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의 돌핀
한요나 지음 / &(앤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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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는 건 내겐 좋은 일이었다. 적어도 직장에 다니는 동안은 그랬다. 꿈을 꾸지 않는 방법을 알 수 없으니, 꿈을 꾸더라도 기억하지 못하는 쪽이 좋았다.-재생되는 소녀 中-

-17일의 돌핀
-바닷가의 모리유
-재생되는 소녀
-My First Bunny
-로기
-외계인이 냉장고를 여는 법
-완벽한 그림자의 오후
-빈 노래의 자리

총8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 SF소설집이다.
SF소설인만큼 소재들도 독특하다.

17일의 돌핀에서는 뒤로 가는 사람과 앞으로 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바닷가의 모리유에서는 전쟁과 로봇 서로에 대한 질투와 이해를, 재생되는 소녀에서는 꿈 치료를 받는 소녀 이야기를, My First Bunny 재생되는 소녀와 이어지는 이야기로 사람의 몸에 기생인지 상생인지 모를 어떠한 것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로기에서는 홀로 있기를 원하는 식물 연구가 이야기를, 외계인이 냉장고를 여는 법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게 장애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완벽한 그림자의 오후에는 그림자가 있는 여성과 경찰 이야기를, 빈 노래의 자리에는 돌아갈 곳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떤 물체나 대상을 뜻하는지 알 수 없는 용어들도 있지만, 흐름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는다. 8편 모두가 잔잔하고 쓸쓸할 뿐 아니라, 무겁고 어둡게 흘러가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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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크림소다
누카가 미오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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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긋지긋한 올바름을 소중히 지키는 것보다는, 올바르진 않을지 몰라도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훨씬 낫다."p218

"가족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인간을 억지로 가족의 틀 속으로 데려오는 것을 '강요'라는 단어 이외에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 아니, 설마 가족이라면 그런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건가?"p296

"이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거든. 인간이 무엇을 중요시할지, 무엇에서 가치를 발견할지, 반대로 무엇을 포기할지 그런 것은 타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p316

"올바름이란 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야. 탈출하고 싶어질 정도로 끔찍하게 올바른 나 자신이 존재한다면, 차라리 그릇된 자기 자신으로서 편하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잖아?"p340-341

"그냥 망가진 상태로 살아. 이 세상은 망가지지 않은 인간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망가진채 살아도 될 거라고 생각해."343

"스스로 탈출하고 싶어질 정도로 지독한 올바름보다는, 훨씬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그릇됨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나는."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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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치카는 고향이 아닌 다른 지역 미대에 입학해 학교 근처 기숙사 건물에서 생활한다. 용돈을 보내준다는 어머니의 제안을 거절했으나, 생활비가 떨어지고, 그는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으나 당장 오늘 먹을 식사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 도모치카에게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외모면 외모, 그림이면 그림, 요리면 요리, 게다가 성품까지 좋아 미대에서 유명한 와카나 선배가 돈을 빌려준다며 손을 내민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조금 가까워지지만, 와카나는 모두에게 친절하지만, 묘하게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지낸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재혼 가정으로, 도모치카는 어머니와 살다 새 아버지와 누나가 생겼고, 와카나는 아버지와 살다 새 어머니와 여동생이 생긴 비슷한 처지였으나, 너무도 다른 두 사람.
새 가족을 받아 들이지 못해 거부하고 방해하는 의붓누나와는 달리 도모치카는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반대로 와카나는 가족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의붓여동생이나 아버지와 새어머니에게서 벗어나 그들과 가족이기를 거부하며 연락조차 하지 않고 남처럼 지낸다.

고등학생이었던 와카나는 오랫동안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포장해 살며, 거부감 드는 새 가족에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갑작스레 나타난 요시키로 인해 그가 쌓아올린 견고함이 부숴진다.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갑갑한 와카나의 일상에서 벗어나지만, 그녀를 잃은 상실감으로 어딘가가 고장난 사람처럼 살아간다.

