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작별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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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사람은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요. 받아들이고 앞으로 걸어가야 해요. 그게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에요.p521

불의의 사고로 쌍둥이 형을 잃은 다케시는 언제부턴가 왼손에서 형 가이토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왼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병원에서 정신적 문제라며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라는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권유받고 다케시는 가출을 한다.
그러다 우연히 죽은 시신을 함부로 만져 살인 용의자가 되고, 두려움에 형의 지시대로 도망치고 만다.
도망치던 와중에 신종 마약과 조직에 휘말리게 되며 진범을 쫓다가 조직에서 마약 운반을 하고, 그 마약에 취하기도 하고, 한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한 몸에 두개의 인격, 왼 손에 깃든 형과 협업을 하며 상황을 모면하기도 하고, 형과 갈등으로 싸우기도 하며 혼란을 겪는다.

자신의 죄책감으로 인해 부서진 마음과 영혼을 가지고 혼란을 겪던 다케시의 상황들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형과의 끈끈한 유대와 연대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에서 대견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다.

실제 의사인 치넨 미키토는 늘 의학, 병원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소설을 써 현실감 높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었다. 이번에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모두 빼고 다양성을 부여했는데, 전작들에 비해 좀 아쉽기도 했지만, 새로운 도전도, 사람이 중심에 있었던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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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수호대 꿈꾸는돌 35
김중미 지음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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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쉽게 생각한다.p9

"너희의 권리와 행복을 지키려면 알아야 할 게 많아. 그 앎이 너희의 힘이 되어 줄거야.
그 힘은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어."p33

도시는 우리의 생존을 점점 위태롭게 한다. 어둠이 사라진 밤에는 쉴 수 없고, 춥지 않은 겨울에는 긴 잠을 잘 수 없다. 봄가을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졌다. 언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지, 열매를 빠릴 익힐지 천천히 익힐지, 잎을 언제 떨어뜨려야 할지 혼란스러워진 지가 꽤 됐다.p100

"우리는 모두 이 원 안에 있는 한 사람이에요. 원 안에서는 위아래 구분이 없어요. 모두 동등하고, 모두 소중한 존재예요.
....
우리는 모두 다 달라요. 누구는 키가 크고, 누구는 작고, 누구는 여성이고, 누구는 남성이고, 누구는 아홉 살이고, 누구는 열세 살이죠. 이 원 안에서는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상관없이 모두 평등해요. 어른도 아이도 마찬가지죠."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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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읍에서는 여러 나라의 이주민들이 살아가는 동네로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느티나무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5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살아 온 나무에는 인간의 모습을 한 '느티 샘'이라 불리는 나무 정령이 산다.
코로나가 한창일때가 배경으로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은 느티나무에서 느티샘과 함께 식사하고, 책을 읽고, 놀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대포읍에 재개발 소문이 돌며 느티나무가 있는 언덕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고, 아이들은 느티나무를 지키기 위해 방법을 생각한다.
베트남인 엄마를 둔 도훈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댄스동아리 '레인보우 크루'로 대회에 참가해 느티나무에 대한 상황을 모두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다문화 가정이라 불리는 이주 가정인 아이들이 주요인물들로 피부색이 달라 차별받고, 따돌림을 당하고, 사람들에게 편견과 혐오의 시선을 받으며 상처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느티 샘을 지키기 위해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견뎌내며 연대하고, 성장해 나간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에는 언제나 사회적 문제들과 무언가를, 또 누군가를 지키려 연대하는 따뜻한 모습이 담겨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생태계 파괴, 기후위기, 이주민 문제, 차별, 방임과 학대, 재개발 등의 문제들을 담아 냈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소중한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협력하고 연대하는 희망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번 작품에는 느티나무 정령의 등장이라는 환타지적 요소가 담겨있어 더욱 동화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나는 그녀의 세심한 표현들을 좋아한다.
부모라는 표현 대신 보호자라는 단어를 쓰고,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이야기하고, 경계를 그어 구분 짓지 않는 표현들 하나하나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높은 인권 감수성과 인식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그녀가 그리는 이야기들은 언제나 사랑스럽고 다감해서 마음을 풍성하게 가득 채운다.
이번 작품 역시 그러했고.

