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로 구워삶는 기술 - 세상에서 가장 짧고 쉬운 20가지 심리 법칙
로버트 치알디니.노아 골드스타인.스티브 마틴 지음, 박여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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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 삽화... 실제로 석쇠 위에서 누군가를 굽고 있다(충격과 통쾌함 공재!) 

 

남들은 아직 눈치 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안다,

.. 짜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제 그만 막! ! 짜증이 나는 대로 표현하며 살고 싶다는 그런 유혹이 매일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상은 벌써 백만 번쯤 했다.

그 와중에 이런 문구라니!ㅎㅎ

 

인간은 작은 것에 흔들리도록 설계되었다!”

"사람은 아주 작은 것에 휘둘리는 존재다."

"가는 말이 고우면 얕보고 참을 인이 세 번이면 호구되는 세상."

"손해 보지 않고 소외되지 않는 작지만 강력한 호구 해방의 심리학!"

 

예스는 인간관계를 꽃피운다. 더 배우고 탐구하도록 용기를 준다. 구상 중인 프로젝트에 청신호를 의미하기도 하고 기회를 보장해주기도 한다. ‘예스는 허락이다. 그리고 예스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동기, 즉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6

 

아마 그래서 인간은 종교를 필요로 하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증명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를 믿는다는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고 뭘 잘 안 믿는 내게는 이해 불가능한) 행위를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 서로서로 긍정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얻는 정서적 만족감은 가히 대단할 것이다.

 

(...) 진화적 연구에 의하면 상대방이 내게 가지는 고마운 마음이나 호감이 나의 신체적 건강과 정서적 행복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16

 

갈수록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정서적으로 우울해지는 이유가 노화란 자연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상대방이 고마워할만한 사회적 활동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을까. 여러 가지로 복잡한 마음이 드는 구절이다.

 

예스상호성’, 그리고 타인을 돕는 행위의 규범적, 윤리적, 철학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다 보니, 오래오래 전 삶의 방식이 불현 듯 떠올랐다


정말 오래전 이야기라 세대가 다른 이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내게도 이제는 마치 전생의 일처럼 느껴지는 대학시절, ‘선배선배라는 이유만으로, 늘 손해를 보고, 가끔은 자취/하숙월세를 털어 후배들을 먹이곤 했던 시절이 있다. 놀랍겠지만 진정 아무도 말리지 않았고, 그저 나도 선배가 되면 후배들에게 저 정도 희생은 해야 한다를 말없이 배웠다.


실제로, 현금을 빌리는 상황이 닥치면, 선배들은 으레, 꼭 나에게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살다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만나면 그들을 도우면서 사회에 환원하라!” 마치 정언명령처럼 들리는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빚 갚는 법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이 예시가 내가 선배들에게 막 현금을 빌리고 변제를 언젠가의 미래로 연기했다는 고백은 절대 아니다!)


세월이 좀 흘러 나는 가끔 그 월세는 어찌 해결되었는지, 그 후배들은 그 가르침을 이행하고 있는지, 그런 일들이 소소히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 어린 듯 젊은, 그래도 어떻게 살아야 좋은 세상인지 다 알았던 그런, 그리운 시절이 있었다.(이렇게 쓰고 보니 이제 정말 갈데없는 기성세대, 꼰대 같기도 하다...).

 

상호성의 원칙대로 행동하면 보통 자원의 교환을 통해 이해 당사자 모두가 더 큰 이익을 얻게 된다. 그 결과 더 많이 협동하고, 효율이 증대하고, 상호 이익이 되고, 관계가 더 오해 지속된다. 17


타인을 돕는 행위가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위한 행동이라는 말이 다소 냉소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열린 마음으로 자유롭게 베풀 때 상호성의 원칙은 스스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17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행위는 상대에게 같은 행동을 하도록 하는 일종의 사회적 의무감을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사회적 의무감이 형성된 분위기에서는 신세를 진 사람의 부탁에 예스라고 대답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긍정적인 대답을 이끌어내는 것은 인간의 마음 한편에 있는 양심의 결정보다는 상대에 대한 사회적 의무감인 경우가 더 많다. 17~18

 

나의 소비행태에 대한 힌트가 되는 구절도 보인다. 소득의 10%는 후원이나 기부로 할당하는데, 이외에도 간접적 후원이나 기부행위로 나온 물품을 구매하는 일이 잦은 이유는 내 소비에 감정의 여파가 실려 있기 때문이었나... 나쁘진 않다.

 

슬픈 감정에 빠진 구매자들은 중립적인 감정의 구매자보다 물건을 구매하는 데 약 30퍼센트 이상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를 보였다. 또한 슬픔에 빠진 판매자들은 중립적 감정의 판매자가 제시한 판매가격의 3분의 1 정도에 판매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런 결정은 자신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듯했다. 아무도 자신들에게 남은 슬픈 감정의 여파가 그렇게 깊은 줄 알지 못했다. 55~56

 

나는 현실에서 아래의 예처럼 이런 부탁의 선후 발언을 아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가끔 그런 행위의 순간을 목격할 때면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감탄이 나올 때도 있다. 그 행위자가 이런 원리를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악용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의도가 선하고 결과가 윈윈(winwin)이라면, 공리주의에 다소 호의를 가진 나로서는, 굳이 칸트적 도덕규칙을 응용할 의지는 없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악용하지는 말자.

 

한 연구에서는 누군가 나에 관해 칭찬을 한 직후 부탁을 하면 그 부탁에 더욱 호의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부탁을 하는 사람이 평소 내가 얼마나 호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인지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확률이 높아졌다. 부탁을 하는 사람은 그 대상에게서 좋은 점을 찾아 칭찬이라고 하는 수단으로 그것을 보여줌으로써 설득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었다. 116~117

 

가독성은 좋지만, 나의 독해 능력의 부족인지, 이 즈음에 와서는 전술적으로 다소 헷갈리는 면이 없지 않다. 긍정의 화법, 의미전달을 주요 전술로 사용하는 것이 이후 확장될 사회적 호혜성과 상호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으로 쭉 끌어온 것 같은데, 작은 공포의 전략을 예시로 들고 있다. 예를 들면,

 

연구 팀은 각 가정에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을 소개한 안내서를 나눠주었다. 이 안내서는 다 똑같았지만 딱 한 문장만 달랐다. 절반의 안내서에는 소개한 방법대로 하면 전기세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썼고, 나머지 절반에는 이 방법대로 하지 않으면 매일 조금씩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 한 문장의 효과는 매우 즉각적이고도 크게 나타났다.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받은 가정보다 매일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안내문을 받은 가정이 두 배 가까이 지침을 실천했다. 설득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 명확해졌다. 162

 

그렇다면, 설득의 전략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애초에 상황에 따른 빠른 대응이 필요한 유동성이 결국은 답이라면,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글쎄... 아무래도 가장 힘이 센 것은 진심이라는 나의 낡고 고집스런 믿음이 결국에는 끝까지 남는다. 그래도, 모쪼록, 기술의 효용과 연마에 뛰어난 독자들은 개인 간, 사회 전체의 평화와 의사소통을 위해 의도도 결과도 소위 윈윈(winwin)’인 방식을 고집해 주기를 바란다.


나는 늘 언제나 꿈이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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