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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인문학 - 동물은 인간과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이강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6월
평점 :
‘인문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을 언제부턴가 자주 만났다. 요즘의 트렌드처럼도 느껴졌는데, 광범위한 ‘인문학’ 분야가 더 확장되어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도 이 책 <동물 인문학>을 읽기 전에는 동물의 생태와 관련한 자연과학 도서일 것으로 생각했다. 자연과학의 위치가 인문학과는 반대의 위치에 있다는 것과 ‘동물’이 주로 이 책의 소재라는 점 때문이었다. 물론 제목과 함께 훑어본 목차를 통해 동물 생태를 인간의 역사와 문화, 가치체계 안에서 엮고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말이다.
책은 굉장히 즐겁게 읽었다. 읽으면서 저자의 풍부한 견식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동물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해당 동물의 서식지를 알아야 할 터이니 세계의 여러 기후와 자연경관, 토양 등의 많은 지식도 필요하리라 생각은 했지만, 책 속에서 만나게 되는 지식정보들이 매우 다양해서 놀라웠다. 동서고금의 시대를 아우르는 역사적 지식과 전염병, 식자재, 주요한 정치 이슈와 동물 생태에 관련된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지식 전반을 다루고 있다.
문장도 어렵지 않은 데다가 글의 마침 문장 중에는, 한마디로 요약해서 그 동물을 알려주는 비유적으로 표현한 문장들이 있어 눈에 띈다.
“소는 인간의 둘도 없는 후원자다.”(27쪽)
“아무르호랑이는 그 넓은 영역을 지속적으로 순찰하며 ‘생태계 지킴이’ 노릇을 하는 것이다.”(51쪽)
“고양이는 대항해 시대를 여는 데 한 축을 담당했다.”(102쪽)
어느 한 꼭지 재미없는 것이 없는, 흥미가 가득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으로, 이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해 보면,
우리나라 옛 조상들이 호랑이를 ‘산신’으로 부르기도 했던 이유를 이 책을 보고 가늠하게 되었다. 한반도에 서식했던 호랑이는 호랑이 아종 중 체격이 가장 큰 아무르호랑이와 혈연적으로 같다고 한다. 이 호랑이는 한 해 44마리 정도의 중대형 발굽 동물을 사냥해 먹는다고 하는데, 고양잇과에 속한 동물들이 그러하듯 냄새도 소리도 없이 눈앞에 그 거대한 몸체를 드러낸다면 정말 무서워했을 것이다. 최상의 포식자 위치에 있는 호랑이가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지킴이 역할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고양이에 관해서는, 항해 시대를 성공으로 이끈 ‘축’의 하나로 보는 관점도 흥미로웠다. 쥐의 천적인 고양이가 먼 대륙을 향하여 항해하는 함선에 태워져 긴 시간을 이동하는 중에 배 속에 있는 쥐를 사냥함으로써 식량과 배를 지켜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케냐에서 인간 남자만을 사냥하여(140여 명 정도) ‘고스트와 다크니스’로 불렸던 수사자 이야기는 인간이 망쳐버린 자연에 대한 사자들의 경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동물로 시작하고 동물을 이야기하며 동물로 끝을 맺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적 기준에서 숙고해볼 만한 사상과 가치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끌어낸다. 한마디로 동물학자의 눈에 비치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 정치, 경제를 동물 생태와 엮어 참신하게 담아 놓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