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기 좋은 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9
오한기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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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들지 않고 감정 소비와 시간 낭비를 하지 않는 것. 즉, 가성비가 좋은 산책의 목적에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찾아낸 게 있었다. 바로 나였다. 나는 가장 저렴한 주제이다. 재료는 나의 육체이고, 내면이며, 정신이다. 나는 나일뿐만 아니라, 나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소울메이트이다. 나를 따라가보자. 혹은 찾아가보자. 내면 여행을 떠나자.p53

작가인 자신을 화자로 내세워 다방면으로 확장된 이야기를 펼쳐낸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중 자신을 찾고자 서울 곳곳을 걷고 또 걸으며 사색하는 내용을 담아내 소설보다는 수필에 가깝다라고 생각할때즈음 비현실적 내용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산책하며 사색하고, 과거와 미래를 조우하고, 상상 속 세계로 빠졌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이야기는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현대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듯 하다.

봄꽃 가득한 볕 좋은 봄날, 산책하고 싶어지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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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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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한 인생에서 우리는 결국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일이 없습니다. 늦건 빠르건 죽음은 결국 당도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부유하건 가난하건, 잘났건 못났건 간에 말입니다."p273

"더 무서운 건 그 어둠이라는 것이 사람 개개인에게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도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p299

p343.
"상대를 존중한다는 건, 상대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보는 자세부터 갖추는 거지. 신분이라는 게 이미 구습이 되어 사라져 없는 세상인데, 그런 허깨비 같은 것에 매여서 상대를 존중해선 안 된다고 말하면, 그 말이야말로 안 되는 말이 아닌가."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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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달에서 내려온 전화'에 이은 부크크 오리지널 3탄 1929년 은일당 사건기록은 코지 미스터리로 술술 읽힌다.

'모던'을 꿈꾸는 에드가 오는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끝내고 경성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원하는 '모던'에 걸맞는 하숙집 '은일당'에서의 생활을 만족하며 선화 아가씨의 가정교사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은일당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자신이 아끼는 페도라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고, 친구 중 한명이 가져갔다고 생각해 집을 찾아가지만 친구가 살해 당한 현장을 목격하고 갑자기 범인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따 오덕문에서 에드가 오로 이름을 바꿀만큼 그의 추리소설을 좋아한 그는 스스로 자신의 누명을 벗기고 범인을 찾기 위해 탐정흉내를 내지만 허세에, 겁쟁이에, 실수 연발 실수 투성이 모습이 어설프기 그지없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두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한 에드가 오의 활약도 재미있지만, 나라를 빼앗기고, 뼈 아픈 삶을 살아가던 1929년의 암울한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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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메리카 생존기 스피리투스 청소년문학 1
박생강 지음 / 스피리투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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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권력과 권력 사이의 다툼이니까. 거기에는 또 피바람 부는 적과 적 사이의 전투도 있었다. 거대한 땅따먹기 게임, 그건 모든 판타지의 기본이니까. 권력 다툼과 피 흘리는 전투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스펙터클의 조합.p19

한국사를 좋아하고, 게임팬픽을 쓸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 태조는 이태원에서 일하던 엄마가 갑자기 이민을 가겠다고 선언해 본인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친한 친구들과 이별하고 엄마와 누나 태리와 함께 미국으로 떠난다.
원래는 유치원이었던 곳을 고등학교로 변경한 학교로 누나 태리와 태조는 나란히 입학하고, 그 곳에서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을 만난다.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각기 다른 아이들이 어우러져 있는 낯선 곳에서 다양한 가치관과 감정들을 나누며, 환경에 적응하고, 서로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십대 아이들의 고군분투가 씁쓸하지만 유쾌하게, 안타깝지만 즐겁게 그려져있다.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낯선 곳에 내던져진 혼란스러운 십대의 심리를 세밀하게 담아냈다.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영어를 공부하는 과정들 또한 섬세하게 그려져 현실성을 더한다.

꼭 이민과 전학이 아니라도 아이들은 항상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학교와 학년이 바뀌고, 생활환경들이 변화하면 늘 새로운 고민들이 생기고 좌절을 경험한다. 자주 차별을 경험하고, 배제 당하며,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를 바라고, 중심이 되기를 열망한다.
지독한 성장통을 겪으며 그렇게 한뼘 더 성장하고....

친해지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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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당한 몸 -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크리스티나 램 지음, 강경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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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살아가는 동안 세 명 중 한 명꼴로 성폭력을 경험한다. 성폭력은 인종도 계급도 국경도 가리지 않느다. 모든 곳에서 일어난다.p24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p240

30여 년 동안 분쟁지역에서 기자로 활동한 저자가 전쟁 성폭력의 실태를 고발한 책으로, 르완다 정글에서 독일 베를린, 제2차 세계대전 위안부부터 21세기 IS의 성노예까지, 세계 다양한 전쟁터에서 강간당하고 이용당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가감없이 담겨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성노예로 무참히 짓밟힌 위안부 할머니들이 있기에 결코 남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였다.
전쟁이 일어났을때 여성들과 아이들은 특히나 더더욱 지옥을 경험한다.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한 고통이자, 존엄을 잃고, 살아갈 의지를 잃게 만드는 성폭력.
신체를 망가뜨리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어 존재의 의미를 빼앗는 강간이 얼마나 끔찍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살아남아도 살아있는 게 아닌 삶, 가정에서도 보호받지 못해 내몰리고, 존재를 부정당해 공동체에서도 거부 당한다.
매일을 지옥에서 살고, 늘 고통을 겪는다.
어리고 어린 영아 피해자부터 팔려다니는 소녀, 가슴도, 성기도 훼손 당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상상할 수 없을만큼 충격적이고 안타깝다.

무엇보다 세계의 다양한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성폭력은 우발적 범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무기일 뿐 아니라, 치밀하고 계산되어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쟁 성폭력 피해자들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가해자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삶의 의지를 놓지 않는 수 많은 피해여성들이 있다. 매일을 견뎌내며, 전쟁 성폭력을 알리고, 정의를 위해 싸우고, 더 이상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용기 있고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위대한 여성들이 지금도 곳곳에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일본은 왜 인정하지 않는걸까.
여전히 고통받는 분들이 계신데, 언제쯤 사과를 할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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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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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불안에는 냄새가 있어. 사람들은 좋은 사료를 먹였다고 광고하지만, 그보다 걔가 얼마나 평화롭게 살았느냐가 더 중요해."p44

그들은 스스로 선택했어. 용기를 내어 어떻게 살지 결정한 거야. 우리 자신을 만드는 건 바로 그런 선택들이야. 오랜 시간을 살아온 나도, 호랑이이자 사람인 너도 그렇지. 우리는 언제든 우리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그걸 잊지마.p60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호랑이 루호, 토끼 달수, 까치 희설, 이들을 돌보는 호랑이 구봉 삼촌이 한 집에 산다. 삼촌 몰래 동물들로 변신해 밤산책을 즐기며 사이좋게 지내는 이들 앞에 어느날 사람으로 변신하는 호랑이를 쫓는 사냥꾼 가족이 나타난다.
쫓기는 동물들과 잡히지 않게 조심하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고 생동감있게 펼쳐짐과 동시에,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왜 자신이 호랑이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서는 안되는지, 왜 사람으로 변신해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고민하지만, 자신의 가족과도 같은 달수, 희설, 삼촌 구봉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강자와 약자를 구분하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연대하는 아름다운 모습과 현실에 맞서는 단단한 마음을 담아낸 울림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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