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백수린 작가님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읽고 있다. 겨를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들여다 보면서 나도 덩달아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려 보고 있는 중이다.

봄과 여름을 머금고 있는 문장들이 싱그럽다.

(P. 73) 봄에는 대저토마토와 딸기, 냉이나 달래처럼 향기로운 것들을 사고, 여름엔 가지와 애호박 같은 찬란한 빛깔의 여름 채소를 사서 먹는 일. 자연의 속도대로, 그 계절에 알맞은 것들을 먹으며 알록달록하게 살고싶다.


집에서 책 볼 때는 거의 침대에 작은 접이식 책상을 놓고 보는 편인데 허리가 점점 아픈 듯 해서 가볍게 앉아 볼 수 있을만한 유압식 보조 책상을 구매했다. 할인쿠폰 야무지게 써서 4만원 후반대로 저렴하게 나름 잘 산 것 같다. 큭큭
자리 차지를 많이 안 하고 기대이상(?)으로 튼튼해서 만족!!
아직 등받이 의자가 없어서 당분간 허리 꼿꼿하게 세워봐야겠다.


너무 피곤하지 않은 이상 출근 전, 새벽에 일어나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연휴 동안은 그 새벽의 고요함을 촉박함 없이, 오롯이 즐길 수 있을테니 벌써부터 너무 좋다.

서두름 없이 느긋하게.


어제 4월 마지막으로 구입한 책들이 도착!!

아마 지금 읽는 책 다음으로 <블랙 라이크 미>를 읽을 듯 싶다.
발견해주길 기다리는 구석진 곳의 아픔을 담은 책들을 많이 보려고 한다. 마음이 이끄는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에게 수용소는 벌을 받는 곳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 수용소는 게르만식 사회구조 한가운데에서 시간 제한없이 우리에게 부과된 존재 방식일 뿐이다. - P1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이 제법 더워 새벽에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데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이 불었다.

집 근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새들이 지저귀는 청아한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바깥을 내다보는 평온한 이 하루의 시작이 호사스럽게 느껴진다.

요즘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고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다룬 영화나 책은 접할 때마다 늘 마음이 너무 괴롭다.

(P.34) 스스로를 비춰볼 거울은 없었지만 우리의 모습은 우리 앞에 서 있는 100여개의 창백한 얼굴들 속에, 초라하고 지저분한 100여명의 꼭두각시들 속에 반사되어 있었다. 이제 우리는 어젯밤에 얼핏 본 그 유령들로 변해 있었다.


작년에 개봉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라는 영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수용소 바로 옆에는 수용소 소장과 그의 가족들이 지내는 대궐처럼 호화스러운 집,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아이들이 뛰어 노는 수영장이 딸린 넓은 마당, 아름답게 피어있는 손질이 잘 된 꽃으로 가득 한 정원이 우리들 눈 앞에 펼쳐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참상은 단 한번도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또 다른 역한 감정에 바로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귀가 너무 고통스럽다.
담장 너머 그곳에서 들려오는 위엄 없는 총소리.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자그러운 고함소리.
줄을 지어 어디론가 끌려가는 그들의 무기력한 발자국 소리.

눈이 너무 고통스럽다.
희생양이 된 유대인들의 옷과 장신구를 주렁주렁 매달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향한 만족스러움을 드러내 보이는 수용소 소장 부인의 비릿한 웃음이.
가스실 굴뚝에서 매일같이 뿜어대는 그들의 영혼으로 하늘을 덮어버린 연기가.


아픔을 다룬 책에 눈길이 간다 .
내가 모르는 만큼 더 알고 싶다.
헤아려보는 시간동안 고통 받은 영혼들을 위로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사랑을 담은 책에 손길이 간다.
인간의 끝도 없는 욕심이 도대체 어디까지 뻗어 올라갈 수 있을까 싶은 추악한 이야기들로 뉴스를 채우는 요즘,
그럼에도 살아볼 만한 삶이라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점점 흐릿하게 희미해져 윤곽을 잃어버렸던 삶의 목표를 다시금 찾을 수 있도록, 희망을 갖고 살아낼 만큼 가치가 있는 삶이라는 것을 깨우칠 수 있도록 말이다.


특별하진 않지만 당연하지도 않은 일상이 흐르고 있다.
쉬는 날, 외곽으로 나가 울창한 숲을 찾아 산책하기 참 좋은 날씨인 요즘이다.

집에 돌아오니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이제 곧 여름이 오는 것을 알려주는 듯이
박스에서 꺼낸 책들도 제법 ‘후끈‘한 온도를 품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몽은 이 일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헌병으로서 최선을 다해보기로 결심했다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이 바뀌어 처음 지원했던 두 실습 과정에서 떨어진 게 오히려 다행이라 여기게 됐다고 했다. 그가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순찰이 아주 잘 맞더라고. 지난날의 상처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서 더 나은 앞날을 상상할 수 없었던 건지도 몰라." - P247

피슈그뤼 선생님이 죽었다니. 내가 내 과거에 어떤 감정을 느낀게 언제였던가? 나는 어떤 감정이라도 들기를 기다렸다. 꼭 선생님이 아니라 그 외 어떤 과거에 대한 감정이라도. 슬픔과 후회의 감정은 이미 수년 전에 말라붙어 각질처럼 벗겨진 지 오래였다. 때로는 필요한 것이 곧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했다. 나는 피슈그뤼 선생님을 기리며 술병을 들었다. ‘편히 잠드세요, 선생님.‘ - P260

비참한 미래와 망가진 척추, 내 눈에 들어오도록 자기 고개를 꺾던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이후로 몇 달 내내 혼란스러웠지만, 이제 이해가 됐다. 자기 삶을 되돌리고 싶었던 그 여자가 뤼시의 탈주 경로를 틂으로써 이곳의 내게 기회를 주려는 음모를 꾸민 것이다. - P309

겨울이 남기고 간 황폐함 속에서 피어난 초록 새싹을 보면 늘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오랜 투병을 마치고 마침내 고른 숨결을 내뱉듯 대지에 색채가 돌아왔다. 바람이 한 점씩 불어올 때마다 황금빛 꽃잎, 푸른 잎사귀가 열광하며 언덕을 깨웠다. - P340

돌이켜 보니 아쉬운 일들, 후회되는 일들이 슬픔이 되어 오랜 열병처럼 여전히 내 속을 헤집고 있었다. 또 다른 그림은 사택 창틀에 비친 예배당 묘지의 풍경을 담고 있었다. 묘비는 내가 조각해 넣은 것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대상이었다.
혹시 내가 외로워서 이런 걸까? 지금 내게는 인생을 함께할 누군가보다 인생을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 P3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엔 심사 프로그램에서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전혀 없었는데,
연달아 통과하자 이제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달라진 마음가짐 때문에 내 약점이 드러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꿈이 외부의 승인과 타인의 인정에 좌지우지되는 건 아닐까, 하는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혹시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꿈도 생명체처럼 크게키우려면 보살핌이라는 품이 필요할지 모른다. 약간의 격려로 흙에서 머리를 빼꼼 내민 내 꿈은, 이제 작은 새싹처럼 빛을 향해 스멀스멀 뻗어나가고 있었다. - P189

너무 캄캄해서 시계를 확인하고서야 아침이 왔다는 걸 알았다.
창밖의 진흙탕에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누워 있었다. 쓸쓸함이 반가웠다. 한동안 누워 있다가 하릴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고통스러운 하루로 걸어 들어갔다. - P2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