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에 Keane의 <<Strangeland>>와 Linkin Park의 <<Living Things>> , 그리고 Brad Mehldau Trio의 <<Ode>>를 CD로 구입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새 이 주문을 통해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 초청 이벤트에 응모가 되었었나 보다. 열흘 전쯤에 초청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SMS를 받고 깜짝 놀랐다.

 

바로 그 SMS 받기 한 30여분 전에, 이번 달 팀 회식을 영화 보고 맥주 마시기로 결정했는데 하필 그날이 25일 수요일로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 공연과 겹쳤다. 뭐. 고민은 길지 않았다. 거의 즉각적이었는데, 팀 회식 날짜를 팀원들의 여름휴가 일정 때문에 바꿀수도 없었으니 할 수 없지. 나만 빠질수 밖에. 브래드 멜다우 공연을 포기할 순 없잖아.

 

베이스(레리 그레나디어)를 가운데로 하고 청중쪽에서 봤을 때 좌측에 피아노(브래드 멜다우)가 우측에 드럼(제프 발라드)이 자리를 잡았다. 나로서는 인상적이었는데, 드럼이 위압적인 자리를 벗어나 참으로 인간적인 자리를 차지한 것 같아서였다. 더군다나 다른 공연에서 드럼 자리는 무대보다 한 두 계단 정도 더 올라가게 셋팅된 것을 많이 봤는데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의 공연에서 드럼은 피아노와 동일한 위계(즉 그냥 무대 평면 위)였고.. 그래서 그런지 지음(知音)이라는 (이제는 거의 잊혀진 듯한) 낱말이 새삼 떠올랐다.

 

귀를 쫑끗 세우고 가만히 연주를 듣는다. 어느 순간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고 손가락은 절로 투드툭 무릎을 치고 있었고 어깨는 슬금슬금 들썩였다. 청중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것이 이런 것. 좋다. 일 때문에 뭉쳐있던 어깨근육이 모두 풀렸다. 좋다. 

 

뉴욕의 블루노트 같은 데서 듣기를 희망하기도 했었지만.. 서울에서도 좋구나. 

 

공연이 끝났고 싸인회를 진행한다고 했는데,,, 싸인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다시 동료들이 있는데로 출발했다. 팀 동료들도 마침 영화를 끝냈고(도둑들을 봤다), 호프집에 제때 합류할 수 있었다. 멋진 음악, 기분 좋은 연주, 몇몇 좋은 얼굴들, 그리고 시원한 맥주. 그거면 됐지. 뭐.

 

 

 

덧) To.

     함께 봤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다음에 좋은 뮤지션 오면 그때 함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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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7-26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가는 지하철을 간발의 차이로 놓쳐서 짜증 가득했는데, 드림아웃님의 이 글 때문에 괜찮아졌어요. 좋잖아요, 정말로요. 크리스마스 같은 기분의 페이퍼에요.

다락방 2012-07-26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분이나 기다려야 8호선이 온답니다, 글쎄!!!!!!!!!!!!!!

라로 2012-07-26 23:1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스맛폰으로 댓글 다셨구나!! ㅎㅎㅎ
저 오늘 다락방님 생각했는데요, [노 맨스 랜드]라는 소설에 대한 간단한 서평을 읽고 이 책을 다락방 님이 읽으셨다면 정말 좋은 페이퍼가 나올 텐데, 라는 생각요.
그런데 여기 드림아웃님 서재에서 뵙네요.^^;;

저 드림아웃님 서재 처음인데 다락방님께 막 인사하고 좀 웃겨요;;;

다락방 2012-07-27 08:3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어제 오전에 뤼야님 페이퍼 보고서 그 책 알았어요. 지금 이 댓글 읽고 다시 검색해보니 청소년 소설인가봐요. 보고싶어졌어요. 좋은 페이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요. 일단 보관함에 넣어두고 내년에 사야겠어요. 전 이제 남은 2012년에는 책을 안살거라.. ( ")

dreamout 2012-07-28 09: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라로 2012-07-2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부러워요!! CD구입에도 그런 이벤트가 있군요,,,반갑습니다.^^

