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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라스의 악마 ㅣ 반올림 54
박용기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4월
평점 :
확실히 이 시대는 뭔가 비정상적이며 본질을 잃어버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세상에 살고 있을까, 자문한다. 사실 바로 그것을 알고 싶다. 내가 진정으로 간절히 알고 싶은 것은 이 세상은 왜 이렇게 생겨 먹었을까 하는 것이다.가끔씩은 이런 생각에 빠져 있는 내가 문제아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기도 하다.p29-30
과학이 발전하는 것은 인간 진화의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계를 내가 다룰 수 있는 어떤 대상으로 보는 한 환경은 파괴될 수밖에 없고 인간 본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는 그냥 존재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것의 본질을 알아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것을 몰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아름다운 지구에서 잘 살 수 있습니다. 더는 사람들이 자신과 세계를 분리하는 잘못된 관념으로 자신과 세계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세계와 우리 자신은 결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지금처럼 단기적인 생각으로 당장의 이익에 빠져서 과학기술을 이용하려고만 하지 말고 먼 미래 우리의 후손이 하나뿐인 이 지구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인간은 왜 세계를 지배하려고 하며 왜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할까요? 궁극의 원리를 모르면 어떻습니까? 꼭 궁극의 원리를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무엇이든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은 삶이 불안하기 때문에 생기는 집착이 아닐까요?p228
도대체 아직 세상을 제대로 살아 보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왜 그런 생각으로 괴로워하는 것일까. 왜 지레 나의 삶을 예단하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되라고 강요하는 사회. 그냥 아무것도 되지 않고 살 수는 없는가.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궁극의 원리가 없다는 것이 그걸 분명히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나의 미래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되어 가는 존재다. 그렇게 살자.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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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린'이라는 가상의 도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로봇들이 인간들을 대신해 생산과 재화를 담당하면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들이 모여 사는 도시다. 로봇들 덕에 높은 생산성으로 더 큰 이익이 생겨났으나, 인간들은 노동에서 소외되어 외곽으로 내몰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
뉴턴, 아인슈타인, 괴델에 이르는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를 곳곳에 담아 과학적 발견과 이론보다 그들의 개인적 삶과 인간적 약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과학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청소년의 시선으로 심도 있게 담아냈다.
인간의 행복한 삶에 대한 고민들과 다양한 사고,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을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에 대한 과제를 던진다.
일자리를 잃고, 삶의 터전을 잃고, 그렇게 소외되는 인간들이 발생하는것이 자명한 사실이기에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발전되는 과학이 무조건적으로 옳고 좋다고만할 수 없는 사회가 도래했다는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리고 어려서 뭘 모른다는 말, 매사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편견, 그래서 어른의 통제와 보호를 받아야한다는 일방적인 생각들이 청소년들을 숨막히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은 매 순간 진지하고, 매 순간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다. 때론 타인들을 위해 포기하기도 하고,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좌절하기도 하지만, 어른들은 공부만 하면 되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느냐고 십대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미 그 순간순간이얼마나 힘들었는지 겪어봤으면서도...
청소년들의 흥미와 지적탐구심, 진지함과 모험심, 그리고 순수함이 결합되어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