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이 말했다 - 2021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 대상 수상작 스토리잉크 1
제레미 모로 지음, 이나무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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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우직하게 섬을 미는 물소, 새로운 세상을 보려 무리에서 빠져나온 찌르레기, 세상의 탄생을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아기 코끼리, 자신의 못생긴 외모 때문에 세상이 뒤틀려 버릴지도 모른다며 겁내는 타조, 안락한 집이 아닌 화려한 감옥을 선택한 소라게, 엄마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원숭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고귀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연의 웅장함을 배경으로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 따뜻하고 뭉클하게 그려져 있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고독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굳건한 마음과 끊임없는 노력,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들이 한대 어우러져 뭉근한 감동과 진한 여운을 남긴다.

굉장히 큰 판형이라 처음 받았을때 놀랐는데, 자연의 광활함과 생명력이 가득차 있어 커서 더 좋았달까.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반하고, 풍자와 철학, 삶의 지혜와 교훈들에 또 한번 반하게 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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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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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에는 계약 기간이 명시되어 있었는데, 3,6,9개월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구 개월이 지나면 어차피 다른 공정으로 보낸다고 했다. 면전에 대놓고 '우리는 사람 쓰다 버릴 겁니다'란 선언을 들은 듯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p109

티브이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해달라 절규하는 하청 직원들을 보았는데, 현실은 동일 노동조차 안 시켜주는 셈이었다. 진짜 욕 먹어야 할 주체는 재벌과 대기업이건만, 유달리 노조가 더 비난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재벌의 횡포가 아메리카노 정도라면 눈앞에서 직접 체험하는 차별은 에스프레소 원액만큼 썼다.p111

언제 해고통보를 받아도 이상할 게 없는 곳. 외통수에 몰린 내 모습을 더올리니 목구멍 안에 바삭해지는 느낌이었다.p113

"야, 현우야. 우리 없으면 누가 다리 만들어주냐? 우리뿐만 아냐. 청소부, 간호사, 택배, 배달, 노가다, 이런 사람들 하루라도 일 안하면 난리 나. 저기 서울대 나온 새끼들이 뭐하는 줄 알어? 서류 존나 어렵게 꼬아놓고, 돈으로 돈 따먹기만 하고, 땅 덩어리로 장난질이나 치지. 그런 새끼들보다 우리가 훨씬 대단한 거야. 기죽지 마."p116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는 안내에 영감님 한 분이 길길이 날뛰는 중이었다. 안타까웠다. 넉넉한 사람이면 왜 굳이 나랏돈을 축내겠는가. 쪼들리고 힘겨우니 몇 달이나마 인간답게 살 기간 좀 달라는 것 아닌가. 분명 어느 정도 나라의 책임도 있을터인데, 온갖 눈총 혼자 다 받으며 퇴장하는 노인의 뒷모습이 못내 씁쓸했다.p124-125

사교육과 대학 서열화는 결국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소산물인 돈이 만들어낸 결과물. 평등과 이해는 돈이 되지 않는다. 돈이 안 되니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연히 자신의 욕망 외 다른 가치를 모른 채 어른이 된다. 현대 대한민국 사회는 이런 악순환의 굴레 속에서 만들어졌다.p215

대다수는 부의 정점에 오른 다음에도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주했다. 노동자를 밟아 누르고, 중소기업을 피눈물 쏟게 했으며, 정치인과 야합해 나라를 제 입맛에 맞게 건드렸다.
....
그들은 원칙이 없었거나 권력을 얻으며 잃어버렸다. 방향성 없는 권력은 블랙홀처럼 팽창하며 약자들을 집어 삼킨다. p25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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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시절을 보낸 청년 노동자 천현우 작가.
굶주림과 학대에 방치 되었던 어린시절과 외로움과 방황 속에 보냈던 청소년 시절, 가난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매일매일이 고통스럽고 괴로웠던, 꿈도 희망도 없는 20대 청년시절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특성화고등학교를 나와, 하루에 3-4시간을 자며 일해도 200만원 남짓한 월급에 어머니의 빚과 병원비에 허덕이며 치열하게 산 그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를 여실히 보여준다.
공평과 공정, 평등이 없는 나라에서 시작점이 다르니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나지 못하는 가난의 굴레와 현실에 씁쓸해진다.
지방, 전문대, 용접노동자, 청년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혐오,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용역과 하청업체, 직장 괴롭힘과 갖가지 폭력, 복지 사각지대와 제도적 허점들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살고자 했고, 사람으로 존중받고 싶고, 인간답게 살고 싶었던 한 청년의 절규와 치열한 삶과 분투가 진솔하게 다가온다.
한 걸음씩 내딛고, 한 단계씩 성장해 왔고, 성장해갈 그의 모습을 응원한다.

