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물거품 안전가옥 쇼-트 8
김청귤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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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정한 사람들 덕분에 유지되고 있는게 분명해."p140

섬에 사는 무녀 마리는 바다신에게 사고 없이 뱃일을 하게 해달라고 섬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무녀의 대를 잇기 위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하지만, 마리는 인간이 아닌 여자 인어와 사랑에 빠지고, 섬사람들은 그들을 지탄한다.
인어인 수아가 인간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신망을 얻지만 둘의 사랑은 인정하지 않고 강하게 탄압하며 없애려고 한다.
마리는 인간에 대한 증오가 쌓여가고, 수아는 늘 그렇듯 따뜻함으로 인간들을 바라보기에 둘은 조금씩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상대를 향한 깊은 사랑과 믿음으로 희망과 해결방안을 찾으려 노력한다.

언뜻 판타지 로맨스같지만, 인어와 인간이라는 다른 종간의 사랑과 동성의 사랑을 담아,소수자와 약자의 삶과 사랑에 대해 담았다.
청년, 여성,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멸시와 냉대 뿐 아니라, 폐쇄적 공간인 섬에서, 내 삶을 선택할 수 없이 무녀의 삶을 되물림해야만 하는 억압 역시 잘 표현되어 있다.
묵직하고 안타깝지만, 서로를 향한 순수한 사랑과 애틋함이 잘 담겨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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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칸타빌레 - '가다' 없는 청년의 '간지' 폭발 노가다 판 이야기
송주홍 지음 / 시대의창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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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사가 끝나면 이들(비계공)은 자신들이 설치했던 결과물을 스스로 해체한다. 자식과 길을 걷다가 "저~기 저거 보이지? 저게 아빠가 만든거야~"라는 자랑조차 비계공은 할 수 없다.
뭐 꼭 이세상에 무언가 남겨야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요즘도 가끔 저 높은 곳에서 위태롭게 작업하는 비계공을 넋 놓고 본다. 그때마다 새삼 깨닫는다. 이 사회라는 게 주인공만으로는 굴러갈 수 없다는 상식을, 꼭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조연도 얼마든지 멋질 수 있다는 진실을 말이다.p201

내가 생각하는 노가다 판 안전사고의 근본 원인은 불법 다단계 하청 구조다. 오야지들은 인부들 다그쳐서 공사를 빨리 끝내야만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인부 입장에서는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일자리 보장받을 수 있따. 안전관리자가 백날 '뛰지 마세요', '하나씩 들고 가세요' 잔소리해봐야 아무 의미 없는 말이다. 빠릿빠릿 안 하면, 하나씩 들고 다니면, 오야지한테 일 못한단 소리를 들을 테고 그러다 보면 잘릴 수도 있따. 그런데 뛰지 말란다고 안 뛸 수 있겠냐는 말이다. 생계가 달린 문젠데.p263

산업별 업무상 사고 사망 재해 비율을 보면 놀랍다. 2017년 업무상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총 964명이다. 이 가운데 506명이 노가다 판에서 죽었다. 사망 사고 절반 이상이 노가다 판에서 터졌단 얘기다. 다시 말하지만 52.5퍼센트다. 전체 산업 노동자 가운데 건설 노동자 비율은 고작 16.4퍼센트인데 사망자 비율이 무려 52.5퍼센트면, 책상에 앉아 고민할 게 아니라 현장에 와서 보고 듣고 느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거시아니냐고 그렇게 했는데도 10년째 사망자 수가 줄지 않았다면 진짜 무능 한 거고, 그렇게 안 했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현장에 와 보시라고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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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의 작가가 낮에는 공사현장에서 목수로 일하며 집을 짓고, 밤에는 틈틈히 글을 지어 출간한 책이다.
기자 출신에 공사장 노가다꾼이라....꽤나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몸을 써서 돈을 벌겠다며 호기롭게 노가다판에 뛰어 들어 일명 '잡부'로 일하다 목수가 되기까지의 여정들과 그가 겪었던 다양한 일들을 담은 책으로, 그는 건설 노동자, 근로자라는 말대신 '노가다꾼'이라 불리기를 원한다고...

