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노래 창비 노랫말 그림책
유희열 지음, 천유주 그림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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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야흐로 5월 가정의 달, '어린이날'은 이미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었다. 그 주말 약속과 일정과 기대를 조율하느라 실은 이번 주 내내 전화도 마음도 기분도 분주했다. 그러고 나면 숨 쉴 틈 없이 '어버이날', '스승의 날', '생일' 등이 잇달아 온다. 이런 캘린더주의에 맞추는 삶이 끔찍하기 하지만, 아이들과 노인들이 있는 가정에서 섭섭한 분위기 없이 공감하고 이벤트 없는 평안한 날을 보내는 것은 신급 스킬이다.


그렇다면, 이왕 치러야 하는 것, 선물이라도 '좀 덜 쓸모없고,' '좀 덜 상업적이고,' '좀 더 마음이 담기고,' '좀 덜 시간과 비용이 아까운' 품목이 없나 하는 마음의 타협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 '매년' 인기는 없지만, 아름다운 책, 공감할 수 있는 공연, 관광지가 아닌 느긋한 여행 등을 제안하곤 하는데, 이번엔 9년 전 눈부신 봄,5월에 태어난 막내 꼬맹이의 지원을 기대하며 이 책을 골랐다. 막상, 이젠 시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지셔서 큰글자 책만 잠깐씩 볼 수 있는 부모님이 더 좋아하실 지도.

 

꽃보다 아름다운 그림이 가득하고 따뜻한 마음도 한 가득 담겼고, [딸에게 보내는 노래]라는 노래도 있는, 이 책은 화환보다는 적어도 좋은 선물일 것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처음 살고 있는 그대들에게 바칩니다(유희열)

아이 덕분에 새로운 세상에 초대받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천유주)

 

예전, 꽤 오랫동안,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노래가 불릴 때면, 좋아하며 박수치고 따라 부르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매번, "뻥치시네, 꽃이 더 아름답지!"라고 진심을 다해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보석들, 세상에 사람보다 아름다운 것 천지였다.


그런데...

꼬맹이들이 태어나고, 처음 눈을 마주치고, 그 조그맣지만 완벽한 모습을 보고, 나는 "진심으로 진심으로"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워~" 신봉자가 되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존재들이 있구나~ 개안을 한 것은 물론, 늘 부러워하였지만 불가능했던 "사랑에 빠지는 일"도 겪었다. 출근길, 횡단보도 앞, 승강기 안, 침대 속, 어디서든 꼬맹이 모습이 떠오르고, 뭐라도 나쁜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심장이 터질 듯 뛰기로 했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지 못한 자책이 무겁게 밀려들고, 그 모습이 떠오르면 언제든 진심으로 웃을 수 있게 되었다그야말로, 고단함도 괴로움도 물리치는 실패 없는 막강 엔돌핀이 매일 새롭게 업데이트 되는 일상이 생긴 것이었다.

 

그런 마음을 생각하면 누군들 세상에 새로 찾아온 '이 작은 생명'에게 진심을 담아 사랑과 축복을 전해 주고 싶지 않을까. 한 장면 한 장면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그야말로 영원한 생명을 얻은 추억이 된다.

 

천유주님은 이 책에 빛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들을 차곡차곡 그려 담아 주었다.

"엄마의 눈부신 젊은 날은 너란 꽃을 피게 했단다 너란 꿈을 피게 됐단다"

 

세상 힘든 일이 육아지만, 세상 제일인 '모든 순간들'도 그 시간에 있다고 믿는다. 울었던 기억만 말고 행복한 기억들이 더 오래 남길, 새로 태어난 생명, 나이 드신 부모님, 엄마, 아빠, 이모, 고모, 오빠, 언니, 모든 이들에게 축하와 감사와, 따뜻한 기억과, 사랑과 힘이 되는 노래로 만나게 되길 바란다서로서로 좀 더 알아주고 위로해주고 위안이 되어 주는 그런 시간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음의 장면이 생각났다.

그가 있어 '눈이 부시게' 행복한 날들이 늘어난 것은 확실하다.

감사합니다. 당신.

 

 

삶은 때로는 불행했고 때로는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백상예술대상. 김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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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 노랫말 그림책 시리즈: 한국 대중가요를 그림책을 펴내는 시리즈. 

* [딸에게 보내는 노래](2007년 발표, 토이 6[Thank you]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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