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Alaska) 일주 - 자연 그대로의 자연
이종호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페어뱅크스를 거쳐 다시 앵커리지까지,

1,800여 MILE(약 2,880KM)에 달하는 거리를

직접 차를 몰아 떠나는 일주 여행길.

 

책 전체가 사실들을 묘사하고 설명하고 기록하는 내용이며 이를 더 선명하게 하기 위한 사진들이 있다. 저자의 주장이 특별하게 드러나거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는 비유와 상징을 이용한 소위 글쓰기 기술도 없이 시종일관 담백하다. 물론 이런 표현들이 없어도, 적어도 내게는 ‘알래스카’라는 장소가 주는 특별한 느낌이 강해서 정신없이 구경하며 읽었다. 사진 한 장마다 글 한 문장마다 내게는 중요한 정보이고 기록이다.

 

오래 전 이곳에 사진을 찍으러 간다고 한 잘 웃는 좋은 친구가 있어, 알래스카의 역사도 자연환경도 정치사회에 대해서도 잘 모르면서도 그냥 먼 곳까지 가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곳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때의 상상보다 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거친 모습이다. 물론 흥미진진한 기후도 한 몫한다. 뜻밖에도 관광객들과 한국인 이민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듯해 조금 놀랐지만 상대적으로 ‘자연 그대로’의 여행을 원하는 예비 여행가들에게는 읽지 않고 모르는 것보다는 읽어서 알게 되는 편이 백만 배는 더 좋은 충실한 가이드와 같이 신뢰가 가는 좋은 책이다.

 

나이와 체력에 별반 비례관계가 없다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서글픔이 있지만, 그래도 46년생이신데 대단한 체력과 열정이시란 생각에 부러움을 살짝 뛰어넘는 질투가 느껴진다. 200일 전부터 여행을 준비해서 처음 가본 곳에서 17일 동안 직접 운전하는 자유여행! 점점 더 게을러져서 이제는 꼬맹이들 체험학습에 끼여 다니는듯한 기분의 짧은 인공적인 여행에 스을쩍 시간을 내주고 마는 내 처지에 이 책을 읽은 것이 궁금하지만 못 가본 곳을 비교적 생생하게 볼 수 있어 다행이었는지 마음이 뜨끔거리는 자학이었는지 어리석은 의문이 생길 지경이다.

 

그런 질투심에 사로잡힌(?!) 김에 한 가지 지적하자면, 내용이 적어도 내게 익숙하거나 기대한 여행기에서는 조금 다른 형식이라 마지막에 가서는 살짝 어리둥절했다는 점이다. 여행기란 여행지에서 혹은 여행을 하면서 혹은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하는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은 그런 내용을 참 드물게 찾아볼 수 있는 사진전 도록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물론 생생한 사진들에 넋을 놓고 오래 바라보긴 했지만, 다 읽고 나니 사진 설명을 열심히 들은 것같다. 저자가 글줄보다 사진에 더 느낌을 담아 올린 것이라면 감상이 얕은 독자로서의 내 탓이지만, 어쨌든 나는 언제나 언어로 하는 소통행위가 제일 쉽고 좋은 지라 저자의 생각과 감상을 문장으로 전달받고 이해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아마 이 점은 누군가에게는 장점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점이 될 것이다.

 

물론 200일의 수고스런 준비기간도 없이 17일의 운전 고행도 없이 한 발도 대딛지 않고 따뜻한 실내에서 무려 알래스카의 풍경을 사진으로 감상하는 일은 분명 행복한 일이었다. 덕분에 오래 전 사진을 찍으러 간 내 친구는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을 알아봐야겠다는 부지런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실제로 가게 되는 날까지 얼마나 즐거운 상상을 하는지는 내 몫으로 남는다. 저자가 오래 건강하게 즐겁게 가족들과 행복한 여행을 다니시길 진심으로 응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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