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통당한 몸 -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크리스티나 램 지음, 강경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평점 :
여성은 살아가는 동안 세 명 중 한 명꼴로 성폭력을 경험한다. 성폭력은 인종도 계급도 국경도 가리지 않느다. 모든 곳에서 일어난다.p24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p240
30여 년 동안 분쟁지역에서 기자로 활동한 저자가 전쟁 성폭력의 실태를 고발한 책으로, 르완다 정글에서 독일 베를린, 제2차 세계대전 위안부부터 21세기 IS의 성노예까지, 세계 다양한 전쟁터에서 강간당하고 이용당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가감없이 담겨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성노예로 무참히 짓밟힌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기에 결코 남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전쟁이 일어났을때 여성들과 아이들은 특히나 더더욱 지옥을 경험한다.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자, 존엄을 잃고, 살아갈 의지를 잃게 만드는 성폭력.
신체를 망가뜨리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어 존재의 의미를 빼앗는 강간이 얼마나 끔찍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살아남아도 살아있는 게 아닌 삶, 가정에서도 보호받지 못해 내몰리고, 존재를 부정당해 공동체에서도 거부 당한다.
매일을 지옥에서 살고, 늘 고통을 겪는다.
어리고 어린 영아 피해자부터 팔려다니는 소녀, 가슴도, 성기도 훼손 당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상상할 수 없을만큼 충격적이고 안타깝다.
무엇보다 세계의 다양한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성폭력은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무기일 뿐 아니라, 치밀하고 계산되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쟁 성폭력 피해자들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가해자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삶의 의지를 놓지 않는 수 많은 피해여성들이 있다. 매일을 견뎌내며, 전쟁 성폭력을 알리고, 정의를 위해 싸우고, 더 이상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용기 있고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위대한 여성들이 지금도 곳곳에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일본은 왜 인정하지 않는걸까.
여전히 고통받는 분들이 계신데, 언제쯤 사과를 할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