시대착오적 노조탄압과 69시간 근로시간제로 장시간노동착취로 반노동정책을 펼치는 윤석열정부가 절대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할 삶이지만, 국민 대다수가 이렇게 치열하고 고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하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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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어때요? 라임 그림 동화 32
베티나 옵레히트 지음, 율리 푈크 그림, 전은경 옮김 / 라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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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나이가 들면 어때요?

아, 어릴 때랑 똑같지.
그냥 조금만 달라.
.....
어릴 때는 아직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서 화가 나.
나이가 들면 이제 더는 할 수 없는 일들 때문에 화가 나지.

어릴 때는 시간이 너무 늦게 흘러가서
꾹 참아야 할 때가 많잖아.
나이가 들면 더는 참을 필요가 없어.
시간이 화살처럼 빠르게 흐르니까.

새 친구는 언제든 사귈 수 있어.
그런데 나이가 들면 옛 친구들이 자꾸 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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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할머니에게 나이가 들면 어떠냐고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하고, 할머니는 온화한 표정으로 그냥 조금만 다르다며, 다정하게 하나하나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먹고, 입고, 웃고, 춤추고, 외출하고, 친구를 만나는 평범한 일상들을 노인의 시선과 입장으로 이야기 하는 모습들은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남은 여생이 짧기에 화살처럼 빠르게 느껴진다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떤 것도 지체하지 않고 삶을 즐기는 모습들과 하루하루를 감사해하고 귀하게 여기는 모습들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긴 세월을 살아온 어른의, 노인의 철학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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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참 좋아
이은소 지음 / 새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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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나를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부터 나는 혼자였다. 불안과 슬픔의 강 한가운데에서 홀로 서 있어야만 했다. 강 한가운데에서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밤마다 기도했다.
'제발 안 되길, 제발 안 되길, 제발 그런 사람이 안 되게 해주세요.'
그러나 열 여섯, 그런 사람은 '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런 사람'인'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러고 나서는 죄를 짓지 않게 해 달라고, 나를 용서해 달라고, 평생 수도자처럼 홀로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p54

"좋아하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해. 그 사람 입장에서는 끔찍이 여길 만큼 나쁜 일일 테니까."
"좋아하는 마음이 뭐가 나빠? 싫어하는 마음이 나쁜 거지"
"고마워. 난 네가 나를 피하고 멀리할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
그러나 준영이의 미소가, 준영이의 안도가 나를 더 슬프게 했다. 준영이는 왜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며 살아야 할까. 준영이는 왜 타인의 이해에 고마워해야 할까. 앞으로 얼마만큼의 이해에 안도하고 또 괴로워해야 할까. 준영이는 나처럼, 보톤 사람들처럼, 사람을 사랑하는 것뿐인데.p114-115

"내 마음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 내 몸도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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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들킬까봐 조마조마해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준영, 그리고 준영을 짝사랑했지만, 그의 커밍아웃으로 누구보다 준영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준영의 편 친구 소우주를 중심으로 챕터별로 둘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된다.

예민하고 흔들리는 시기, 준영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품고 살아간다.
준영이 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준영의 짝사랑 상대 교회 형과 무리들은 그를 혐오하고, 학교에서도 준영을 향한 수군거림은 계속된다. 또 누군가는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해 준영을 다치게 해 병원에 입원까지 한다.
준영이 동성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 엄마는 병이라 치부하며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시키고, 아빠는 외면하며 준영을 멀리하지만, 누나들은 준영에게 괜찮다고, 위로하고 응원한다.