dreamout 2012-07-28 09:5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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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게 비추는 물리적인 거울보다 떨어진 물방울에 잔물결 친 수면이 더 진한 것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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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7월호의 앞 부분(뒤는 아직 보지 않아서)에 눈에 띄는 기사가 두 개 있었다. “그리스 사태에 떠는 독일 퇴직자들”. 그리스 사태로 인해 그리스를 떠나 다른 유럽으로 이주하는 이들의 모습은 TV를 통해 여러 번 접했었다. 이 기사는 그와 반대로 EU의 부자나라 독일인들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인들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분위기가 높을 줄은 짐작했지만 그 정도가 상당히 심각한 모양이다. 펠로폰네소스의 사기꾼. 이게 그들의 그리스에 대한 평가다. 독일인들의 62%가 어떤 형태의 그리스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는 의견을 갖고 있다 하니(38%나 찬성했다는 것이 오히려 놀랄만한 일인가..) 알만하다. 그런데 기사를 좀 더 보니 독일인들(그 중에서도 보통 사람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독일인들 1,300만 명이 가입해 있는 적립식연금제의 운명이 유럽의 경제사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서 그들의 미래 또한 흔들리고 있다고 하니. . TV에서 본 그리스 사태의 문제 핵심 중 하나가 구멍 난 징세였다. 부자들의 꼼수와 관료들과의 부패 연결 고리 때문에 부자들에게는 제대로 세금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실업자로 굴러 떨어져 고통을 당하는 것은 중산층 이하 사람들이다. 그리스 사람 전부가 사기꾼 일리야 없으니, 저 일부 사기꾼들 때문에 독일의 중산층 이하 사람들도 피해를 보게 되었다.  그리스, 독일 이라는 경계선을 지워 버리면 결국 그리스 사태로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는 유럽 전체의 중산층 이하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뺏어 부자들이 싸질러 놓은 자리를 치워줘야 하는 꼬락서니다. IMF 시기의 한국과 똑같다. 실업의 공포, 연금 고갈의 공포.

 

12면에는 마약과의 전쟁, 카르텔 앞에서 뒷걸음질치는 멕시코”. 마약조직의 폭력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수도에서조차 수십 명의 목이나 몸의 일부분이 잘린 주검들이 발견되고 장관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불에 탄 채 발견되는 등. 2006 12월부터 2011 6월까지 마약조직에 의해 사망한 군인경찰 인력이 2,888명 이라고 하니. . 정말 알만하다. 공권력과 결탁해 부정부패도 도를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를 조롱하는 수준을 훨씬 초월해서 공권력보다 더 강력한 폭력으로 나라 전체가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폭력의 일상화’. 그야말로 끔찍하다. 오죽하면 미국의 마약단속국(DEA)이 사후승인제 형식으로 멕시코 영토에서 직접 단속 활동을 벌이게 열어줬을까? 알만하다. 그런데 여기도 웃기는 역설이 있다. 그 마약조직들은 어디서 돈과 무기를 얻었을까? 미국에서 소비된 코카인의 95%가 멕시코를 경유해 들어왔다고 한다. 결국 돈줄은 미국이다. 미국의 코카인 소비가 멕시코의 마약갱들이 저런 미친 짓거리를 계속해 나갈 수 있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엊그제 시리아의 국방장관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들이 인간폭탄에 의해 사망했다는 뉴스를 봤다. 그 장관과 차관들.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이들의 이름은 뉴스에 상세히 나왔지만, ‘인간폭탄역할을 맡았던 경호원에 대해선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말 그대로 산화했을 그 사람에 대해 뉴스는 무관심 했다. 그리스, 독일, 멕시코, 시리아. 거기서 피해를 보고 미래를 걱정하고 목숨을 잃고 목숨을 버린 사람들. 역시나 알게 모르게 무시를 당하고 있다. 아직도 그 자리 거기에서 방값 걱정과 끼니 걱정, 목숨 걱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게 이 책 <<도주론>>과 무슨 관계가 있나.

들뢰즈-가타리의 텍스트와 마르크스의 텍스트에서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활기와 (일종의) 경쾌함에 대한 대화를 나눈 글들을 읽으며, 나는 이중의 기분에 휩싸였다.

하나는 들뢰즈-가타리 철학이 품고 있는 모종의 그 유쾌함을 그리스, 멕시코, 시리아 이들 장소의 사람들도 해 나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 가능성을 궁리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해 보았다. 둘은 [마르크스, 화폐, 언어 가라타니 고진, 이와이 카츠히토, 아사다 아키라]라는 챕터에서 느꼈는데, 이들 세 남자가 철학개념을 갖고 노는 모습이 사진에 처음 빠졌을 때 사진보다 카메라나 렌즈의 기능과 메이커에 열광했던 내 모습과 오버랩 되어. 결국 자기들만의 상자 속에서만 노닥거리는 철학자들 이라는 이미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바꿀 수 있는 일반대중에게까지 동의된 철학개념을 만들어 세계를 변혁하고자 하는 열망을 품은 이들의 이미지가 겹치면서, 모든 이미지들에 붙어있는 대립하는 사유들을 떠올렸다. 그리스와 독일이 멕시코와 미국이 시리아의 인간폭탄과 인간폭탄 역할을 했을 뿐인 사람이 떠올랐다. 야성의 사유, 탈주의 용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고, 궁리해 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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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타는 것을 전혀 꺼려하지 않는 여자와 웬만하면 택시를 안타는 여자. 내가 아는 여성들을 이렇게 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혜윤PD는 전자에 속하는 것 같고 더군다나 직업정신의 발로인지 어떤지 택시기사와 얘기를 나누는 것도 전혀 꺼려하지 않는 것 같다.

