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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크림소다
누카가 미오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평점 :
절판
"지긋지긋한 올바름을 소중히 지키는 것보다는, 올바르진 않을지 몰라도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훨씬 낫다."p218
"가족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인간을 억지로 가족의 틀 속으로 데려오는 것을 '강요'라는 단어 이외에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 아니, 설마 가족이라면 그런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건가?"p296
"이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거든. 인간이 무엇을 중요시할지, 무엇에서 가치를 발견할지, 반대로 무엇을 포기할지 그런 것은 타인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p316
"올바름이란 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야. 탈출하고 싶어질 정도로 끔찍하게 올바른 나 자신이 존재한다면, 차라리 그릇된 자기 자신으로서 편하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잖아?"p340-341
"그냥 망가진 상태로 살아. 이 세상은 망가지지 않은 인간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망가진채 살아도 될 거라고 생각해."343
"스스로 탈출하고 싶어질 정도로 지독한 올바름보다는, 훨씬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그릇됨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나는."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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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치카는 고향이 아닌 다른 지역 미대에 입학해 학교 근처 기숙사 건물에서 생활한다. 용돈을 보내준다는 어머니의 제안을 거절했으나, 생활비가 떨어지고, 그는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으나 당장 오늘 먹을 식사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 도모치카에게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외모면 외모, 그림이면 그림, 요리면 요리, 게다가 성품까지 좋아 미대에서 유명한 와카나 선배가 돈을 빌려준다며 손을 내민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조금 가까워지지만, 와카나는 모두에게 친절하지만, 묘하게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지낸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재혼 가정으로, 도모치카는 어머니와 살다 새 아버지와 누나가 생겼고, 와카나는 아버지와 살다 새 어머니와 여동생이 생긴 비슷한 처지였으나, 너무도 다른 두 사람.
새 가족을 받아 들이지 못해 거부하고 방해하는 의붓누나와는 달리 도모치카는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반대로 와카나는 가족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의붓여동생이나 아버지와 새어머니에게서 벗어나 그들과 가족이기를 거부하며 연락조차 하지 않고 남처럼 지낸다.
고등학생이었던 와카나는 오랫동안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포장해 살며, 거부감 드는 새 가족에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갑작스레 나타난 요시키로 인해 그가 쌓아올린 견고함이 부숴진다. 모범생으로 살아왔던 갑갑한 와카나의 일상에서 벗어나지만, 그녀를 잃은 상실감으로 어딘가가 고장난 사람처럼 살아간다.
도모치카와 와카나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각자의 이유와 감정으로 새로운 가족과의 관계가 어렵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싶지 않은 이들의 감정들과 지키려는 이들의 마음들을 세밀하게 담았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생겨나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서로에 대한 관계성과 소통의 부재가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예술적 재능에 대한 목마름과 새로움에 대한 갈망, 열정과 노력, 경쟁과 고민들 역시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외롭고 위태로운 청춘의 다양한 고민들과 원치 않은 가족관계를 이어가야하는 고민들과 상처들이 세밀하고 감성적으로 잘 담아 있는 작품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따뜻하고 행복을 주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과 아픔을 주기에 사라졌으면 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저마다의 상황과 사정을 인정하고, 가족이란 울타리로 옭아매지 않는 사회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