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해방의 괴물 - 팬데믹, 종말, 그리고 유토피아에 대한 철학적 사유
김형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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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재난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빼앗겼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는 ‘평범한 재난들’로 가득한 ‘이상한 일상’을 살고 있다. 오래전에 이미 망가져버린 ‘이상한 일상’이 차곡차곡 쌓이다 가시화된 결과물로 드러난 자연스럽고 평범한 현상이 재난이다. 재난이 도래하기 전부터 일상은 처참히 파괴되어 있었다.p18

윤리란 나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를 위해 편안하고 친숙한 것들을 기꺼이 포기하는 결단이다. 윤리는 위험을 무릅쓰며 낯선 준칙과 도덕을 받아들이는 용기와 행동의 과정 안에 있다.p20

애도는 희생자를 재현될 수 없는 ‘경험’, 언어화될 수 없는 ‘실재’, 접근할 수 없는 ‘물物 자체’로 만들어 사유의 바깥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물론 사유는 그들이 겪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참혹한 ‘실재’에 ‘완전히’ 접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든 실재에 접근하려는 모든 노력을 쉼 없이 경주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희생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우정의 인사다. 애도란 희생자의 고통을 통해 지금을 사유하고 다른 세계, 즉 그들이 바라던 세계, 그들이 희생되지 않았을 세계를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사유와 행동 속에 있다.p89

재난은 세계가 이대로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근본적인 혁명이 필요하다는 진실을 시시각각 일깨운다. 미래는 아직 우리에게 주어져 있지 않다. 잠재된 세계는 가능성들 너머에 자리한다. 그것은 상황과 일상으로부터 해방될 때 떠오른다. 눈앞에 현시된 손쉬운 답을 거부해야 한다. 주어진 답은 함정에 불과하다. 고를 수 있는 선택지를 모두 제거할 때 생각지 못한 대안이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즐기는 삶을 폐기하고 가능한 모든 것을 소진할 때 어렴풋한 윤곽을 드러낸다. 불가능한 미래가 가능성의 지평으로 떠오른다.p327-328

좀비를 통해 재난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시각과 팬데믹과 좀비를 연관짓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윤리적 관점으로 바라보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인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바이러스는 결국 자본주의와 결부되어 인간의 탐욕과도 관련있다는 이야기는 다소 무거울수 있는 주제이지만, 좀비를 통해 지루하지 않게 담아냈다.
철학적 사유들로 인해 쉽지 않은 책이나, 곳곳의 영화나 도서를 인용한 부분들이 있어 이해를 돕기도 한다.
철학, 사회학, 역사, 윤리에 대한 이야기들 덕분에 재난이나 재난 이후의 삶, 현재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할수 있게 한다.
내게는 쉽지 않은 책이라 제법 오랜시간을 잡고 있던 책인데, 재난과 종말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원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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