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

- 이 책, 정말 재밌다!
안다. 나도 축구에 대한 글을 읽고 이렇게 깔깔대고 재밌어할지는 몰랐으니까.
진짜 싫어하는 주제 중 하나인 축구(나머지는 야구).
일단 재미가 없고 관심이 안 가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역시 재미가 없다.
그런데 여자가 굳이 축구를 하는 이야기(물론, 남자가 축구하는 이야기라면 절대 절대 안 읽었겠지만)를 굳이 읽어보겠다고 생각한 건,
민음사의 아부(조아란 부장님)의 추천 때문이다.
재밌단다. 아부가 재밌다면 재밌는 거지 ㅎㅎㅎ

- 근데 정말로 재밌다.
홀린 듯 보게 되서, 작가 이름이 누군지 기억하려고 여러 번 확인했다.
김혼비. (검색 후 다른 작품이 "어쩌다, 술"이길래 상호대차 바로 신청)
땀냄새처럼 찐한 사연에,
잔잔했다가 짠했다가 하는 이야기에,
여자라면 흘려보낼 수 만은 없는 이야기까지 가득 차 있다.
최근 이렇게 깔깔대며 읽은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1. 우리에게는 왜 축구할 기회가 없었을까
- 싫어한다고만 생각했지 그걸 기회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농구를 좋아했는 데, 농구는 대체제가 별로 없었다.
남녀를 (가리긴 했지만) 딱히 가리지 않았고, 내가 농구를 좋아한 시기는 중학교 때로 이미 남녀의 반이 별도였다.
어린 시절 내가 축구를 좋아했다고 해도 기회가 있었을까?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기회 따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나는 피구도 발야구도 싫어했는 데, 그걸 12년동안 했으니까.
축구를 하지 않아도 축구를 좋아할 수 있다는 신기한 스토리에 마음이 동하며 깔깔대기 시작했다.

2. 인사이드킥, 스텝오버 등 축구용어를 빌어 저자의 (축구적) 성장을 이야기하는 데
하나하나 구구절절 마음이 간다. 재밌다.
맨스플레인과 우먼스플레이 / 공만 보는 자의 슬픔 등 초보자가 겪는 축구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내 지난 삶을 돌아볼 정도이다.

3. 시늉은 질색이지만 태양은 뜨겁다, 면서 헐리우드액션이 싫었지만 뜨거운 태양은 더 싫어진 저자의 모습을 상상하면 웃음이 난다.
그렇게 축구를 하고 싶어했으면서 WK리그 한번 가본적 없는 것도 신기하고
연습 공백에서 자신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지 않아, 연습에 못 가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대목에선 내 모습이 생각나기도.
친선경기를 하던 할아버지의 부고 이야기는, 이게 꼭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님을 알리며 나를 뜨끔하게 한다.

4.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상상도 못하고 살아오다가 그 현실태를 눈앞에서 본 순간,
'나도 하고 싶다'를 넘어서 '내가 이걸 오랫동안 기다려 왔었구나'를 깨닫게 될 때 어떤 감정이 밀려드는 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때로 운명적인 만남은 시간을 거슬러 현재로부터 과거를 내어놓는다

위 문장이 이 책을 대표하는 문장이지 않을까, 싶어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본다.

5. 그런데 (작가도 여러번 의문을 제기하기는 하지만) 도대체, 대관절, 축구가 무엇이건데...
이리도 축구 없이 못 사는 걸까?
내 인생에 축구같은 게 있을까(있었을까)?
역시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는 인생에 축구(라는 존재)가 있어 찬란히 빛나는 것 같은 작가가 무척이나 부러워진다.
우아하고, (인정)
호쾌한, (인정) 여자 축구 화이팅!!!

6. 마지막을 장식하는 김혼비 선수의 최종 성적, 1어시스트, 1골(자책골).
그런데 그 순간이 결승골을 넣었다고 자랑하는 것보다 더 뿌듯하고 설렜다.
인생은 모르는 거고 축구도 모르는 거라는 작가.
내 인생도 어느 시기에 어느 곳에서 어떤 낯선 것을 만나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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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예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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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첫 문장)
평균 연령 20세 가량의 빌라 골목이다.

- 구병모의 소설이라고 해서 읽었는 데, 낯선 느낌.
따듯한 듯 엉성한 구성이고, 그게 의도된 거 같지만
로봇의 어색한 움직임을 보는 듯 하여 집중이 잘 안 되었다.
- 무얼 말하고 싶어하는 지는 알겠는 데,
그게 가슴을 치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래 읽었다. 대여를 3번이나 반복하며.