그녀가 전달하고자 했던
'우리는 모두 동등하고, 평등하고, 소중한 존재다.' 라는 메시지를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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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복순이
김란 지음 / 소미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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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앞 바다에서 헤엄치며 놀던 어린 돌고래 한 마리가 고등어를 좇다 그물에 걸려 수족관에 잡혀 온다. 그 곳엔 나른 남방큰돌고래 들도 함께 잡혀 와 오랜 시간 수족관에 갇혀 고향을 그리워하지만, 이기적인 인간들은 돌고래들을 그저 쇼에 이용하고 돈벌이에 이용할 뿐이다.
복순이와 제돌이, 춘삼이, 태산이, 삼팔이가 잡혀 온 시점부터 시름시름 앓다 다시 깊고 넓은 고향 바다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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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주에서 잡힌 주둥이가 기형인 복순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그림책이라 더 뭉클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얼마 전 방영되었던 #이상한변호사우영우 에서도 언급되어 더 친근감도 들고.
잡혀 온 돌고래들은 쇼에 동원되어 인간의 돈벌이로 이용되고, 낮고 좁은 열악한 수조 속에서 살아간다. 이를 본 한 환경운동가의 1인 시위를 시작으로 돌고래 환경 단체가 만들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돌고래의 자유를 위해 다양한 운동을 펼쳐 마침내 돌고래들은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다. 건강이 좋지 않아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던 복순이와 태산이도 꾸준한 노력과 케어로 6년만에 바다로 돌아갔다고 한다.

자연에 그대로 두면 아프지 않을 동물들.
자연 속에서 자신의 명대로 살다 죽음을 맞이할텐데 인간들은 유흥을 위해, 돈을 위해 소중한 생명을 좁고 좁은 우리나 수조에 가두어 그 속에서 병들게 만든다.
없던 병도 생기고, 정형행동이 일어나도 그저 가둬두고 이용하기 급급한 이기적인 우리 인간들.
평생 부드러운 땅 한번 밟지 못하고, 시원한 바람과 비 한번 맞아보지 못한 채 실내에 갇혀 사는 수 많은 동물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추어 동물권을 담아, 동물원이나 수조 속에 갇혀 자유를 잃은 채 살아가는 수 많은 생명들을 생각하게 한다.
동물은 우리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고, 보살피고 존중해야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바다 속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야기하고 동물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그림책이다.

오래오래 건강하기를.
멀리멀리 헤엄쳐 자유롭기를.
다시는 인간에게 잡히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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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마리의 호박 14마리 그림책 시리즈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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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마리의 가족들이 모두 모인 밤, 할아버지가 보관해두었던 호박씨를 보여주며 '호박씨 안에 생명이 담겨 있다'라고 이야기 한다. 14마리 가족들은 다음 날 호박씨를 심기 위해
볕 잘 드는 땅에 씨앗을 심고, 관심과 사랑을 주며 잘 자라기를 바란다. 기다림이 계속 되던 어느 날, 작고 작은 새싹이 불쑥 돋아나고, 14마리 가족들은 새싹을 정성을 다해 보살피며 지킨다.
따뜻한 보살핌과 자연의 햇살, 비바람을 맞으며 호박은 무럭무럭 쑥쑥 자라나고, 가족들은 호박님이라 부르며 커다란 호박을 보며 기뻐한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호박을 수확하고, 호박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들을 맛있게 먹으며, 수확의 기쁨, 보람, 행복을 함께 나눈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 시리즈 속에도 따뜻한 그림과 색채 안에 가족들의 연대와 다정함을 잘 녹여냈다.
곳곳의 자연의 경이로움과 소소한 동식물들을 보는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에도 14마리 시리즈는 엄지 척!!!
너무 사랑스럽고 다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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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죽었습니다 마음이 자라는 나무 42
범유진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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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겪는다고, 그게 익숙해지는 건 아니잖아."
....
"이상하잖아. 엄마는 열심히 일해. 술집에서 일하는 게 뭐 어때서? 우리 엄마, 술집 주방에서 음식 만들어.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게 아니라고. 엄마는 여자 혼자 몸으로 날 엄청 열심히 키웠어. 엄마를 욕할 거면, 여자 혼자 애 기르는 데 아무런 도움도 안 준 나라를 먼저 욕해야 하는 거 아냐?"p36

