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상반기는 야근하다 다 보내고 하반기는 이동하다 다 보낸 기분이다. 워낙 상하반기 기조가 달라, 하반기 내내 헤맸다. 지금도 헤매고 있다. 2014년에는 작은 실천들, 나를 살리는 작은 이야기를 만드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2013년 한해 동안 읽은 소설이 20권도 채 안 된다. 그만큼 나만을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모여 생기는 소음. 아마 그게 은근히 그리웠나 보다. 이제 다시 홀로 있는 시간의 잉크를 한 방울 한 방울 더해야겠다.
2013년 나만의 베스트 소설을 추려본다.
소리와 분노, 윌리엄 포크너
- 올해 단 한 권의 소설을 꼽으라면 이것. 시각의 돌진, 감각의 폭발.
노란 새, 케빈 파워스
- 존중의 그늘에 죽음을, 희생을 뉘는 일. 어쩌면 문학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일일지도.
빌라 아말리아, 파스칼 키냐르
- 나만의 굼펜도르프 찾기. 이제 행동할 때.
이날을 위한 우산, 빌헬름 게나치노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를, 온기를 잃어 버리지 말 것.
소유, 앤토니어 수잔 바이어트
- 소유, 존재에 관한 풍부한 메타포
다른 목소리, 다른 방, 트루먼 커포티
- 인 콜드 블러드, 티파니에서 아침을. 을 쓴 작가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풀베개, 나쓰메 소세키
- 남에게서 건네 들은 것들을 직접 확인한 이야기. 이런 태도라야 시작할 수 있겠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 원래 베스트에 넣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마 틀림없이 언젠가 다시 읽을 것 같다.
나는 정서를 완화하고 억제하는 인간 역량의 결여를 예속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정서에 종속된 사람은 자기 자신이 아닌 운의 지배 아래 있기 때문인데, 그러한 사람은 그 운의 힘 아래 아주 강하게 놓여 있어서 자신에게 더 좋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흔히 더 나쁜 것을 따르도록 강제된다. <<에티카>>
내게는 올해의 문장이다.
능동성의, 인식의, 자유의 지평을 넓히는 2014년이 되시길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