- 세탁소를 하는 명정은 죽었으리라 추정되는 아들에게서 택배를 받고
그 안에는 은결(a1318b)이 있다. 그는 인공신경망 바이오 기계 산업 회사에서 만든 로봇.
딱히 쓸 곳이 없었던 은결은 명정의 세탁소를 돕는다.

- "괜찮아. 형태가 있는 건 더러워지게 마련이니까"
"그래도 사람들은 지우고 또 지웁니다"

- "그는 이름을 붙여준 것을 떠나보내는 방법에 아직도 익숙지 않다"

- "시간의 칼날이 평등하게 그 목덜미를 향한다는 생각을 어째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까"

(마지막 문장)
그것이 바로, 어느 날 물 속에 떨어져 녹아내리던 푸른 세제 한 스푼이 그에게 가르쳐준 모든 것이다

(작가의 말)
소설 속 상황이나 설정은 모두 상상솨 추측이기 때문에
어디부터 오류이고 어디까지 맞거나 최소한 그럴듯한지를 알지 못한다.

로봇이 있는 삶은 내 생전에 올 것이니, 난 그들에게 정을 붙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직 오지 않은 삶을 반추하며 이리 저리 생각을 바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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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 박상영 에세이
박상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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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 박상영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 이후로 줄곧 봐야지 생각했던 에세이집인 데
작은 도서관에 있길래 바로 빌렸다.

- 외모는 귀염뽀작 곰상의 바텀처럼 생겼는 데
내면의 시니컬함이 느껴져서 글을 읽으면 재밌고 즐겁다. 그리고 잔상도 남는다.

- 이 작품은 작가임을 숨기고(?) 여전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는 인간 박상영의 모습이 담겨있다.
출근이 죽기보다 싫고, 역류성 식도염이 도질 걸 알면서도 야식으로 치킨을 시켜먹고 내일은 굶고 자야지, 라고 결심하는 박상영.
(나의 일기인가?)

- 사람들의 시선과 사회생활이라는 굴레 속에서 신경쓰지 않고 꿋꿋한 mz 모습과,
"거짓말이다"로 다시 시작하는 진짜 모습이 엇갈리며
상처받지 않은 척 하는 내 모습과, 상처받은 진짜 내 모습과 비슷한 모두의 이야기로 재미지고 신랄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 직장인에서 작가가 되고 다시 전업작가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것도 성장이라고 하면 성장이겠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하면 그럴 것이다.

- 오늘 밤은 굶고 자지 않아도 괜찮다는 훈훈한 메시지로 산문집을 끝내고는 그래도 오늘은 굶고 자야지, 라는 작가의 말로 끝내는 박상영.
다 같은 마음일 거다. 나를 긍정하고 부정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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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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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브리맨(everyman),
평범한 사람, 보통 사람.

평범한 한 남자의 장례식에서 시작하는 소설은,
그가 평범하게 나이들고 병들고 늙고 죽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어낸다.

평범한 이 남자는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했고,
관계가 소원한 두 아들과 다정한 딸 하나가 있으며,
결국 혼자 죽는다.
(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모두가 그런 것처럼.
나도 그러하니 무섭고 걱정되고 불안한 감정을 같이 느낀다.

˝노년은 전투예요˝
˝노년은 전투가 이니다. 노년은 대학살이다.˝

마지막은 ˝처음부터 두려워한던 바로 그대로˝ 행해진다.
모두에게 그런것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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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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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백수린/밀리의 서재

- "백수린"이라는 이름을 읊조리면, 북콘서트에서 만났던 그 모습이 생각난다.
단어를 고르고 골라서 말하느라 반응이 늦지만 진중해보였고 굉장히 수줍어 보였지만 끝낼때쯤 긴장이 풀려가는 듯 하여
북콘서트가 조금 더 길었으면 하고 바랐던 수주도서관에서의 만남.
그게 인상깊어서 없던 애정이 쏟구쳤다.
- 이후 한 권의 소설과 한 권의 번역본을 더 읽었고, 이번에 이 작품을 통해 백수린의 수필을 읽게 되었다.
- 읽기 시작하자 바로 따듯해진다. 작가의 힘일까. 나의 마음 탓일까.
- 오래전부터 베이킹을 해 왔지만 레시피대로 하지 않아 항상 실력이 들쭉날쭉하다고 하는 데,
결코 바뀔 마음이 없는 것 같은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고 미소짓고 있음을 느낀다.
- 무겁지 않은 마음과 진중함이 섞여서 글이 재미지다.

- 말을 너무 예쁘게 한다.
어떻게 해야 말이 이렇게 예쁘게 나아가는 걸까?
사람이 따듯해서겠지? 하지만 그것만은 아닐거야..라며 그 이유를 추측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미소가 지어진다.
예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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