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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 Vol. 1 얼음 ㅣ SF 보다 1
곽재식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4월
평점 :
스스로 뭘, 왜 좋아하는지, 항상 돌아보고 고민해야 해요.-박문영, 귓속의 세입자 中-
세상은 뜨거워졌지만 사람들은 반대로 차가위졌다.-연여름, 차가운 파수꾼 中-
-얼어붙은 이야기 #곽재식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소설가의 입장에서 쓴 이야기로, 죽음의 순간에 '생사귀'라는 외계인(?)을 만나 삶과 죽음, 시공간에 대한 이야를 담았다.
-채빙 #구병모
얼음이 거의 사라져 귀한 시대에 얼음을 떼가는 채빙꾼들과 얼음 속에 갇힌 화자 '나'가 마주하게 되고, 대치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인간성을 상실하고, 따뜻함을 버리는 씁쓸함이 감돈다.
-얼음을 씹다 #남유하
식량난으로 인해 사람이 죽으면 자연건조 시켜 인육을 먹는 시대에서 죽은 딸을 먹을 수 없는 엄마는 딸의 시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굶주림에 지친 인간의 섬뜩한 최후가 담겨 있다.
-귓속의 세입자 #박문영
잠시 몸에 머무르게 해달라는 외계 생명체의 제안을 허락한 해빈은 귓속을 내어주고, 39초의 잠시잠깐의 시공간을 멈출 수 잇는 능력에 대해 이야기 한다.
-차가운 파수꾼 #연여름
이상기후로 무더위가 계속되고 식량이 부족한 시대, 영하 20도의 한파의 기온을 만드는 선샤인이라는 존재를 지키는 파수꾼의 이야기를 담았다.
-운조를 위한 #천선란
누구나 쉽게 동물을 키우고 죽이는 세상에서 수의사 운조는 살리는 일보다 죽이는 일을 더 많이 한다. 우연한 사고로 시공간을 초월해 미래세계로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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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단편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독특할뿐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연대하고, 살아가기 위한 분투도 담겨 있다.
소소하게 느껴지는 따스함과 희망의 이야기들에 마음이 따뜻해 지다가도, 섬뜩한 공포가 등골을 서늘하게 할 뿐 아니라, 씁쓸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나 천선란 작가 단편은, 주인공의 지리멸렬한 삶 속에서 생명 윤리를 생각하고 치유받고, 희망을 보여줘 좋았다.
연여름 작가의 차가운 파수꾼 속 쓸쓸한 연대와 서로를 위한 마음이 안타깝게 느껴져 여운이 길었고, 곽재식 작가의 작품은 신선하고 독특해서 재미있었다.
얼음이란 주제의 sf 앤솔러지로 모든 작품들이 차갑게 얼어붙은 세상과 인간의 마음을 표현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그 속에 또 다른 장르를 담아낼 수 있는 SF의 매력이 한껏 느껴지는 책이라, 정식 출간본은 어떻게 예쁘게 옷을 입고 재 구성될 지 궁금해진다.
여담이지만,
회사가 잘못한게 있냐, 조사는 언제 끝나느냐 라는 물음에, 조사를 다하기까지는 알 수 없고, 잘못한게 충분히 많이 나오면 그때 조사가 끝난다는 (얼어붙은 이야기 中) 책 속 대화가 요즘의 정부와 검찰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