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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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기온이 조금 내려간 것 같고 적요해 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도심지 한 귀퉁이 빌딩의 돌 색깔에 파란 기운이 내려앉아 도드라져 보인다. 가로수도 외로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라는 말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 모서리에 홀로 노닐고 있는 이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 말에서는 다른 이들이 별로 주의 깊게 듣지 않을 것이라고 혼자 단정해 버린 이의 목소리가 숨겨져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말 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 느껴진다.  

러닝에 대해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소설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리듬에 대한 이야기, 리추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랑스러운 포니테일을 휘날리며 호전적인 다리를 힘차게 내딛는 이들의 리듬이 있는 반면에 반짝반짝 빛나지 않는 소박한 이들의 리듬도 있다. 사람들 각자 다른 페이스 다른 리듬 다른 시간성이 있다. 분함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매년 한번씩 마라톤 풀 코스를 달리는 그의 습관에서 가래떡 같은 시간에 대나무 마디 같은 것을 생성시키려는 그만의 리추얼을 확인할 수도 있다. 축 늘어진 시간에 어떤 마디를 스스로의 리듬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지순간 서늘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 제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이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하고 싶은이라는 말이 아닌지다시 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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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만 레이 등 미국 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들 80여점을 전시해 놓았다.
일상 속의 오브제. 라는 주제로 휘트니미술관의 소장 작품들 중 일부를 만날 수 있는 기회여서 보러 갔다. 주말이어서 사람들 많았고..

별로 할 말이 없는데, 앤디 워홀 류의 현대 미술은 사람을 별로 할 말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작품에 딸린 해석들은 멋있기 그지 없지만 어쨌든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초 이상은 아깝다. 틀림없이 그 작품들이 나왔을 때는 신선하고 시대의 조류를 바꾸는 작품들이었겠지만 지금은 새롭지도 신기하지도 어메이징 하지도 않다. 하긴 그런 반응들을 원한 것도 아니었을테지만. 그래도 마리솔의 『여인과 강아지』는 좋았다. 깔끔하고 사뭇 유머스럽다.

팝아트와 다다 중심의 전시가 3개 관에서 있었고 마지막 1개 관은 특별전으로 미국미술의 시작. 이라는 섹션였는데, 몇 작품 안돼도 여기 전시된 작품들이 맘에 든다. 조지아 오키프와 에드워드 호퍼 작품 각 하나. 특히 에드워드 호퍼의 『해질녘의 철로』는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상하게도 이 작품을 보는데 추사의 세한도가 떠올랐다. 하나는 강렬한 석양을 배경으로 어두운 철로와 초소처럼 생긴 관제실(?) 그리고 전봇대처럼 생긴 기둥(전봇대라기 보다는 기찻길에 서 있는 화살표 막대로 된 신호등처럼 보인다)을 그렸고, 하나는 빈 공간에 소나무 몇 그루, 집 한 채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다. 둘이 사뭇 잘 어울린다. 멋있는 쓸쓸함 이랄까.  
50대 후반의 김정희와 40대 후반의 에드워드 호퍼가 그려낸 삶의 풍경은 세상을 알아버린 사내들의 외로움.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자작한 감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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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발상에서 좋은 문장까지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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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위해 읽은 것은 아니다. 잘 읽고 싶어 읽었다작가로서의 나를 원한적은 없다. 훌륭한 독자로서의 나를 원한적은 많다. 읽은 책들이 한 권 한 권 누적될 때마다, 느껴지는 회의감과 거리감도 그만큼 커질 때가 많았다. 제대로 잘 읽은 것인가?  

책 한 권은 한 명의 사람이다. 책에서도 진심을 느끼고 싶다어느 책이든 진심은 있다. 설풋 지나가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 그리워하는 연인이, 친구가 되고 싶다. 그래서 책의 진심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압축과 비약에 대한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삶은 압축되지 않고, 될 수 없고, 비약할 수도 없다. 강물 속으로 몸을 밀어 넣어야 한다. 그리하여 물이 당신의 몸속으로 스미게 해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내 태도는 이랬다. ‘그래서 네가 느끼고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게 도대체 뭔데?’  책들이 자질구레하고 지리멸렬한 것들을 지나가듯 잡담하듯 풀어 나갈 때, 생각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이 그 자질구레함과 지리멸렬함 안에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펜싱을 하듯 그 본질 한 가운데를 정확히 찌를 수 있기만을 바랐다. 이승우가 얘기했듯 숲에서 성으로 곧장 날아가기만을 바랐을 뿐이었다.  

