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1일 1페이지 시리즈
데이비드 키더.노아 D. 오펜하임 지음, 허성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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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철학과 환경학을 전공했고 문학이라면 아동문고부터 꾸준한 팬이고 아마추어 취미 수준의 피아노 첼로 연주를 좋아라하며 살고 있다. 전공과목들을 공부하는 학생일 때는 물론 남들처럼 소위 1차 서적들을 공들여 힘들여 읽었지만, 자연과학과 인문학과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공되지 않는 환경학을 직접 활용하지 않는 사회생활과 직장 생활을 하며 그런 방식의 독서들을 할 수 있는 사치스러운 기회는 점점 사라졌다. 어느 해 대학원 방학 시절 지도교수님이 <칸트의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를 함께 읽어 보자 추천하셨는데, 그 이유가 학교를 벗어나서 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기회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그 점이 안타까워 꼭 추천하고 싶은 도서이니 이 참에 방학이지만 시간을 마련하자 하신 제안이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칸트를 읽는 독서모임>을 새롭게 만들지 않는다면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싶다. 일단 간단한 인터넷 검색으로는 발견할 수 없었다.

 

이제는 매일 더욱 수동적인 방식으로 일상이 바뀌고 있어서,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일상의 평온함이 제발 부디 깨지지 않는 것이 되었고, 서글프게도 그런 일상에 체력의 대부분이 투입된다. 다시 본격적이고 집중적인 공부나 독서가 가능한 날이 다시 올까, 이미 노안으로 눈도 건조하고 침침하다. 이러다 내 노후는 오디오북에 의지하는 모습이 될 거란 생각도 가끔 한다. 게다가 예전에 몸과 마음을 바쳐 공부했던 내용들도 점점 흐려진다. 복기를 하지 않으니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아쉽고 허전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인문학이든 다른 분야든 ‘다이제스트’ 판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여전히 생각하지만, 구성에서 분야까지 최대한 꾸준히 독서하고 관심의 폭을 넓힐 수 있게 고심한 이 책의 목록을 보며 반가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읽은 내용들이라면 상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몰랐던 내용이라면 마침내 알게 되는 것이고, 흥미로운 내용이라면 아마 언젠가 해당도서를 찾아 읽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지 말고 읽어야 하는 상당히 엄격한 구성이다. 공부란 매일 빠지지 말고 하란 뜻인가 보다.^^ 한편 구성 상 순서에 전혀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조그맣고 귀여운 체크박스도 있다.

 

첫 번째 시도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인지부조화>였다. 1957년 스탠포드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이란 저서의 소개글이다.

 

우리는 과학자들이 인지라고 부르는 다양한 믿음과 개념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인지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 않다. 중략. 그러나 생각이나 행동들이 서로 관련되어 있을 때 우리는 그것들이 일관되어야 한다고 절실히 느낀다. 만일 일관되지 않고 모순이 생긴다면 정신이 견딜 수 없는 부조화 상태에 이른다. 정신이 다시 평형상태를 회복하도록 하기 위해 상충되는 생각이나 행동은 바뀌어야 한다. 대개 행동보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쉽기 때문에 우리는 아마 마음가짐을 바꿀 것이다. 중략.

 

담배 피우는 사람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말을 들을 때 인지 부조화를 겪는다. 한 가지 해결책은 담배를 끊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그 흡연자는 인지 부조화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담배에 대한 생각을 바꿀 공산이 크다. 예를 들어 긴장 완화나 체중 감소 같은 담배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기로 마음먹을 것이다.

 

신입생 신고식은 인지 부조화 원리에서 작용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첫 신고식이 가혹할수록 그 집단의 일원이 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는 신입생이 더 많았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노력 정당화 패러다임’이라 부른다.

 

페스팅거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돈을 받고 거짓말을 할 경우 자신이 한 거짓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돈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거짓말을 할 경우 종종 스스로 그 말을 믿는다. 돈을 받는다는 정당화 없이 거짓말을 하면 인지적 부조화를 겪기 때문에 자신이 한 거짓말을 믿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175

 

‘교양’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다양하겠지만, 나는 정보나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생각하는 방식이 그 틀을 채우는 지식이라는 내용 없이 자극을 받아 상정하고 폭넓어질 리는 만무하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짧은 시간을 마련하는 수고를 들여 가능하다면 다양한 분아의 지식을 읽고 익히는 일을 꾸준히 하는 일은 종합적 판단능력을 키우는 목표에 필수적인 과정일 것이다.

​적어도 이 책에는 365가지 분야의 지식 내용들이 소개되어 있다. 선별을 하는 수고에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으니 한편 안심이 되는 일이다. 많은 독자들이 재미와 결실을 모두 맛보고 즐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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