여담이지만, 나는 에세이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특히나 지나치게 감성적인 이야기들이나(이를테면, 이별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 자신의 추억과 취향들을 구구절절 늘어놓은 수필들은 딱히 관심이 없다.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단순한 추억팔이와 감성팔이를 읽고 싶지 않달까.
하지만 이렇게 눅진한 땀냄새와 인간미 넘치는 에세이나 사회적 메시지들이 담긴 에세이는 참 좋아한다.
(직접 만났던 그 역시 참 사람 냄새나는 진솔하고 소탈한 분이었다!)

일을 하면서 작가가 보고 듣고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 사람, 산재사고, 인권, 노조에 관한 현장 이야기들이 가감없이 담겨 있어 더 진솔함이 느껴진다.
고된 현장에서의 삶들이 진정성있게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에피소드들도 재미있게 담겨 있다.

책에는 실제 현장에서 쓰는 용어들도 담겨 있고, 뒷 부분에는 용어사전들이 따로 담겨 있는데, 영어나 일본어에서 유래된 단어들을 우리말로 순화해서 담지 않은 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존중하듯, 사용하는 용어들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외래어 표기를 민감하게 생각하며 변화시키기 보다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차별을 변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대부분이 노가다라며 무시하지만, 정직하게 육체노동을 하고 땀흘려 번 값진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건설노동자들을 누가 감히 무시할 수 있을까.
부디 공사현장에서 일한다고 하대받거나 차별받지 않기를...
편견으로 바라보지 말기를...
무엇보다 다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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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 - 내 빵 생활 이야기 보리 만화밥 7
김홍모 지음 / 보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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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은 사랑이야'
이 말 뜻을 이해하기까지는 몇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리고 5.18 광주항쟁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간첩이 내려와 무장폭동을 일으켰다던 '광주사태'가 전두환, 노태우 군부에 의해 저질러진 '학살'이었다니....
국민을 학살한 자들이 대통령이 되어 떵떵거리고 살고 있다는 게, 그동안 속고 살아왔다는 것이 몹시 화나고 분했다.
광주 시민들은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때부터 나는 강의실을 가지 않고 거리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p68

경찰의 폭력적인 연행 과정에서 한 학생이 또 목숨을 잃었습니다. 김영삼정권 들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가스 폭발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수천 억의 비자금 비리를 감추기 위해 학생들을 빨갱이로 몰아 마녀사냥 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민생경제는 파탄 나 중소기업 부도가 속출해 죄 없는 사람들이 감옥에 올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p108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이곳에서 진실이었고, 권력자들, 돈 많은 자본가들은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금방 사면을 받아 떵떵거리며 살았다. 흉악범을 제외한 대부분의 힘없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마련할 돈도 없어 구속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영등포구치소에서 진행된 오늘의 투쟁을 역사가 기억하지는 않아도 이렇게 목청이 터져라 외치는 사람드르이 기억 속에는 분명히 남을 것이다. p111

노동으로 지친 두툼한 손. 따뜻하고 정직한 손.
그 기억이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힘겨운 순간에 나를 지탱할 힘이 돼 주었다.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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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모 작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 노블로, 학생운동을 하던 대학교 시절 영등포 구치소에 수감되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주변에 하다, 재미있고 흥미로워하는 반응에 그래픽 노블로 탄생 시켰다고 한다.
주인공 대학생 용민이가 학생운동으로 수감되고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의 8개월을 만화에 담았는데, 수감되었던 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사연들뿐 아니라, 시대의 아픔을 잘 담고 있다.
자전적 이야기이다 보니 더욱 실감나고 자세한 시대상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김홍모 작가는 용산 참사, 강정해군기지 문제, 통일운동가 이야기 등등의 사회 문제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담은 만화를 그렸다.
시대의 아픔과, 사회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올곧게 바라보는 인식 있는 김홍모 작가의 이번 책도 묵직하지만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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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의 말
채효정 지음 / 포도밭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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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정규직 문제를 임금이나 처우 개선 문제로만 바라보지 말고, 정치적 자유와 권리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비정규직은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제도다.p22

오늘날 법원은 노동자는 노동 환경이 자신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하다고 판단할 때조차, 자본에 해를 미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한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파업을 했다 하더라도, 나아가 그것이 다른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었다 하더라도, 기업에 손실을 입혔을 때는 그 손해를 배상하라고 한다.
그래서 배달 노동자는 작업을 중단할 수 없고, 간호사들은 쉴 수 없으며, 콜센터 노동자들은 노동현장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 p76

