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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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생명을 만들고 생명은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영속하는 거야. 그걸 믿어야 해. 그래야 다음 생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거야.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p100

개별적인 의식을 가지고 살아 있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니 너무나 짧은 이 찰나의 생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존재가 되도록 분투하고, 우주의 원리를 더 깊이 깨우치려 애써야 한다는 것이다.
...
누구도 허망하게 죽어서는 안 되며, 동시에 다신의 목숨도 헛되이 스러지지 않도록 지켜내야 했다.p108

"이 우주의 어딘가에서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드물고 귀한 일이고, 그 의식을 가진 존재로 살아가는 것도 극히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의식이 이는 동안 존재는 살아 있을 때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어요."p151

"우리가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어리석은 자만이에요. 누가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p152

"의식과 충분한 지능을 가진 존재라면 이 세상에 넘쳐나는 불필요한 고통들을 줄일 의무가 있어요.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더 높은 지성을 갖추려고 애쓰는 것도 그걸 위해서예요."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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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구원 아빠와 둘이 살고 있는 철이는 운동을 나갔다가 갑작스레 의문의 사람들에게 붙잡혀 수용소로 끌려가 자신이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라라 우기는 인간들과 로봇들 때문에 당황한다!
죽은 새를 묻어주고, 새의 죽음이 마치 자기의 잘못인냥 안타까워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식욕, 수면욕, 배설욕까지 가지고 있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휴머노이드 로봇이라 할 수 없는 철은 수용소에서 내내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자신처럼 세상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로봇과 인간 선과의 만남을 통해 우정을 키우고, 소속감이나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용소가 습격당하고, 그 틈을 타 탈출을 감행해 아빠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중 인간에 대항하는 AI로봇집단을 만나, 검사를 통해 자신이 인간이 아닌 로봇임이 증명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끊임없이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고민하고 생각한다.
의식을 가진 휴머노이드 철은 자신을 찾으로 온 아빠가 이기심과 탐욕에 물들어 점점 망가져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결국 그를 떠난다.

철이 만난 인간 선과 휴머노이드 민, 그리고 다른 AI로봇들의 이야기가 인간보다 더 인간미 넘치게 그려져있다.
의식이 있는 존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일인지, 그렇기에 당연하고 마땅하게 윤리의식을 갖춰야하고, 세상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것은 아닐까.

소외와 배제, 차별과 혐오를 겪는 이들, 폭력의 피해자, 저소득층, 사람과 동물을 도구로 이용하며 사고 파는 악인들까지 우리 사회의 만연한 문제들과 삶에 대한 성찰까지 잘 녹여낸 작품이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무분별하게 파괴되고, 파괴되는 모든것들에 대한 반성과 후회를 담아, 지금이라도 멈춰야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것만 같다.

김영하작가가 쓴 SF라니...
읽기전부터 기대가 가득했는데, 역시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체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담아냈다.
역시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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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생물 이야기
양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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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거기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그들 덕분에 네가 살아간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p27

무생물이 된다는 것은 잊혀진다는 것이다. 무생물이 무생물인 이유는 살아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가슴 속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얼마쯤 무생물이다. 텅 빈 가슴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그 안을 진실로 채워야만 한다. p271

