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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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위해 무슨 일을 하다 보면, 계속 하다 보면, 그게 언젠가 너를 구하는 거야. p200

세상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있고,그렇지 않더라도 사람은 조금쯤 행복할 때가 있다.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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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힐링 소설!
이번엔 제주도 사진관이다.

'하쿠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하겠습니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아이를 전문으로 찍는 사진관에서 일하던 제비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껴 일을 그만두고 갑작스레 제주도로 떠난다.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서울로 돌아가려던 길에 갑작스런 사고로 휴대폰이 침수되어 휴대폰 속 비행기티켓도 신용카드도 사용할 수 없어진다. 암담해하며 해안도로를 걷는 도중 '대왕물꾸럭 마을'에 들어서 카페같은 하쿠다 사진관을 발견하게 된다. 안에서는 촬영중인 아기가 울고 사진사는 당황해하고, 보호자들도 허둥거린다. 너무도 능숙하게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며 촬영을 돕던 제비는 사진관의 구인광고를 보고 제주도에 남기로 한다.
촬영 실력은 뛰어나지만, 홍보엔 영 소질이 없는 사진사를 위해 열심히 홍보 하는 제비덕에 조금씨 입소문이 나고, 하나 둘씩 사진관으로 온다.

진로에 대한 고민, 결혼에 대한 고민, 인생 마지막 여행, 추억이야기 등 모두가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는 이야기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흔하다면 흔한 삶의 이야기.

낯설기만 한 제주 방언이 최근에 봤던 우리들의 블루스 덕분에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비슷한 힐링 소설들이 유행처럼 출판되고 있어,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배경이 제주라는 메리트덕에 잠시나마 책을 통해 제주를 여행할 수 있었달까.

제주도의 어느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이라는 설정과 아름다운 풍경 묘사, 하쿠다 사진관을 찾는 이들의 각기다른 사연과 이야기들이 잔잔하고 뭉근한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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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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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군가를 끔찍하게 미워해본 일이 있었고 눈물 나게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한 적도 많았는데 그러고 보니 그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더라. 내 속에서 싫다, 싫다 하며 몇 번이고 되뇌어지다가 결국, 사라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
없던 일이 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쁜 감정은 틀림없이 사라졌고 그땐 그런 더럽고 괴로운 일이 있었어, 하고 떠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건 분명히 내 몸 어딘가에 있는 무슨 기관이 작동한 결과임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선명하던 것들이 이렇게 감쪽같이 무뎌질 수가 있을까. 이런 것들을 오래 품고 있으면 올바르게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나를 다시 안온한 상태로 되돌리는 역할을 맡은 어떤 기관이 열심히 일한 것이 분명했다.-브로콜리 펀치 中-

그냥 그랬어요.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고 잊으면 안 된다고도 생각했는데 잊었어요.
잊었군요.
한 번에 다 잊은 건 아니고 조금씩, 그러니까 예를 들면 용준 씨가 찻잔이었다고 치면요. 깨지고 나서 반짝이는 부스러기까지 모두 손끝으로 찍어 모아서 갖고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근데 그걸 점점 잃어버리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큰 조각들밖에 안 남았어요. 그 조각들도 원래는 꺼낼 때마다 손이 베일 만큼 날카로웠는데, 갈수록 각을 잃고 뭉툭해져가고.-손톱 그림자 中-

듣고 싶지 않았다. 미안했다는 말, 용서해달라는 말, 나도 힘들었다는 말, 뭐 그런 종류의 무의미하고 지긋지긋한 얘기를. 아무것도 돌려놓을 수 없는 주제에 꼭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말, 곱씹을수록 공허하고 텁텁하기만 한 그런 말을 만약 내게 한다면, 하고야 만다면 나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평평한 세계 中-

나는 어쩌고 싶은 걸까. 계속하고 싶은 걸까, 그만두고 싶은 걸까. 계속하면 어떻게 되고 그만두면 어떻게 되나. 안으로 깊어지지도, 바깥으로 넓어지지도 못한 채 고이고 고여 단단해지는 그런 생각들을 알처럼 품다가 잠들곤 했다. 마음은 마음대로 괴로웠으나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구아나와 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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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열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유골을 화분에 심으니 아버지가 나무로 되살아난 이야기
-브로콜리 펀치: 복싱선수의 오른 손이 브로콜리가 된 이야기
-둥둥: 아이돌을 향한 조건없는 덕질과 사랑이 외계인의 연구대상이 된 이야기
-손톱그림자: 5년전 죽은 남자친구가 손톱으로 빙의해 신혼집에 찾아온 이야기
-왜가리클럽: 왜가리를 지켜보다 친해져 마음을 나누고 연대하는 이야기
-치즈달과 비스코티: 정신과 치료실에서 만난 돌과 대화하는 사람과 보름달 뜨는 날에는 달로 날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남자 이야기
-평평한 세계: 학대받고 외롭게 지내던 아이와 새 어머니의 몸이 투명해진 이야기
-이구아나: 멕시코에 가게 수영를 가르쳐달라는 이구아나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수영강사 이야기.