"엄마는 나한테 만날 그러거든. 공부를 하는 건 다 너를 위한 거라고. 하지만 좋은 성적을 받아 오면,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아 오면, 그러면 네가 원하는 걸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할 때마다 회의감이 들어. 나는 정말로 나를 위해 공부하고 있는 걸까? 아빠와 엄마가 원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p84

"이상하지 않냐? 무사히 학교에 다니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모른 척해야 한다는 거."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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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프인 보름이와 설아는 여름 방학에 강릉으로 여행을 가자며 약속을 한다. 하지만 방학식이 끝난 날, 설레여하는 보름이에게 설아가 죽었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이 들려오고, 사인은 자살.

슬픔 속에 지내는 보름이에게 설아가 죽기 전 보냈던 예약 메일이 도착하고,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겨 마음이 힘들어 지면, 강릉에 영혼을 수놓는 가게'에 가라는 수수께끼 같은 내용이 쓰여져 있다.
설아가 절대 자살할리 없다 믿는 보름이는 설아가 남긴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 죽음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찾기 위해 강릉의 수놓는 가게 다닝으로 가고, 그 곳에서 보름이와 같은 이유로 온 설아의 같은 학교 친구 이재를 만나게 된다.
귀신을 본다고 소문 난 유명한 영매이자 다닝의 주인인 원하리는 자수 한 점씩을 완성하면 설아가 남긴 물건을 주겠다고 이야기 하고, 둘은 설아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과 설아가 남긴 메지와 물건을 찾기 위해 협력하며 조금씩 진실에 가까이 다가간다.

보름이와 이재의 이야기로 교차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는 폭력이 난무한 학교, 영어권 나라가 아닌 베트남 혼혈이라 받는 차별, 학교 폭력을 저질렀음에도 부모의 경제력과 능력 덕에 쉽게 무마되고, 되려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는 이야기들이 묵직하게 담겨 있다.
가해자는 그에 걸맞는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더 큰 가해를 저지르며 누군가를 괴롭히고, 목숨을 잃게 하는 지금의 사회가 담겨 있다. 죄책감은 커녕 당연한 듯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며 더 큰 악을 저지르게 하는 것은 비단 아이들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무마시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추악한 짓도 불사하는 어른이 배후에 있기 때문이겠지.(최근 정순신의 아들 학폭 무마 사건도 생각나고, 학교폭력에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고 박주원양의 재판에 불출마한 욕도 아까운 권경애도 생각났다. 아! 특히 권경애는 정말 !#%$%*^&*%&*%()!!!!)

학교 폭력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에 자칫하면 어두질 수 있는 분위기를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가미해 재미를 선사한다.

준비했다고 해서 상실감이 적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아이들은 특히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겪는 상실에 더 크고 오랜 트라우마가 남을 것이다.
이 소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에 바르는 약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범유진 작가의 말처럼 폭력에 노출되어 고통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혹은 겁이 나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 약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문득, 어느 정도 수준으로 글을 써야 아이들의 눈높이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를 쓰는데도 이렇게 쓰면 공감할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할까 라는 고민이 들지 않을까?
작가들의 필력에 늘 감탄하지만 특히나, 어린이나 청소년 문학을 쓰는 작가들이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범유진 작가의 아홉수 가위도 곧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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