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단편마다 놀랍기만 하다. 30살에 등단한 작가가 10대부터 70대까지 너무나 잘 그렸다. 각 편마다 여러생각을 들게 하는 것도 있었고, 한지와영주 편처럼 왜 한지가 갑자기 저렇게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이해 못하는 부분도 많았다. 맨 뒷장의 서영채 문학평론가는 성별로서 얘기를 했지만, 나는 동감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니까.

쇼코의 미소를 읽으면서 30대의 나를 돌아보았고, 그때의 너를 생각해보았다.
나의 공부와 삶에 여유가 없었기에 나는 유카의 그늘을 보지 못했고, 보려고도 하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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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p.31)
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간다. 나는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 친구라고 부르던 사람들을 거의 다 잃어갔다. 기다려준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림자를 먹고 자란 내 자의식은 그 친구들마저도 단죄했다. 연봉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친구는 볼 것도 없이 속물이었고, 직장생활에서 서서히 영혼을 잃어 간다고 고백하는 친구를 이해해주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의 끔찍함에 놀랐으나 그 조차 오래 가지는 못했다. (p.34)
나는 일본에 갔을 떄 쇼코에게 느꼈던 우월감을 기억했다. 너의 인생보다는 나의 인생이 낫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던 때, 집에 틀어박혀서 어디로도 갈 수 없었던 쇼코를 한심스럽게 생각했던 일. 넋이 나간것처럼 내게 기대서 팔짱을 끼던 모습에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던 기억. … 나는 쇼코의 그늘을 보지 못했다.(p.59)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수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께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씬짜오, 씬짜오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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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2022-08-22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는 신짜오신짜오도 너무 좋았어요.

타인의 그늘을 보는 건, 보려고 하는 건, 언제나 쉽지않아서 후회를 남기죠.
나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만큼 어렵고 후회깊고.

그래도 좋은 책 덕분에 이런 생각도 해보고..좋은 시간이었겠네^^

placebo 2022-08-22 19:54   좋아요 0 | URL
인혁당사건 세월호 사건 베트남전쟁등 윗세대 그리고 현세대의 부채의식과 문제점등을 다루는게 대단하다고 봅니다. 서른이란 나이에.. :)

송아지 2022-08-22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을 읽고,
일본에서 만난 베트남 소년에게
나는 마음속으로 얼마나 사과를 했던지...
이 소설을 떠올리면 항상 그 생각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