8개의 단편들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일상에서 불가능한 판타지적 요소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조금의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여 환상인지 현실인지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억눌리고 소외된, 차별받고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다정함과 따뜻함을 덧입혀 사랑스러운 이야기들로 탄생시켰다.
어둠을 밝게 그려낸 작가의 유쾌한 상상력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독특하고 기발한, 달콤하고 상큼한, 사랑스럽고 귀여운 무해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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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신화 마로 시리즈 (Maro Series) 6
김보영 지음, 김홍림 그림 / 에디토리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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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일러스트 신장판으로 재출간된 작품으로,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착안해 미래를 담은 SF가 아닌 과거를 담은 독특한 SF소설이다.

먹고 살기 힘든 백성들 역시 살아남기 위해 각기 다른 동물들로 변화하고, 주인공 역시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쫓기는 도중 살아남기 위해 조금씩 고양이같은 눈에 도마뱀같은 비늘, 뿔이 돋아나는 동물로 변화하는데 다들 인간의 말이나 의식들을 잃지 않는다.
어떤 동물로의 변화인지 궁금해하며 읽는는 과정도 재미있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어떤 동물로 변했는지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진화인지, 퇴화인지 그 모호하고 애매한 경계 속에서 인간이 동물로 변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동물들이 탄생한다는 설화가 독특하고 재미있다.
신화와 SF! 역사와 창의력이 한대 어우러져 흥미롭다.
단편정도의 분량이라 부담없이 읽기에 좋았고, 곳곳에 담긴 일러스트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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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집 안전가옥 오리지널 11
전건우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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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로 유명했던 아빠, 신경쇠약 엄마, 귀신을 보는 첫째 동우, 입양된 둘때 희우, 셋째 지우.
온가족이 서울 외곽의 시골마을 2층 집으로 이사온다. 그리고 이사온 날부터 시작된 이상한 현상들.

2년전 삼촌의 장례식장에서 돌아가는 동우는 차에서 죽은 삼촌의 형상을 보고 두려움에 떨고, 운전하던 아빠는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가 날뻔 하지만, 지나가던 법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사고를 면하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프롤로그와 1장은 엄마 명혜 2장은 아빠 현민 3장은 첫째아들 동우의 이야기를 담았다.

신경쇠약에 예민한 엄마 명혜가 처음 귀신에 씌워 둘째 아이 희우를 괴롭히기 시작하고, 이야기는 시종일관 음침한 분위기와 으스스한 기운이 감돈다.

그렇게 알게된 섬뜩한 집의 비밀!
가장 편안해야 하는 집이 사실은 뒤틀려 있어 그 틈으로 온갖 귀신들을 부르는 오귀택!

단순히 오컬트적인 공포만을 담은게 아니라, 사실은 그 배후에 입양과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어 묵직하기도 하다.
어쩌면 무서운 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현상이나 귀신이 아니라 사람인것 같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이 가장 악한 존재 아닐까?

보호받지 못하는 가장 유약한 아이들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지난 정인이 사건이 생각나기도 해서 씁쓸하기만 하다.

이 책은 출간 전에 이미 영화화가 확정되고,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라고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로는 어떻게 각색해 담아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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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기담 수집가 헌책방 기담 수집가
윤성근 지음 / 프시케의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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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이 오래전에 쓴 것처럼 “잠자는 책은 이미 잊어버린 책”이다. 그 책을 깨우는 사람만이 진짜 책 속의 이야기를 얻을 수 있다.p9

"누군가의 일생을 판단하려면 그 사람에게도 일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꽃 다루는 일을 하면서도 그런 걸 자주 느낀답니다. 저도 처음엔 꽃이 예쁜 건 활짝 피었을 때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가엾다는 마음도 자주 들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알아요. 꽃은 싹트고 잎이 나오고 활짝 피어났다가 시들어 고개를 숙이는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아름다운 거예요.”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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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10년 넘게 책에 관련된 다양한 사연들과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방법이 몹시 독특한데 손님이 의뢰한 절판되거나 구하기 힘든 책들을 구해주고 돈을 받는 대신 왜 그 책을 찾는지, 그 책에 대한 어떤 사연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독특한 방식의 거래를 한다.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책으로
1부는 사랑, 2부는 가족, 3부는 기담, 4부는 인생이란 주제로 나뉘어져있다.
오랜 시간 수집한 사연과 다양한 이야기들 중 기억에 남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기이하고, 감동있는 이야기 29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애틋함과 감동 있는 이야기, 미스터리와 황당한 이야기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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