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문의 비극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5
고사카이 후보쿠 외 지음, 엄인경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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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아무나 읽어도 다 좋아할만한 추리소설은 흔치 않다개인적 판단이긴 하지만, 나로서는 [어느 가문의 비극]은 누구에게라도 위험 부담 없이 권해볼만한 작품이다. 적절한 트릭과 서사가 배치된 구성이 아주 영리하게 이야기의 균형을 잘 잡아 주어서 읽다보면 어느새 끝이 나는 마지막 장이 섭섭하기 그지없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결말은 비극이다. 안타깝지만 적절한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없었던 사연들과 멈출 수 있었지만 불가항력으로 작동했던 인간의 탐욕이 마구 뒤섞여 도달한 비극. 얽히고설킨 죄악도 진실도 결국엔 드러나는 법이고 그렇게 또다른 이 세상의 비극들이 전시된다.

 

어느 시대가 그런 어두운 장면들이 있지만, 특히 그 시대 쇼와 시대의 억지 자백이 당연시 되었던 시대에서, 불합리한 그 구조를 뚫고 이성적인 증거주의자,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경찰이 등장한다. 기가 막히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 당사자의 편에서 누구도 관심과 동정을 기울이지 않는 죽음을 해결하기고 한 그 용기가 쪼잔한 기성세대로서 자잘하게 살아가는 독자인 나로서는 감동적이다.

 

특권과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고

안일과 나태의 음탕함을 다 하던 오랜 세월이

이렇게 무서운 유혈 사건을 낳아버린 것입니다.

그것이 다카기 일족과 같은 사람들을 만들어낸 근본적 원인이 되었지요.

 

한 개인의 잔인함과 변태적 기지도 두려운 일이지만, 집중된 힘과 권력을 가진 이들의 집단적 잔인함은 한 여름의 열기 속에서도 가히 몸서리쳐지게 섬뜩한 일이다.

 

과연 그 시대만의 특수한 일이었는지, 오늘날엔 이런 종류의 잔인한 폭력과 범죄가 없는지 잠시 생각에 뜸을 들이다보면, 그야말로 사는 일이 두렵기만 하다.

 

가가미와 같은 용기 있는 사람이, 억울한 이의 희망이, 위안이 되지 못하는 나는 경외와 경애의 마음만을 보태면서 이 글을 읽었다.

 

조금만 덜 힘든 세상, 더 친절한 세상을 응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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