도모치카와 와카나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각자의 이유와 감정으로 새로운 가족과의 관계가 어렵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이들의 감정들과 지키려는 이들의 마음들을 세밀하게 담았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겨나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서로에 대한 관계성과 소통의 부재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술적 재능에 대한 목마름과 새로움에 대한 갈망, 열정과 노력, 경쟁과 고민들 역시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외롭고 위태로운 청춘의 다양한 고민들과 원치 않은 가족관계를 이어가야하는 고민들과 상처들이 세밀하고 감성적으로 잘 담아 있는 작품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따뜻하고 행복을 주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과 아픔을 주기에 사라졌으면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저마다의 상황과 사정을 인정하고, 가족이란 울타리로 옭아매지 않는 사회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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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을 잃어버린 말 푸른숲 새싹 도서관 37
샬럿 매닝 지음, 양병헌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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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대지를 자유롭게 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야생마 무리들에게 갑자기 굉음을 내며 나타난 회오리 새 헬기가 나타나 겁에 질린 야생마들은 도망친다.
헬기가 나타난 후 싱그러운 초록 식물들은 사라지고, 메말라 간다.

어린 야생마 머스탱은 피난 중에 계곡으로 굴러 떨어져 엄마와 헤어지게 되고, 헤어지기 전 엄마가 다급하게 외친 북극성을 따라가라는 말을 기억하고, 북극성을 따라 긴 여정을 떠난다.
다치고 구르면서도 엄마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위험과 무서움을 이겨내며 앞으로 향해 달리고 또 달려간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자연을 파괴해 야생동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모습들과 무서움에 떨며 도망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동물들의 삶이 안타깝다.
많은 생명들을 앗아가고, 자연을 짓 밟는 인간의 이기심들과 잘못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잘 담았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고 지켜야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야생마무리를 포획하고 길들이려 했던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을 담은 애니메이션 스피릿이 생각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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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핸드 - 천재 형사의 뉴욕 마피아 소탕 실화
스테판 탈티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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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핸드 조직은 뉴욕 마피아 집단으로 아이들을 납치해 돈을 요구하고, 돈을 주지 않으면 건물을 폭파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심지어 협박편지를 받은 후 그 만한 돈이 없어 두려움에 떨다 자살하는 사건까지 벌어진다.
납치된 아동의 부모는 경찰에게 신고하지 않는다는 '오메르타'라는 행동강령을 따르며 상납금을 내고 아이를 되찾거나, 법정에서 증언을 철회하고, 거짓증언을 하며 사망사실을 부인하거나, 증인을 협박해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가며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
이 극악무도한 조직에 맞서 페트로시노는 블랙핸드 일당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며 이들을 검거한다.

페트로시노는 실제 인물로,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온 이탈리아인 이민자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으나 차별과 멸시를 받아야했고, 그는 뉴욕에서 꼭 성공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경찰청 앞에서 구두닦이로 일을 하다 그의 뛰어난 기질과 수완덕에 위생국 환경미화원을 거쳐 뉴욕 시경의 최초 이탈리아 이민자 형사가 될 뿐 아니라, 미국에서 최초로 이탈리아인 경위가 된다.

이 책은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한 내러티브 논픽션으로, 주인공 페트로시노의 일대기 뿐 아니라 그가 어떤 방식으로 수사를 하고 어떻게 블랙핸드 조직을 소탕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는 조직폭력배부터 일용직 막노동자, 공무원, 카톨릭 사재로 위장하며 사건을 조사할 뿐 아니라, 모든 사건들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세부사항을 모두 체크했다. 이탈리아계 범죄자 수천 명의 이름과 얼굴, 생년월일, 특징, 신체조건, 고향, 습관, 죄명 등등을 모두 외우고 있을 정도로 기억력도 뛰어난 그는 항상 범죄자를 검거하는데 열심이었다.