여느때와 다름없이 맞이한 아침, 일어나니 갑자기 무생물이 된 주인공.
나는 무생물이 되고, 반대로 집안의 모든 무생물이었던 가구나 물건들이 생물이 되어, 주인공을 구박하기 시작한다.
'네가 지키고 싶어하는 것을 지켜내느라,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일했는데,너는 나에게 고마워하지도, 다정하지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불은 느끼한 자세로 내 몸에 엉겨 붙어 있고, 침대는 내가 무겁다며 성질을 내고, 책들은 번식을 끝낸 나방처럼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책상은 늙은 조랑말처럼 앞다리를 굽히고 앉아 있다. 전자레인지는 오르골 흉내를 내며 빙글빙글 돌고, 식기들은 캐스터네츠처럼 서로 부딪치다가 깨졌다. 바닥은 잠자는 고래의 등처럼 흔들렸고, 의자는 시츄처럼 뛰어다녔다. 들어가자 변기가 나폴레옹 흉내를 내며 물대포를 쐈고, 샤워기가 묘기 부리는 뱀처럼 일어나 주인공의 목을 물 준비를 했다.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된 주인공은 한때는 무생물이었으나 지금은 생물이 된 나의 가구와 물건들의 하소연과 저마다의 사연들을 들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며 버텨내다, 어느 날 창밖으로 여행가방 안에서 나오는 아줌마를 발견한다. 아줌마가 잠시 스트레칭을 하는 사이, 여행 가방이 사라지고, 아줌마는 여행 가방을 되찾기 위해 주인공을 찾아오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고, 삶을 찾아간다.

각박한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고립된 존재가 되어 살아가는,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는 잃어버린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고립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으로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는 희망의 이야기를 전한다.
독특하게 위로를 건네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당신은 무생물이 아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말을 하고 싶었다.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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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
이종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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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 흔들리는 거울, 혼잣말, 언니, 커튼 아래 발, 은갈치 신사, 청소 아주머니
총 7편의 소설이 담긴 단편소설집으로, 여성주의 공포를 담았다.

표제작 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과 언니, 커튼 아래 발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멀게 느껴지는 존재들에 관련된 공포를, 흔들리는 거울과 청소아주머니에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집과 직장에 대한 공포를, 혼잣말과 은갈치 신사에는 타인의 목소리에 관련된 불안과 공포를 담았다.

일상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 그리고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집과 직장에서의 얽히고설킨 다양한 공포와 불안이 우리의 삶 모든 곳에 산재해 지금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 서늘하게 느껴진다. 어느 것 하나 눈에 보이는 공포가 아닌, 뭉근하게 올라오는 으스스한 분위기가 섬뜩함을 자아낸다.

모든 단편들이 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폭력들을 여성, 성소수자, 약자의 시선으로 담아 혐오와 차별, 학대와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해 묵직한 공포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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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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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겠지."
...
인간은 아무것도 잃지 않고 뭔가를 얻으려고 한다. 그 정도면 그나마 낫다. 지금은 아무것도 잃지 않고, 뭐든 손에 넣으려고 하는 사람들투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가로채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누군가가 얻고 있는 그 순간에 누군가는 잃는다. 누군가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 위에 성립하는 것이다.p51

사랑에는 반드시 끝이 찾아 온다. 반드시 끝난다는 걸 알지만,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그것은 삶도 똑같을지 모른다. 반드시 끝이 찾아온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사랑이 그렇듯이 끝이 있기에 삶이 더더욱 찬란해 보이겠지.p87

"삶은 아름답고 근사한 거야. 해파리한테도 사는 의미가 있어."
...
'있거나 없거나 상관 없는 것'이 무수히 모여서 인형을 본떠 만들어진 '인간'이 존재하는 것이다.p114

영화를 오랜만에 보면, 예전과 전혀 다른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영화가 변한 게 아니다. 결국 그 순간 자기 자신이 변했음을 알아차린다.
자신의 인생이 영화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그때그때마다 자기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은 변할 것이다. 끔찍이 싫었던 어떤 장면이 사랑스럽게 느껴지거나 그토록 슬펐던 장면에서 웃어버리거나 한없이 좋아했던 여주인공을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렸거나.p119-120

규칙이 있다는 것은 그와 동시에 속박이 동반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인간은 그 속박을 벽에 걸고,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행동하는 모든 장소에 배치했다. 급기야 자기 손목에까지 시간을 휘감아두려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의미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자유는 불안을 동반한다.
인간은 속박을 대가로 규칙이 있다는 안도감을 얻은 것이다,p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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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에게 어느 날 악마가 찾아와 '하루를 더 살게 해 주는 대신 세상에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없애"라는 달콤한 제안을 한다.
하루가 간절한 주인공은 처음엔 전화를, 그 다음 날엔 영화, 그리고 시계를 없애며 관련된 추억과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씩 생각하며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악마가 제안한 고양이에 선뜻 답을 못한채자신의 반려묘와 가족과의 관계들을 생각하며 지난 추억을 하나씩 돌아본다.

