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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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타인이 만든 만들어놓은 가치관에 지나치게 민감해요.p93

사랑을 끝내지 않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것은 손에 넣지 않는 것이다. 절대로 자기 것이 되지 않는 것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p186

연애 초의 설레고 사랑하는 감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오히려 권태로움을 느끼는 예비 신혼 부부 후지시마와 야요이.
동거를 하고 있으나 각자 다른 방을 쓰고, 서로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고 그저 의무감에 함께 하는 두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후지시마의 예전 연인 하루의 편지가 도착한다.
이곳 저곳 여러 나라에서 보내 온 하루의 편지를 읽으며, 후지시마는 잊었던 야요이와의 추억과 지금은 사라진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과거의 마음을 곱씹다가 조금씩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되지만, 갑자기 야요이가 사라지고 만다.

뻔한 연애 소설이라기 보다는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어떤 사랑이든 순수하게 상대를 좋아하고, 나를 바라봐 주길 원하고, 지금 이 순간이 계속 될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지만, 사랑이란 감정이 식는 것은 한 순간이고, 그렇게 서로 멀어지곤 한다.
누군가는 처음이란 단어에 무게와 가치를 두고, 누군가는 지금을 중요시 여기기도 하고....

잊었던 기억의 파편과 성숙하지 못해 실수와 후회가 가득한 과거 속에서 조금씩 지금 이 순간으로 걸어오며 내 곁의 소중한 이가 누구인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 가는 과정들이 세밀하고 감성적으로 그려져 있다.

가와무라 켄키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연출가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으로 그의 책을 처음 접했는데, 죽음에 대해 삶에 대해 하나씩 되짚어 가며 소중한 것에 대해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았는데, 이 책도 결이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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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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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손안에 있는 것입니다."p228

<맨션의 여자>
나이차가 굉장히 많이 나는 남편이 사망한 한 여인이 이사할 집의 리모델링 의뢰를 위해 젊은 건축사를 찾아온다. 코로나로 수입이 좋지 않았던 만큼 일을 꼭 성사시키려 노력하고, 도움을 받고자 삼촌인 가미오 다케시의 바를 찾고, 무언가 숨기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의심한다. 그리고 그녀를 갑자기 찾아온 오빠는 그녀의 재산분활을 요구한다. 무언가 수상한 이들의 관계와 여성의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위기의 여자>
가미오 다케시의 바를 찾은 두 남녀사이가 무언가 수상쩍고, 다케시는 위기에 처할 뻔한 여성을 도와준다. 가미오의 눈썰미나 추리, 사람을 보는 안목을 믿고, 그때부터 결혼상대를 데려와 그에게 어떤 사람인지 봐달라며 부탁한다.

<환상의 여자>
이혼을 예정중인 유부남과 불륜사이로 지내는 한 여성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자신의 연인을 잃는다. 2년이 흘러도 잊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죽은 남성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숨겨진 비밀을 알게된다.

세 편중에 재미있던 작품을 선택한다면 맨션의 여자!

단편인듯도 싶고, 연작소설인듯도 싶은 이 책은 트랩핸즈라는 바를 운영하는 가미오 다케시가 다양한 사건들을 풀어가는 구성이다.
무심한듯 하지만, 이상하거나 수상한 손님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풀어주거나, 위험에서 구해주기도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가독성이 좋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선공개했다고 하니 더우리나라 팬층이 엄청나구나 싶기도 하고.
단편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흘러가지만, 역시나 짧아 그런지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한편이 누군가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희망적인 이야기들이 추리소설답지 않게 따뜻함이 느껴져 좋았다.
인간미 넘치는 트랩핸즈 마스터도 마음에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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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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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뭘, 왜 좋아하는지, 항상 돌아보고 고민해야 해요.-박문영, 귓속의 세입자 中-

세상은 뜨거워졌지만 사람들은 반대로 차가위졌다.-연여름, 차가운 파수꾼 中-

-얼어붙은 이야기 #곽재식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소설가의 입장에서 쓴 이야기로, 죽음의 순간에 '생사귀'라는 외계인(?)을 만나 삶과 죽음, 시공간에 대한 이야를 담았다.

