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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수호대 ㅣ 꿈꾸는돌 35
김중미 지음 / 돌베개 / 2023년 3월
평점 :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쉽게 생각한다.p9
"너희의 권리와 행복을 지키려면 알아야 할 게 많아. 그 앎이 너희의 힘이 되어 줄거야.
그 힘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어."p33
도시는 우리의 생존을 점점 위태롭게 한다. 어둠이 사라진 밤에는 쉴 수 없고, 춥지 않은 겨울에는 긴 잠을 잘 수 없다. 봄가을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졌다. 언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지, 열매를 빠릴 익힐지 천천히 익힐지, 잎을 언제 떨어뜨려야 할지 혼란스러워진 지가 꽤 됐다.p100
"우리는 모두 이 원 안에 있는 한 사람이에요. 원 안에서는 위아래 구분이 없어요. 모두 동등하고, 모두 소중한 존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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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 달라요. 누구는 키가 크고, 누구는 작고, 누구는 여성이고, 누구는 남성이고, 누구는 아홉 살이고, 누구는 열세 살이죠. 이 원 안에서는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상관없이 모두 평등해요. 어른도 아이도 마찬가지죠."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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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읍에서는 여러 나라의 이주민들이 살아가는 동네로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느티나무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5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살아 온 나무에는 인간의 모습을 한 '느티 샘'이라 불리는 나무 정령이 산다.
코로나가 한창일때가 배경으로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은 느티나무에서 느티샘과 함께 식사하고, 책을 읽고, 놀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대포읍에 재개발 소문이 돌며 느티나무가 있는 언덕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고, 아이들은 느티나무를 지키기 위해 방법을 생각한다.
베트남인 엄마를 둔 도훈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댄스동아리 '레인보우 크루'로 대회에 참가해 느티나무에 대한 상황을 모두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다문화 가정이라 불리는 이주 가정인 아이들이 주요인물들로 피부색이 달라 차별받고, 따돌림을 당하고, 사람들에게 편견과 혐오의 시선을 받으며 상처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느티 샘을 지키기 위해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견뎌내며 연대하고, 성장해 나간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에는 언제나 사회적 문제들과 무언가를, 또 누군가를 지키려 연대하는 따뜻한 모습이 담겨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생태계 파괴, 기후위기, 이주민 문제, 차별, 방임과 학대, 재개발 등의 문제들을 담아 냈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소중한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협력하고 연대하는 희망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번 작품에는 느티나무 정령의 등장이라는 환타지적 요소가 담겨있어 더욱 동화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나는 그녀의 세심한 표현들을 좋아한다.
부모라는 표현 대신 보호자라는 단어를 쓰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이야기하고, 경계를 그어 구분 짓지 않는 표현들 하나하나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높은 인권 감수성과 인식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그녀가 그리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사랑스럽고 다감해서 마음을 풍성하게 가득 채운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러했고.
그녀가 전달하고자 했던
'우리는 모두 동등하고, 평등하고, 소중한 존재다.' 라는 메시지를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