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의 섬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4
에도가와 란포 지음, 채숙향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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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후키야 세이이치로가 무슨 이유로 앞으로 써나갈 무서운 악행을 결심했는지, 그 동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또 설령 안다고 해도 이 이야기와는 별 관계가 없다.(...)

어쩌면 그는 선천적인 악인이었을지도 모른다

 

여름이면 언제나 파블로프의 개처럼 추리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주변에도 올 여름을 위한 추리소설들 권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얼마 전 태풍이 올라오던 날, 습기에 못 이겨 에어컨을 켜고 [도플갱어의 섬]을 읽다가 목덜미가 서늘해지고 오한이 드는 여름 밤 추리소설의 위력을 간만에 제대로 실감했다.

 

추리소설의 전개 장르와 형식이 워낙 다양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 읽는 재미와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긴 하지만, 치밀하고 과학적인 추리 전개 방식을 가진 탐정이 한 축에 있고, 그와 대조되는 기괴하고도 변태적이고 큰 슬픔이 깔려 있으면서도 지능과 기지가 남다른 범인이 있다면, 가히 태풍에 버금가는 오싹함을 느끼는데 부족하지 않다.

 

특히 최근 기억에 이 4편에 버금가는 작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걸 보니, 가능하면 많은 독자들이 이 각각의 단편이 뿜어내는 인간에 대한 폭로와 추리 대결의 열기를 놓치지 말고 올 여름에 만끽하길 권하고 싶다. 트릭과 반전이 겹치고 교차하여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끝을 놓칠지도 모르는 이 즐거운 게임에 흥미가 있는 독자라면 말이다.

 

그에 더해 현실은 늘 찐 고구마 백 개라도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은 열린 결말 따위의 혼란이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그야말로 통쾌상쾌유쾌명쾌의 사건해결을 보여준다.

 

그렇게 여름의 더위를 란포 소설의 열기로 몰아내다 보면,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올 것이고, 그때서야 독자들은 그 시원함말고도 란포가 얘기하고자했던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사색하는 선물 같은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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