-채빙 #구병모
얼음이 거의 사라져 귀한 시대에 얼음을 떼가는 채빙꾼들과 얼음 속에 갇힌 화자 '나'가 마주하게 되고, 대치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인간성을 상실하고, 따뜻함을 버리는 씁쓸함이 감돈다.

-얼음을 씹다 #남유하
식량난으로 인해 사람이 죽으면 자연건조 시켜 인육을 먹는 시대에서 죽은 딸을 먹을 수 없는 엄마는 딸의 시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굶주림에 지친 인간의 섬뜩한 최후가 담겨 있다.

-귓속의 세입자 #박문영
잠시 몸에 머무르게 해달라는 외계 생명체의 제안을 허락한 해빈은 귓속을 내어주고, 39초의 잠시잠깐의 시공간을 멈출 수 잇는 능력에 대해 이야기 한다.

-차가운 파수꾼 #연여름
이상기후로 무더위가 계속되고 식량이 부족한 시대, 영하 20도의 한파의 기온을 만드는 선샤인이라는 존재를 지키는 파수꾼의 이야기를 담았다.

-운조를 위한 #천선란
누구나 쉽게 동물을 키우고 죽이는 세상에서 수의사 운조는 살리는 일보다 죽이는 일을 더 많이 한다. 우연한 사고로 시공간을 초월해 미래세계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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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단편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독특할뿐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연대하고, 살아가기 위한 분투도 담겨 있다.
소소하게 느껴지는 따스함과 희망의 이야기들에 마음이 따뜻해 지다가도, 섬뜩한 공포가 등골을 서늘하게 할 뿐 아니라, 씁쓸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나 천선란 작가 단편은, 주인공의 지리멸렬한 삶 속에서 생명 윤리를 생각하고 치유받고, 희망을 보여줘 좋았다.
연여름 작가의 차가운 파수꾼 속 쓸쓸한 연대와 서로를 위한 마음이 안타깝게 느껴져 여운이 길었고, 곽재식 작가의 작품은 신선하고 독특해서 재미있었다.

얼음이란 주제의 sf 앤솔러지로 모든 작품들이 차갑게 얼어붙은 세상과 인간의 마음을 표현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그 속에 또 다른 장르를 담아낼 수 있는 SF의 매력이 한껏 느껴지는 책이라, 정식 출간본은 어떻게 예쁘게 옷을 입고 재 구성될 지 궁금해진다.


여담이지만,
회사가 잘못한게 있냐, 조사는 언제 끝나느냐 라는 물음에, 조사를 다하기까지는 알 수 없고, 잘못한게 충분히 많이 나오면 그때 조사가 끝난다는 (얼어붙은 이야기 中) 책 속 대화가 요즘의 정부와 검찰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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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유키 신이치로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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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자면담: 가정교사 영업사원으로 아르바이트 중인 대학생이 가정방문을 하며 느낀 위화감과 그 비밀.
-매칭어플: 데이트 앱으로 여성을 만나 유부남의 비밀.
-판도라: 오랜 불임으로 고생한 부부가 SNS를 통해 불임인 다른 부부를 돕기 위해 정자 제공하고 밝혀지는 진실.
-삼각관계: 온라인 회식에서 일어나는 사건
-퍼뜨려주세요: 유명 유튜버가 되고 싶은 욕망과 거짓된 일상

총 5편의 담긴 단편집으로 참자면담을 제외한 나머지 4편은 모두 인터넷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았다. '퍼뜨려주세요'는 2021년 제 74회 일본추리작가협회 단편부문 에서 수상을 한 작품이기도 하다.

