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의 디테일 - 하고 싶은 말을 센스 있게
강미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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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나의 마음보다 남의 마음을 더 많이 살피는 것.

 

순전히 운이 좋아 눈치가 없는, 삶을 살았다.

첫째로 태어난 것도 있고, 가족들 내 의견/분쟁 조정이 잦은 환경도 아니었다.

그런 성격이 학교/직장에서도 이어져 가십의 최종 인식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싫은 건 할 재주가 없으니 못한다고 바로 말하고,

남의 일에 대부분 무심한 편이니 평균보다 스트레스 받는 지수가 밑돌 것이고,

남과 싸우는 일이 거의/전혀 없어 갈등 조정 능력은 아마 밑바닥일 것이다.

 

그러니 막말/폭력/살해로 이어지는 사건 소식을 접하면, 왜 그렇게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은 적이 많았다. 좀 더 젊을 때는 젊어서 복잡다단한 삶의 실재를 몰라 그런가 했지만, 나이가 좀 더 든 지금도, 그런 극단으로 서로의 삶을 망치는 결론보다는, 역시 그런 대상/사건들에서 자신을/서로는 분리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그래야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그러나 그 과정 또한 얼마나 막막하고 고단하고 지난할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충분한 고민과 진지한 책임감이 동반된 숙고라고 봐주기는 힘들 것이다.


모든 인류를 만난 본 것은 아니니 뭐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우리 대부분은 초능력자가 아니고 따라서 정확한 의사소통 행위를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나는 늘 언어를 통한 소통이 가장 쉽고 명확하다고 믿는 지라, 구화이든 문장이든, 한번쯤 생각을 통해 정리되어 전반적 내용을 포함한 총체적 의사소통을 선호한다. 아마 카톡을 하지 않는 이유도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한 구절에 한 정보씩 전하는 산만한 내용 전달을 도무지 견딜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육하원칙까지는 아닐 지라도, 나와 상대의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 방법은 일회에 표현/전달 가능한 모든 정보를 포함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런 심정을 바탕으로 이 책을 읽어 나가니, 적어도 소통법관계에 관한 한 내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한번쯤 정리하고 다듬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다른 이들이 고민하는 바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상기해보는 좋은 기회도 되었다. 언제나 갑을병정 다층적 위계 관계가 자동 성립되는 이런 권위적인 사회에서, 할 말 다하고 산다는 건 그야말로 대통령도 누릴 수 없는 삶일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없어 보일까?’

나를 무례하다고 생각할까?’

불편한 마음을 얘기했다가 공연히 피해를 보거나 관계가 나빠지게 될까

 

한권의 책을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순서대로 읽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파트별 내용을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부터 살펴보아도 좋을 것이다. 놀랍게도 31개의 디테일한 소통법이 소개되어 있다(봉테일이 불현듯 떠오르는 순간!). 또한 마지막 셀프코칭 노트 마치 간단한 자가 실습을 하는 재미를 준다.

 

디테일 원칙 1. 자기표현이 어려울 때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나를 알아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다룬다.


디테일 원칙 2. 섬세하고 영리하게 대화를 리드하는 법

불편한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말하는, 상황별 대응 방법을 알려준다.


디테일 원칙 3. 분명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법

구체적 예시를 통해 솔직하고 지혜로운 소통의 법칙에 대해 설명한다.


디테일 원칙 4. 사소한 말 한마디로 호감을 얻는 법

유연하고 인간미 있는 한마디로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법을 알려준다.


Bonus part. 대화가 쉬워지는 셀프코칭 노트

나의 대화법을 점검하는 워크북으로, 표현력을 키우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자신감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준비하고 단련된 만큼 보여줄 수 있는 것, 내 안에 쌓인 내공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스피치 코칭을 하면서 자신감이 없어 고민이라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내가 첫 번째로 하는 것은 같이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36


참고 참다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 연인, 상사의 만행에 찍소리도 안 하고 참다가 어느 날 사표를 내미는 직원, 참고 살다가 갑자기 폭발해 그동안 쌓인 것을 모두 토해내는 배우자 등. 이런 사람들의 극적인 행동에 상대도 놀라 상처를 받게 된다. ‘내가 져주고 말지라며 관계와 대화를 승패로 생각하거나, ‘내가 참아야 갈등이 없지’, ‘누군가는 희생해야지라고 흑백논리로 생각하는 것은 유연성이 없는 경직된 관계 방식이다. 이들의 대화법은 참거나, 확 지르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참다가 병이 나거나 욱해서 관계가 깨진다. 이런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건강하지 못하다. 더 나아가 위험하다. 내가 굳이 이기거나 지지 않아도 나의 생각을 부드럽게 전할 수 있고, 입 꾹 다물며 참지 않아도 내 의견을 조곤조곤 이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게 참고 참다가 한 번에 터뜨리는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길이다. 135-136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깊은 관심을 갖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대를 만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숱한 시도를 해보며 깨달은 것은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경청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어딜 가나 항상 말하는 사람은 항상 말하고, 항상 듣는 사람은 항상 듣는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의 입을 막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차라리 듣기만 했던 사람이 입을 열어보자. 149


위트는 고단수 커뮤니케이션이다. 불편한 상황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넘어가는 것, 상대의 예민함을 넉살 좋게 품어버리는 것, 누군가의 실수를 센스 있게 덮어주는 것이다. 나의 위트로 인해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맛본 이는 위트에 더 욕심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백 퍼센트 성공하는 타자는 없는 법. 위트가 먹히지 않거나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상황도 감내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3할만 쳐도 훌륭한 타자라 하지 않나. 위트가 필요한 순간에 주저 말고 방망이를 휘둘러보자. 내 말에 상대가 웃는 기쁨을 맛보면 종종 홈런도 치게 될 것이다. 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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