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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생물 이야기
양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6월
평점 :
늘 거기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그들 덕분에 네가 살아간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p27
무생물이 된다는 것은 잊혀진다는 것이다. 무생물이 무생물인 이유는 살아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가슴 속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얼마쯤 무생물이다. 텅 빈 가슴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그 안을 진실로 채워야만 한다. p271
여느때와 다름없이 맞이한 아침, 일어나니 갑자기 무생물이 된 주인공.
나는 무생물이 되고, 반대로 집안의 모든 무생물이었던 가구나 물건들이 생물이 되어, 주인공을 구박하기 시작한다.
'네가 지키고 싶어하는 것을 지켜내느라,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일했는데,너는 나에게 고마워하지도, 다정하지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불은 느끼한 자세로 내 몸에 엉겨 붙어 있고, 침대는 내가 무겁다며 성질을 내고, 책들은 번식을 끝낸 나방처럼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책상은 늙은 조랑말처럼 앞다리를 굽히고 앉아 있다. 전자레인지는 오르골 흉내를 내며 빙글빙글 돌고, 식기들은 캐스터네츠처럼 서로 부딪치다가 깨졌다. 바닥은 잠자는 고래의 등처럼 흔들렸고, 의자는 시츄처럼 뛰어다녔다. 들어가자 변기가 나폴레옹 흉내를 내며 물대포를 쐈고, 샤워기가 묘기 부리는 뱀처럼 일어나 주인공의 목을 물 준비를 했다.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된 주인공은 한때는 무생물이었으나 지금은 생물이 된 나의 가구와 물건들의 하소연과 저마다의 사연들을 들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며 버텨내다, 어느 날 창밖으로 여행가방 안에서 나오는 아줌마를 발견한다. 아줌마가 잠시 스트레칭을 하는 사이, 여행 가방이 사라지고, 아줌마는 여행 가방을 되찾기 위해 주인공을 찾아오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고, 삶을 찾아간다.
각박한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고립된 존재가 되어 살아가는,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는 잃어버린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고립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으로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는 희망의 이야기를 전한다.
독특하게 위로를 건네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당신은 무생물이 아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말을 하고 싶었다.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