이런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배제 당하고, 차별과 비난받는 일은 일상이었다.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환경에서도 그는 불평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해 냈으며, 그렇게 끈질기게 수사하고 범인의 행적을 찾아 결국 블랙핸드 조직을 소탕한다.

거대한 검은 조직에 맞서 홀로 싸우는 형사가 소설이나 영화 속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제 인물이라 더 실감난다. 흥미를 끌기 위한 자극적 해결방안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들이기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뿐 만 아니라, 암울했던 시대적 배경과 이민자들의 삶, 사람들의 인식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는 차별과 편견 속에 소외되고, 수 많은 이들에게 비난과 조롱 당했으나, 결코 굴복하지 않고 끈질긴 집념과 노력을 통해 범죄자를 검거하는데 일생을 바쳤다. 현직이 아닌 사후에 그의 능력과 노력이 알려져 안타깝기도 했다.

허구나 누군가의 무용담이 아닌, 미국 역사에서 꽤 오랫동안 잊혀진 실제 인물인 페트로시노의 이야기라 더 깊이있게 다가오는 범죄 수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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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쫌 아는 10대 - 뉴스, 똑똑하게 보고 읽는 법 사회 쫌 아는 십대 18
정민지 지음, 이혜원 그림 / 풀빛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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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아지,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지키는 파수꾼이야. 한 사회의 민주주의는 그 나라 언론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말이 있어. 언론에 실망해 혐오하거나 그대로 내버려두면 결국 우리 사회 민주주의 수준까지 함께 추락하게 돼. p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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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들과 영상, 사실인지 아닌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들이 넘쳐나면서 언론의 신뢰는 지금 바닥으로 추락했다.
특히 10대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유튜브에 익숙해 가짜 뉴스에 노출되기 더 쉽기 때문에 언론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시급하다.

책 속에는 언론 탄압의 사례로 러시아 전쟁에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러시아 정부는 불리한 것을 숨기기 위해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내리고 특수작전이라는 말을 쓰라 지시했고, 따르지 않은 러시아 언론사들은 폐업시켰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권력이 언론을 악용한 사건으로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이 국민을 속여 후투족이 투치족을 무참히 살해하게 했었다고....
이렇듯 실제 사건들을 담아 이모와 조카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언론의 숨겨진 이야기와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엠바고, 오프더레코드, 어젠다 세팅, 국민의 알 권리, 프레임, 가짜뉴스 등 언론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을 뿐 아니라 관련 사례들을 통해 흥미와 관심을 높힌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매년 발간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의 뉴스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계속 최하위권이었다고 한다. 2022년에는 46개 나라 중에서 40위.

얼마 전 미국의 '2022 국가 인권보고서'에 윤석열의 MBC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는 언론자유를 위협한 부당행위이며 언론탄압 사례로 기재되어 전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다.
권력이 제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어떻게 탄압하고 휘두르는지 아주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종이신문을 거의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기사를 접하다보니, 사람들은 선호하는 특정 정보만 읽고, 읽었던 기사의 알고리즘 혹은 유튜브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 관심 있거나 자극적이고 선정적 정보들만 접하게 된다. 물론 나 역시 종이신문보다는 간편하게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접하고 있고.
필터링 된 정보를 통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하는 중요한 진실들은 뒤로 하고, 자율적 선택 또한 어려워 우리는 가짜뉴스가 가득한, 편견과 왜곡의 세상에 갇혀 버릴지도 모른다.

아이들 뿐 아니라, 모두에게 제대로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하다.
이 책은 아이들이 언론의 기능을 알게 할 뿐 아니라, 제대로 된 뉴스와 기사 등의 리터러시 능력과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 정치, 경제, 사회의 왜곡과 과장 잘못된 오류들을 찾아낼 수 있게 한다.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책!
함께 읽으면 더 좋을 책!

언론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이야기 나누며, 옳고 그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차별과 편견, 왜곡 없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쫌 아는 10대 시리즈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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