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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5월
평점 :
"너희들은 공부 잘하는 인간들의 세계에 살게 되더라도, 그냥 살아서는 안 된다. 유전자 전략으로 고학력자들이 떼거지로 형성하고 있는 답답한 계급사회에 바람구멍을 뚫어야 한다."p25
"공부만 잘하면 이 나라의 지배층에 속할 수 있다고들 한든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 공부를 잘해도 일본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고. 나는 이왕 뭐가 되려면 최고가 되고 싶어. 그런데 정상적인 길을 걸어서는 최고가 될 수 없지."p40
"재일이라는 핸디캡만 갖고는 사람을 죽일 수 없어. 네다섯가지는 더 있어야지. 나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서 아무 불편 없이 컸어. 그래서 어렸을 때는 내가 왜 차별을 받는지 몰랐지. 화가 나니까 걸리는 놈들은 모조리 두들겨 패주기로 했어. 그런데 말이야. 요즘 들어 알겠더라. 싸움에서 아무리 이겨본들, 결국 나는 패배자라는 것을. 무슨 말인지 알겠냐? 승부는 언제나 다수 쪽이 이기게끔 되어 있어."p107
"멀리 간 인간이 나쁜 거야. 남아 있는 사람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잖아. 그러니까 자기 자리에서 싸우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 되는 거야."p116
학군 좋고, 총리와 유명인들을 배출시키고, 정재계 유명인사의 자녀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들에 둘러 쌓여, 소위 삼류 고등학교라 불리는 학교를 다니며 '좀비'라 불리는 남학생들의 울고 웃기는 모험담을 담았다.
'좀비'의 유례는 '평균 학력이 뇌사 판정에 버금가는 혈압 수준 밖에 안돼, 뇌사 상태인 아이들이 학력 사회에서 살아 있는 시체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에서와 '죽여도 죽을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이유라고 첫 장부터 멋들어지게 설명한다.
닥터 모로라 불리는 생물선생의 "너희들, 세상을 바꿔보고 싶지 않나?" 라는 한마디에 47명의 아이들은 두근거림과 벅참을 경험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다양한 사건 사고에 가담하며 좀비스의 활동영역을 넓혀 나간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초대 받지 못하는 유명 여고 축제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난입하는 연례행사를 치르기도 하고, 세상을 떠난 친구가 묻힌 오키나와를 방문하기 위해 여름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기도 하고, 여대생을 스토킹하는 범인을 잡기도 한다.
더 좀비스의 브레인인 화자 '나'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지만, 좀비스의 든든한 리더 히로시, 재일한국인으로 차별을 받지만 언제나 바람처럼 강한 훅을 날리는 타고난 싸움꾼 순신, 언제나 실수 연발과 모든 불행을 안고 사는 야마시타, 화자인 '나'가 안겨도 좋을 만큼 매력적인 4개국의 DNA를 갖고 있는 아기까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더 좀비스의 시리즈는 레벌루션NO.3를 시작으로 플라이 대디 플라이, Speed가 있는데,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재일교포이며 나오키 문학상 수상자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가네시로 카즈키 작가!
그의 소설들에는 국적과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일본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받는 재일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지만, 언제나 무겁고 어둡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가볍고 유쾌하게 승화시켜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한다.
가네시로 카즈키 소설들 모두가 너무 재미 있어서, 지금도 어릴 때 구입했던 구간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번에 새 옷을 입고, 조금 더 매끄럽게 재 탄생한 책을 3번째 읽는데도 너무 재미있다.
쾌락독서,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위해서라면 단연 가네시로 카즈키 소설들이 아닌가 싶다.
혐오와 차별을 유쾌함으로 승화시켰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속에서 느껴지는 유머와 위로, 실패와 좌절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뭉근한 감동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더 좀비스의 우정과 의리, 연대는 부러울만큼 너무도 멋지고 반짝이고.
오랜만에 다시 읽었는데도 너무 재미있으니, 이 책은 강력히 추천!!!
죽여도 죽을 것 같지 않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 출,
의리의 더 좀비스의 반짝이는 모험담에 함께 푹 빠질거라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