노동자의 파업은 돌봐줘야 하는 대상으로서 어떤 조치를 위해 달라고 주인에게 정원하는 행위가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로서의 요구이며, 스스로를 평등한 존재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행위다. 일터에서의 노동 주권과 시민으로서의 민주적 권리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누리는 편의는 누군가의 노동으로부터 나오며, 오늘도 우리가 먹고 마시고 쓰는 모든 물건을 누군가 생산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위험에 처하면 서로의 노동에 기대고 있는 우리 모두가 위험해 진다.p77

먼지가 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도 좋다. 두려워하지 말고 살아가보자. 뭐가 되어있든 우리는, 없지않고 있을 테니까.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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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인 저작 2018-2020년에 쓴 페이스북 글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강사로 재직하다 이메일로 해고 통보를 받고,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 한다.

주로 해고,비정규직, 저임금, 부당대우, 하청,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와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다양한 사회문제들과 부조리한 현실, 환경, 동물권, 일속만 챙기는 정치권에 대한 이야기들 뿐 아니라, 연대의 소중함과 살아가야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한다는 용기와 희망을 담았다.
쉽게 지나쳐서는 안되는, 쉽게 외면해서는 안되는 묵직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송곳처럼 후벼파기도 한다.

외면했던 이슈들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여담이지만, 최근 이틀동안 지하철 파업을 진행했을 때, 내 뒤에 서 있던 두 청년 여성들이
'대체 왜 파업을 하느냐, 한 두번도 아니고 지들 욕심에 왜 우리같은 선량한 시민을 힘들게 하느냐' 며 화를 내며 대화를 했다.
묻고 싶었다.
'정말 본인이 선량하다고 자부할 수 있느냐고... 그리고 생존권을 위해 싸우는 이들을 누가 감히 욕할 수 있느냐고...'

노동이 존중받고,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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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미 시스터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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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은 영화에서나 나온다.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극복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다. 그 일에 매몰되어생계를 내팽개칠 수 없으니까 잊은 척하는 것이다.p15

극복은 영화에서나 나온다.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극복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다. 그 일에 매몰되어생계를 내팽개칠 수 없으니까 잊은 척하는 것이다.p21

너도 알겠지만 누군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땐 말이야, 그 일이 맞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것도 아니야. 그냥 견딜 만하니까, 단지 그 이유로 계속하고 있는거야. 그럴 수도 있는 거야.p143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자차배송기사의 시급은 본인이 결정한다. 뛰면 시급이 오르고, 걸으면 시급이 내려간다. 요의를 참으면 오르고, 화장실에 자주 들르면 내려간다. 밥을 굶으면 오르고, 밥을 먹으면 내려간다. 사먹기까지 하면 더 많이 내려간다.p152

"현재만 사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을 때가 있어요. 현재가 제일 중요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일거리가 죄다 일회적이고, 일거리를 캐치하는 순간에만 노동자가 되는 거니까 나머지 시간엔 노동자로서의 존재감이 희박해지죠. 그런데 자꾸 드는 생각이, 일이라는 게 원래 이런 게 아닐까,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일거리를 캐치해서 살면 되지 않을까, 그래요. 이상해지는 거 같아요. 사람이." p281

성범죄를 저지르려는 목적으로 동료가 수경에게 졸피뎀 약물을 먹였으나 다행히 성범죄를 피한다. 하지만, 가해자는 떳떳하고 무탈하게 지내고, 피해자인 수경은 회사를 그만둔다.
남편은 수익보다는 늘 손해를 많이 보는 전업투자자이고, 아버지는 사기로 집을 잃고, 수경의 어머니는 청소일을 그만두고 수경의 집에 함께 산다.
수경의 월급으로 겨우 연명하던 가족들은 수경의 퇴사로 점점 무너지게 되고, 수경은 어떻게 해서든 가족들을 일어서게 하기 위해 엄마와 택배일을 시작하게 되고, '헬프미시스터'라는 앱에 등록해 다양한 의뢰의 일을 한다.
남편은 대리운전을, 아빠는 도보로 음식 배달을 하며 온 가족이 플랫폼 노동에 함께 뛰어들게 된다.

생계를 위해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에 발을 내딛고, 그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사람들과 마주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구원이 되고, 성장해 가는 과정들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세대를 넘나드는 적나라한 현실과 가족으로 묶여있는 무거운 책임감과 삶의 무게가 담겨있어 먹먹한 감정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사회는 각박하고, 노동은 불안정해 힘든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만, 그 속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하고, 서로를 보듬는 모습들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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