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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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흘러가는 전개로 인해 트릭이나 놀라운 반전의 대해서는 기대에 못 미쳐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자신의 쾌락과 이익에 가려져 ‘타인의 고통’은 따지지 않는 ‘악의’를 갖은 자들의 대한 심리 표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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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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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자기전에 영화 한 편씩 보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바쁜 업무를 마치고 퇴근 한 후에 즐기는 꿀맛같은 시간이다.
주로 범죄 스릴러 액션 전쟁 미스터리를 즐겨보는 것 같고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는 잘 안 보게 된다.

그런데 책을 읽을 때는 전쟁을 제외하고는 영화 볼 때의 취향과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다. 책으로는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감정들에 내 삶을 덧대어 보며 공감도 해 보고, 그 안에서 위안이나 깨달음을 얻고 싶은 심리가 좀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추리소설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와이더닛 방식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X의 헌신>을 읽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들여다보는 범인의 심리와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의 예리한 직감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으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 기억에 오래 남았던 부분은 겉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마른 낙엽과도 같은 주인공 ‘이시가미’의 마지막 절규였다. 꽤 임팩트 있었다.

철저히 숨기며 보호하고 싶었던 첫눈에 반한 여자를 향한 이시가미의 ‘단심’이 얼마나 절절했는지를, 포효하며 처절하게 무너지는 그 한 장면 만으로도 알게 해줬고 무모해 보였던 그의 선택들이 납득이 되었기에 여운이 오래 갔다.


이번에 읽은 <악의>도 범인이 누구인지가 초점이 아니라 범죄동기를 쫓고, 밝혀지는 진실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심리를 알아보는 내용등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사건의 전개를 기대하며 읽는 재미도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보다 더 기대한 것은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소설이기에, 범죄의 동기나 범인이 밝혀지기 전후로 나눠지는 그 인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변화, 감정들이 더 궁금했다.


전직 교사이자 작가로 전업한 노노구치와 그의 어릴 적 친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다카. 이 둘은 ‘고스트 라이터’라는 복잡한 관계로 맺어져 있는데, 노노구치가 히다카를 살해한다.
이 둘 사이에 발생한 살인사건을 담당한 형사 ‘가가’가 냉철하면서도 섬세한 추리로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간다.

대필작가로서 친구에게 자신의 자식과도 같은 작품들을 넘겨야 하는 노노구치에게는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히다카의 부인과 사랑에 빠졌던 것.

첫 만남에서의 그 짧은 찰나에 사랑에 빠져버린 노노구치가 그 여자를 지키기 위한 무모한 선택은 납득할 만한 사유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읽다가도 맥이 좀 빠지게 되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확실히 궁금증을 자아 내도록 글을 써내려가기 때문에 술술 읽혀지긴 했다.

어느 날, 히다카의 부인은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고, 히다카는 시간이 흘러 다른 여성과 재혼을 한다. 친구 부인과의 불륜이라는 약점이 사라졌음에도, 노노구치의 대필작가로서의 역할은 계속 이어나간다.

도대체 왜? 이들에게는 무슨 악연이 있는 것일까?

원룸맨션 한 칸의 작은 집에 살며 아내도 없는 노노구치와 달리 히다카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어린시절 모두의 꿈이었던 곳에 집이 있고, 아내도 있고, 심지어 노노구치 자신의 일자리도 히다카의 인맥으로 얻었기에 그동안 쌓인 열등감과 질투심으로 살인이라는 선택을 한 것일까?


이 책은 단순히 범죄와 그 동기만을 다루지 않고 성장배경의 문제점과 왕따, 선입견, 무관심, 방관 등의 사회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인물묘사를 통해 우리는 ‘선입견’을 갖게 마련이다.
이 선입견이라는 것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심리 중 하나인데, 자칫 자신의 생각을 거치지도 않은 채로 편견을 갖고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아무런 죄도 없는 인물에게 선입견을 갖고 한번도 본 적 없는 그의 얼굴과 표정과 행실(물론 가상의 인물이지만)을 내 멋대로 상상하고 있었다.


다소 예상대로 흘러가는 전개로 인해 트릭이나 놀라운 반전의 대해서는 기대에 못 미쳐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자신의 쾌락과 이익에 가려져 ‘타인의 고통’은 따지지 않는 ‘악의’를 갖은 자들의 대한 심리 표현이 좋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책인 <편지>와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주문 했는데, 이 두 책들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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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공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60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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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를 얻지 못한 좌절감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 여자와 이제는 그 희망을 향한 욕구도 무뎌진 남자가 삶의 실재와 증발 사이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살아오다 우연히 만났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적 소외감이 느껴지는 공원에서의 속깊은 대화가 너무 외롭고 고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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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공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60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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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고 자신을 바라본다면, 하루의 시작이 너무나도 괴로울 것 같아 보이는 여자.
결핍이 많은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음을 계속해서 상대에게 심어주는 태도가 너무 서글프고 외로워 보인다.

미래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현재 자신에게는 큰 욕심인 것처럼 여기지만, 그래도 희망을 놓고 싶지 않은 여자에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조차도 노력이지 않았을까.
주저하고 겁을 내지만, 그럼에도 욕망한다.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날을.


스무살 가정부 여성이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희망’을 기대해 볼 수 있도록 그 믿음과 확신을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듣고는 싶지만,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행상일을 하는 중년의 남성은, 이미 삶의 고통도 충분히 겪었기에 자신이 처한 상황과 현실에 무딜 대로 무뎌진 사람이었다.

따라갈 수도 없고, 쫓아갈 수도 없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앞질러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더 나은 삶을 섣불리 생각해볼만한 여지 조차 남기지 않게 된 이 남자도 다른 사람들처럼 사회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무언가를 욕구하는 그 마음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들을 누군가가 경청해주고 공감해주는 경험이 이들에게 주어진 적이 또 있었을까.

자신의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희망’의 불씨를 꺼트릴 정도로 비관적이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허무맹랑해서도 안 될 것 같으며, 상대가 아직까지 느껴보지 못한 나의 ‘행복’이 그 상대에게 ‘좌절감’을 주어서도 안 될 것 같은 연약한 감정의 아슬아슬함이 느껴지는 대화들에서 나는 조금씩 조바심을 느꼈다.
다독여주는 대화속에서도 긴장감이 느껴져서 서로 상처만 주고 대화가 끝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나 보다.


눈에 보이는 서로의 결핍과 외로움이 있기에, 조금이라도 더 아프지 않길 바라는 배려의 마음으로 조심스러운 대화를 나눠야 될 만큼, 지독한 마음의 열병을 앓고 우울감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공감되는 문장들을 발견 할 것이다.


나 없이도 잘만 돌아가는 세상이겠지만 자신의 삶을 섣불리 기대할 수 없는 삶이라 단정 짓지 않고, 메마른채로 내버려두지 않으며, 그래도 여지를 줄 만한 상황을 기대해 보는 그 희망은 나 역시도 놓고 싶지 않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적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의 외로움이 너무나도 고독했던 <동네 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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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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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 속에서 미래를 꿈꿔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날들은 자신이 소중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만큼은 확실히 알게 해줬다. 회복되지 않는 고통으로 줄어들지 않는 슬픔의 눈물을 흘렸던 사람들이 세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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