 

여기, 잠깐 등장하는 두 명의 택시기사와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택시기사 할아버님이 있다. 첫 번째 기사 분은 LA다저스 구장에 가서 박찬호가 공을 던지는 나이트 게임을 보고 싶어하던 한 승객(일흔이 넘으신 것 같은 할머니)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 할머님은 경기장 펜스 밖으로 날아가는 야구공만큼 아름다운 것은 본 적이 없어라고 하셨다지. 두 번째 기사 분은 한 밤중에 재즈 라디오 프로그램을 즐겨 듣는 분. ‘이것들은 속도 없나하며 찡하니 외로운데 금세 신나서 떠들썩해지는재즈만의 특징을 기차게 잡아챈다. 첫 번째는 손님의 얘기들 저자에게 전한 것이고, 두 번째는 기사 자신의 애환과 취향을 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택시 기사 분은 연세가 아주 많으신 한국 최초의 택시기사 할아버님이다. 희귀 병에 잇몸이 다 녹아내려 제대로 말을 못하시던 분. 명동성당 앞 옛 중앙극장 자리로 가는 도중 옛 기억이 떠올라 지난 시절 연인에 대한 그리움에 울먹이시던. 그 분 성함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 저자에게 작게 부를 수 없는 이름이니까. 크게 불러야 하는 이름이니까. 맘속에 담고 있다가 죽을 때 부를래.’ 하시던. 병 때문에 이제는 큰소리로 말할 수 없게 된 할아버지 기사 분. 돌아가고픈, 사랑하고픈 꿈을 보여주신 분. 이 분들 꼭 책 같다. 택시 기사 한 분 한 분이 모두 아주 좋은 책 같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자 왠지 나도 모르게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강의하듯 써 내려간 글들이어서 그런지 이전의 복잡한 감정의 미묘함을 전하던 문장들은 많이 보이지 않고 쉽고 분명하게 와 닿는 문장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괜찮다. 마지막으로, 책 후반부에 또 한 명의 기사님이 등장한다. 이번엔 버스기사. 나중엔 다른 내용은 한 개도 기억 못하고 기사 네 분만 기억날 듯.

 

 

 

<다독술이 답이다>의 저자 마쓰오카 세이고의 천야천권프로젝트가 부러웠고 아주 멋진 기획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더군다나 이 천일 동안 읽은 천 권은 모두 이전에 한 번은 읽었던 책들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었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의 저자 니나 상코비치의 기획도 이와 버금가는 멋진 기획이다. 1 365일 동안, 하루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음 날 블로그에 독서 리뷰 남기기. 거기다 모두 안 읽은 책으로, 그리고 다시 거기다 한 명의 저자에 딱 한 권. 365일 동안 365권의 책을 읽음과 동시에 최소 365(공저자가 있을 지 모르니) 이상의 작가들을 만나는 프로젝트다. 이 기획 자체가 주는 매력이 이 책이 갖는 매력의 거의 80%를 차지한다. 그런 기획을 하고 그것을 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뜨겁게 만든다.

 

 

 

 

백 삼사십 석 정도의 작은 영화관에서 열댓 명의 다른 관객들과 오늘 함께 봤다. 관객이 별로 없어 썰렁한 영화가 있는 반면, 적어서 좋은 영화도 있다. 이 영화는 후자다. 이미지뿐 아니라 음악까지 매력적이다. 올해 <화차>를 봤고,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다. 작년에는 한 번도 극장에 안 갔다. 어쩌면 이 영화가 올해 내 마지막 영화일수도 있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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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7-0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나잇 인 파리, 조만간 보려구요.
기대되어요. 잠시 동영상만 봐도^^
여기 가까운 예술관에서 상영중이거든요.
드림아웃님, 이제 칠월인데 이게 마지막 영화일 수도 있다구요?
저는 영화 안 보면 병이 날 것 같은 사람이라서요.ㅠㅠ

dreamout 2012-07-09 22:27   좋아요 0 | URL
영화보다는 독서 하는 게 좋아서요.라고 말하곤 싶지만 그건 아니구요.. ^^;
이유는 저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첫눈에 보고 '봐야지'라고 생각하는 영화만 가서 보게 되었는데.. 그런 영화가 거의 없어서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소수의 걸작 영화를 찾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렇게 되었어요. ^^;
 
도시를 보다 - 100 lessons for understanding the city
앤 미코라이트.모리츠 퓌르크하우어 지음, 서동춘 옮김 / 안그라픽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햇살과 노점상과 교차로와 랜드마크와 상점 출입구와 지하철과 공원과.. 등등을 통해 도시를 말한다. 뉴욕 중심의 이야기라 그런지.. 멋스럽다. 그런데 시끄럽지가 않네. 아직도 뭔가 관조적. 그게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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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7-1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악. 저 이것도 볼래요. 안그래도 [몬스터 콜스] 땡투 하고 오늘 구매했는데 ㅎㅎ 이것도 땡투네요. 드림아웃님 부자되시면 다 제 덕인줄 아셔야해요!

dreamout 2012-07-12 08:00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