 그 무언가는...... (정신적 염증에 투입되는 )다양한 유형의 중독성 진통제들일 겁니다. 중략. 명상을 하다 보면 진통제 처방을 중단하는 학습 방법이 동원되곤 합니다. 일정 기간을 정해 놓고 자신이 가장 중독되어 있는 혹은 가장 민감해하는 무언가에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겁니다. 금촉 수련이라고 하는데 제가 가장 힘들어하는 과목입니다. 255

 

구체적인 항목은 다를지라도 나 역시 여러 중독사항들이 있다. 어찌 보면 반사회적이거나 불법을 감수하고라도 지속해야할 중독이 아니라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오랜 시간 이런 버릇이나 저런 마음의 의존 형태를 바꾸거나 없애고 싶다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 그렇듯이 그런 실행은 성공적이라 할 수 없이 지지부진하다. 그런 경우 역시 행동을 바꾸기 힘들고 작은 실패를 거듭하는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생각과 판단을 왜곡하는 일 또한 외부의 평가 없이도 자행한다. 그런 자신에게 실망하고 겉모습을 더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악순환도 발생한다.

 

책을 읽으며 생각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괜히 또 반복되는 심리적 좌절과 자괴감만 무거워지는 것이 아닌가 후회가 생기기도 했지만, 어려운 문제 해결의 기본은 다른 한편 늘 기본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저자 역시 자신의 경험을 특수하고 초월적인 것으로만 결론 내리지 않고, 결국은 이미 알고 있는 가장 성실하고 중요한 기본으로 마무리하는 느낌이다. 결국은 대단하고 특출한 비법이 아니라 평범하고 끈기있게 자신을 계속해서 바로 세우며 일상을 살아가는 일이 가장 힘이 많이 들고 그 과정에서 배움이 크다는 것.

 

호흡 공부는 안 했어도 세파에 시달리면서 수많은 고뇌와 마음앓이를 하신 분들이 첩첩산중인데 말입니다. 진정한 명상가들 말이지요.

 

선하고 올바른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되는 일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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