젊은 작가의 작품이니만큼 인터넷 범죄나 인터넷으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어색함없이,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잘 표현해을 뿐 아니라 가독성이 좋아 무료함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너저분하게 복선을 깔지 않아 피로도가 적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깔끔함까지 느껴질 뿐 아니라, 짧은 단편들 속 숨겨진 반전도 재미를 더한다.
유키 신이치로의 장편도, 다음 행보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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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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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공부 잘하는 인간들의 세계에 살게 되더라도, 그냥 살아서는 안 된다. 유전자 전략으로 고학력자들이 떼거지로 형성하고 있는 답답한 계급사회에 바람구멍을 뚫어야 한다."p25

"공부만 잘하면 이 나라의 지배층에 속할 수 있다고들 한든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 공부를 잘해도 일본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고. 나는 이왕 뭐가 되려면 최고가 되고 싶어. 그런데 정상적인 길을 걸어서는 최고가 될 수 없지."p40

"재일이라는 핸디캡만 갖고는 사람을 죽일 수 없어. 네다섯가지는 더 있어야지. 나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서 아무 불편 없이 컸어. 그래서 어렸을 때는 내가 왜 차별을 받는지 몰랐지. 화가 나니까 걸리는 놈들은 모조리 두들겨 패주기로 했어. 그런데 말이야. 요즘 들어 알겠더라. 싸움에서 아무리 이겨본들, 결국 나는 패배자라는 것을. 무슨 말인지 알겠냐? 승부는 언제나 다수 쪽이 이기게끔 되어 있어."p107

"멀리 간 인간이 나쁜 거야. 남아 있는 사람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잖아. 그러니까 자기 자리에서 싸우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 되는 거야."p116

학군 좋고, 총리와 유명인들을 배출시키고, 정재계 유명인사의 자녀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들에 둘러 쌓여, 소위 삼류 고등학교라 불리는 학교를 다니며 '좀비'라 불리는 남학생들의 울고 웃기는 모험담을 담았다.
'좀비'의 유례는 '평균 학력이 뇌사 판정에 버금가는 혈압 수준 밖에 안돼, 뇌사 상태인 아이들이 학력 사회에서 살아 있는 시체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에서와 '죽여도 죽을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이유라고 첫 장부터 멋들어지게 설명한다.

닥터 모로라 불리는 생물선생의 "너희들, 세상을 바꿔보고 싶지 않나?" 라는 한마디에 47명의 아이들은 두근거림과 벅참을 경험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다양한 사건 사고에 가담하며 좀비스의 활동영역을 넓혀 나간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초대 받지 못하는 유명 여고 축제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난입하는 연례행사를 치르기도 하고, 세상을 떠난 친구가 묻힌 오키나와를 방문하기 위해 여름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기도 하고, 여대생을 스토킹하는 범인을 잡기도 한다.

더 좀비스의 브레인인 화자 '나'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지만, 좀비스의 든든한 리더 히로시, 재일한국인으로 차별을 받지만 언제나 바람처럼 강한 훅을 날리는 타고난 싸움꾼 순신, 언제나 실수 연발과 모든 불행을 안고 사는 야마시타, 화자인 '나'가 안겨도 좋을 만큼 매력적인 4개국의 DNA를 갖고 있는 아기까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

더 좀비스의 시리즈는 레벌루션NO.3를 시작으로 플라이 대디 플라이, Speed가 있는데,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재일교포이며 나오키 문학상 수상자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가네시로 카즈키 작가!
그의 소설들에는 국적과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일본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받는 재일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지만, 언제나 무겁고 어둡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가볍고 유쾌하게 승화시켜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한다.

가네시로 카즈키 소설들 모두가 너무 재미 있어서, 지금도 어릴 때 구입했던 구간들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번에 새 옷을 입고, 조금 더 매끄럽게 재 탄생한 책을 3번째 읽는데도 너무 재미있다.
쾌락독서,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위해서라면 단연 가네시로 카즈키 소설들이 아닌가 싶다.
혐오와 차별을 유쾌함으로 승화시켰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속에서 느껴지는 유머와 위로, 실패와 좌절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뭉근한 감동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더 좀비스의 우정과 의리, 연대는 부러울만큼 너무도 멋지고 반짝이고.

오랜만에 다시 읽었는데도 너무 재미있으니, 이 책은 강력히 추천!!!

죽여도 죽을 것 같지 않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춤 출,
의리의 더 좀비스의 반짝이는 모험담에 함께 푹 빠질거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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