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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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에 읽은 <뉴요커>는 지금까지도 소중히 여기는 에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나는 예술적 취향은 마치 당연히 거기 있어야 할 것들이 있는 것처럼. 싯구처럼 적확한 미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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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말 -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수전 손택 & 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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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과 우아함은 쌍둥이일지 모르겠다. 말에서 문장에서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내가 저 멀리서 희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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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아였을 때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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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와 함께 버스의 2층에 앉아 런던을 돌아다니느라 허비한 시간, 양녀 제니퍼의 분실한 여행 가방을 되찾아 준 사건, 상하이의 판자촌 토끼 굴에서의 비현실적 상황. 발작처럼 뚝뚝 끊긴 에피소드들은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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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신경림 감수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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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도 리뷰 쓰기도, 나는 어떤 아집을 갖고 있다. 그것들은 아집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제일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원칙에 위배되는 제2, 제3의 고집이란 아집에 불과하다. 사과에 대한 고집은 제일 원칙에 관한 것. 막힌 속이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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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지 않았다. 감탄한 것은 묘사, 공감각적 묘사라 말해도 좋을 표현들이 나도 모르는 새 팔짱을 껴왔다. 어머니의 키스를 갈망했던 콩브레 집에서의 어느 밤, 생틸레르 종탑을 묘사한 그 기막힌 문장들, 산사나무 아래 질베르트와의 짧은 만남 장면, 오데트를 찾아 한밤중 빠리의 거리를 헤맨 스완의 숨가쁨, 생퇴베르트 저택에서의 만찬 중에 연주된 뱅퇴유의 소나타, 질베르트와 재회한 샹젤리제 거리. 인화해 놓고 아무렇게나 널려놓은 사진처럼 날카롭게 구분된 이미지가 아니라, 마치 반 고흐의 그림에서 곁의 검정을 움켜잡고 초록과 엉켜 붙은 노랑처럼 서로 뒤엉킨 이미지들이 시간과 장소, 추억을 한껏 휘저어 놓았다.

 

 

 

 

 

난 뭘 좀 먹는 게 좋을 것 같아. 내 생각엔 선생도 그렇고흑인 목사가 선셋 리미티드를 향해 몸을 날렸던 백인 교수와 함께 식사한다. 백인 교수와 맛있게 먹는다. 애덤 고프닉의 『식탁의 기쁨』 프롤로그에는 다니엘 드쿠르드망슈라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한 사람이 쓴 편지를 소개한다. 1942 5 24일 이른 아침에 부모에게 쓴 편지를. ‘자유의 몸이었을 때 함께 나눴어야 했던 맛있는 음식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라는 문장이 포함된 편지를. 세 시간 뒤 나치는 그를 사살했다.

 

백인 교수는 선셋 리미티드를 향해 몸을 날렸고 흑인 목사는 살렸다. 흑인 목사는 백인 교수를 삶에 붙잡아 놓으려고 하고 백인 교수는 삶을 다시 접을 것만 같다. 언어로 하는 결투 또는 설득. 백인 교수는 문을 나선다.

 

흑인 목사와 백인 교수의 논쟁보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흑인 목사의 방백보다, 둘이 맛있게 먹은 요리에 관해 얘기를 나눈 대목이 나는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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