나는 拈一放一(염일방일)이란 말을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하고,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온 이야기처럼 모든것에는 등가교환의 법칙이 성립한다고 믿는다.
나에게 행복을 주었던 기억, 가족에 대한 추억, 소중한 물건, 그리고 반려동물 등등.
그렇게 세상에서 하나씩 사라지게 하면서 나의 생명을 연장한다면, 과연 나는 어떤 것을 선택할까. 무언가를 소멸시키면서 삶을 연장해가며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반대로 잃는건...?

이 책은 죽음과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면서 내 곁의 소중한 이들, 그리고 그들과의 지난 추억과 행복한 기억이 얼마나 소중하고 근사한지 이야기 한다.
내 곁의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다 여기지 않고, 이 세상에서 그들이, 그것들이 사라졌을 때의 내 삶에 대해 생각한다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깨닫게 될 것이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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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해방의 괴물 - 팬데믹, 종말, 그리고 유토피아에 대한 철학적 사유
김형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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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재난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빼앗겼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는 ‘평범한 재난들’로 가득한 ‘이상한 일상’을 살고 있다. 오래전에 이미 망가져버린 ‘이상한 일상’이 차곡차곡 쌓이다 가시화된 결과물로 드러난 자연스럽고 평범한 현상이 재난이다. 재난이 도래하기 전부터 일상은 처참히 파괴되어 있었다.p18

윤리란 나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를 위해 편안하고 친숙한 것들을 기꺼이 포기하는 결단이다. 윤리는 위험을 무릅쓰며 낯선 준칙과 도덕을 받아들이는 용기와 행동의 과정 안에 있다.p20

애도는 희생자를 재현될 수 없는 ‘경험’, 언어화될 수 없는 ‘실재’, 접근할 수 없는 ‘물物 자체’로 만들어 사유의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물론 사유는 그들이 겪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참혹한 ‘실재’에 ‘완전히’ 접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든 실재에 접근하려는 모든 노력을 쉼 없이 경주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희생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우정의 인사다. 애도란 희생자의 고통을 통해 지금을 사유하고 다른 세계, 즉 그들이 바라던 세계, 그들이 희생되지 않았을 세계를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사유와 행동 속에 있다.p89

재난은 세계가 이대로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근본적인 혁명이 필요하다는 진실을 시시각각 일깨운다. 미래는 아직 우리에게 주어져 있지 않다. 잠재된 세계는 가능성들 너머에 자리한다. 그것은 상황과 일상으로부터 해방될 때 떠오른다. 눈앞에 현시된 손쉬운 답을 거부해야 한다. 주어진 답은 함정에 불과하다.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모두 제거할 때 생각지 못한 대안이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즐기는 삶을 폐기하고 가능한 모든 것을 소진할 때 어렴풋한 윤곽을 드러낸다. 불가능한 미래가 가능성의 지평으로 떠오른다.p327-328

좀비를 통해 재난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시각과 팬데믹과 좀비를 연관짓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윤리적 관점으로 바라보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인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바이러스는 결국 자본주의와 결부되어 인간의 탐욕과도 관련있다는 이야기는 다소 무거울수 있는 주제이지만, 좀비를 통해 지루하지 않게 담아냈다.
철학적 사유들로 인해 쉽지 않은 책이나, 곳곳의 영화나 도서를 인용한 부분들이 있어 이해를 돕기도 한다.
철학, 사회학, 역사, 윤리에 대한 이야기들 덕분에 재난이나 재난 이후의 삶, 현재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할수 있게 한다.
내게는 쉽지 않은 책이라 제법 오랜시간을 잡고 있던 책인데, 재난과 종말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원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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