유일하게 준영의 편에 서서 준영을 위로하고 웃게 해주는 친구 소우주는 내내 준영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게이에 대해 공부하고, 솔직하게 그의 심정이나 상황들을 묻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함께 웃고 울고, 필요할때 어깨를 내어주는 소우주의 마음이 무척이나 뭉클했고, 그런 친구가 곁에 있어 참 다행이었다.

동성을 좋아하는 마음이 죄로 치부되는 종교와 세상에서 준영은 상처받고 울고 괴로워하며,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마음 아팠다.

한 걸음씩 세상을 향해 내딛는 것 자체가 버거운 준영의 마음과 그런 준영을 바라보는 소우주의 마음들이 세밀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가정, 학교, 종교, 사회가 성소수자인 아이를 부정하며 행하는 가혹한 정서적 폭력과 물리적 폭력들을 그리며 현실적인 문제를 담아냈다.

따뜻하고 뭉클하고 예쁜 마음이 담긴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건 '날씨가 참 좋아' 라는 말은 성소수자 사이에서 '사랑한다'는 말 대신 쓰이는 은어라고 한다.
참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과 표현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고 평범함이 누군가에겐 어렵고 힘든 일....

한 개인의 마음을 왜 사회와 타인들이 멋대로 재단하고 판단하는건지, 왜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왜 TV에서 토론거리가 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종교적 탄압이나 그들의 태도는 동의가 어렵고, 언제나 종교가 취하는 입장은 아쉽기만 하다.

누군가는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성소수자의 삶을 응원한다.
동성을 좋아하는 마음을, 성을 바꿔서라도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그들의 선택을 나는 존중한다.
차별과 혐오, 억압과 지탄들을 감내하고서라도 자신의 정체성과 인간의 존엄함을 지키려는 그들의 선택을 누가 감히 반대하며 욕할 수 있을까.

소수자란 이유로 누구에게도 차별받고 상처받지 않기를....
녹록찮은 그들의 삶이 참 좋은 날씨처럼 찬란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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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인생 그림 - 아트메신저 이소영이 전하는 명화의 세계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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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데마의 그림은 나에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거시적인 시선을 갖는 창의성을 주었지만, 그의 삶은 공간으로 비교하면 오히려 낮고, 좁고, 세밀하게 탐구하는미시적인 것들이 완성해 나갔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사유의 힘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자유로운 발산적 사고와 면밀한 수렴적 사고의 균형을 아는 자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첫 번째 습관은 우선 다양한 각도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다. p27

쓸쓸한 우리가 고독을 내면으로 돌파할수록 초라한 힘들이 쌓여 위대해질 것이다. 그리고 고독하고 부족한 사람들이 신비롭게 비줘질 때 세상은 더욱 따뜻해질 것이다.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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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에 출연했던 아트컬렉터 이소영씨가 사랑한 인생 그림과 인생 화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59인의 유명 화가들의 그림 200점을 통해 그들의 삶과 그림이 그려졌던 배경과 역사들을 담았을 뿐 아니라, 때때로는 다정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에는 그녀의 삶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이 담겨 있어 따뜻하게 느껴진다.
하루 한명의 화가를 만나, 그의 그림을 감상하고,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묘한 설렘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따뜻한 마음들, 그리고 삶에 대한 조언들을 짧은 코멘트로 담기도 해 힐링되기도 되기도 한다.

예술은 사람의 마음에 쌓인 일상생활의 먼지를 털어준다- 피카소

살다 보면 진흙 투성이가 되는 날도 있고, 깊은 우물에서 나오지 싫은 날도 있겠지. 하지만 그때마다 이 그림들을 떠올리며 지금 이순간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p125

잠시잠깐의 쉼을 주는 작품들에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조금은 명화와 친해졌달까.
전문가의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심도 있게 그림을 감상하게 할 뿐 아니라, 뭉근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600페이지가 넘는 큰 양장본으로 소장가치가 더해져 그림 좋아하시는 분들은 더더 좋아하실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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