강물 속으로 몸을 밀어 넣어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조금 더 전진한 것 같다. 이제 나는 그 자질구레함과 지리멸렬한 것들. 세부적이고 자잘한 것들에도 눈 돌릴 줄 알게 되었다. 그래. 예전보다는 강물 속으로 몸을 밀어 넣을 때가 많아 졌어. 나침반의 바늘이 조금은 이동한 것이 느껴졌다. 이승우의 글은 내가 가는 방향에 대해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독서를 하는 태도는 독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은 더욱더 확실해지는 경험칙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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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헌터
이반 로딕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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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꽂이에 컬러가 필요하다. 그게 내가 나랑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트리트 패션 화보집을 구입한 이유다. 쿠켄이나 바&다이닝 같은 요리/음식 월간지를 때때로 사 보는 것도 다 컬러 때문이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사는 이유도 아주 근본적으로는 컬러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컬러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패턴도 있다. 즉 컬러&패턴. 이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이 책을 산 것이다.  

e북이 딱 하나 마음에 안 드는 이유도 책이라는 물건에서 거의 유일하게 컬러를 드러내는 표지 조차 흑백으로 처리한다는 점일 만큼 시각적 짜릿함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컬러 킨들이 나오기 전 까진 그래서 관심이 없다.  

이반 로딕의 패션 사진은 확실히 사토리얼리스트의 스콧 슈만의 패션 사진과 취향이 다르구나 싶었다. 스콧 슈만은 정장이 많고 나이든 모델들이 많았던 반면 이반 로딕은 빈티지 풍의 옷들을 입은 모델들이 더 눈에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사진 자체만 보면, 이반 로딕은 모델의 머리 윗부분이 사진의 가장자리와 거의 맞붙을 정도로 꽉 차게 찍은 사진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스콧 슈만의 사진이 전신을 가장자리와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찍은 것과 대조적이다. 아마 이것이 이 두 사진가가 찍은 패션들이 사람들에게 허용하는 거리감의 정도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람들은 옷과 액세서리, 구두 등을 통해 다른 사람과 자기 사이에 두고 싶은 거리감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패션사진들이 증명하고 있다.  

사토리얼리스트의 표지를 장식했던 멋진 모델이 페이스헌터에도 등장한다. 은근 반갑네. 페이스헌터의 표지 모델도 멋지지만, 사토리얼리스트 표지 모델의 존재감이 더 두드러진다. 요것도 개인 취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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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에세이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도 나처럼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도 일대일로 술을 함께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술을 잘하든 못하든 남자든 여자든 어리든 나이 들었든 술잔을 함께 기울여 보지 않은 사람과는 친해질 수가 없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들과 만나서 서로의 주흥을 즐길 수 있었던 시간들은 점차 축소되어 갔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키우기 바쁜 또래 지인들과의 만남은 점차 그 인터벌이 띄엄띄엄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젠 시간이 또 더 흘러서 지인들의 아이들도 지들 나름대로 뛰어 놀 수 있게 되어 시간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이젠 그네들의 관심은 건강, 골프 등으로 옮겨져 술을 잘 하지 않게들 되어 버렸다. 이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체념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운 마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그때 그 언젠가부터 집에 혼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언제나 330밀리 두 병을 사와 TV를 보면서 아니면 음악을 들으며 마시고 샤워하고 잠드는 것이 즐거운 취미가 되었다. 다른 술들은 혼자서 즐길 수가 없다. 소주는 딱 한 번 혼자서 마셔봤다. 혼자 즐길 수 있는 술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거의 독이었다. 와인은 한 번 따면 다 마셔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는데 양으로는 혼자 마셔도 될 듯 싶어도 실제 마셔보면 혼자 반 병 이상 마시는 것은 무리다. 위스키나 브랜디는 기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고량주는 중국음식이 없으면 곤란하고, 사케도 일본식 주점이 아니면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베스트는 맥주. 깔끔하면서도 쌉싸름하고 풍미도 느껴지는 그것이 그래서 내 베스트 프렌드인 것이다.  

처음으로 좋아했던 맥주는 버드와이저, 그 다음이 하이네켄인데 이게 내 베스트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사히 수퍼드라이도 많이 즐기게 됐다. 호프집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경우는 체코나 독일식 맥주를 많이 즐기게 되는데, 편의점에서는 그쪽 맥주가 잘 구비되어 있지 않아 아쉽다.  

엊저녁에는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셋 말고, 호프집이나 음식점에서나 마셔본 필스너 우르켈과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를 구하기 위해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들렀는데, 이런없다. 다른 건 다 있던데 어쩜 이 두 가지만 쏙 빠져있는지.. 큰 맘 먹고 갔는데 정말 허탈..  

혼자인 사람들. 강아지를 친구로 둔 사람들도 있고 친구들을 무지막지 불러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게는 맥주가 든든한 친구다. 아 시원하게 한 병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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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토리 2011-06-29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산토리 신세게에서 파나여? 병맥보다 생맥에 맛을 들여 요즘은 논현동 이자카야 도쿄에서 그나마 젤 싼거같아서 생맥 1만원주구 먹으러 자주가는데.. 산토리두 하이네켄처럼 드래프트5리터 같은거 마트에서 팔았음 좋겠어여. 생맥드셔보세여. 정말 맛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