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연필과 함께 했던 민호의 특별한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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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연필 ㅣ 일공일삼 71
신수현 지음, 김성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제목글이기도 한 '빨강 연필'은 마법의 연필로 등장한다. 글을 잘 쓰게 하는 마법 연필 말이다. 초등아이들에게 이 연필이 주어진다면 아마도 많은 아이들이 이 연필로 일기를 쓰고 싶어할듯하다. 왜냐면 숙제로 써야만 하는 일기는 더이상 나만의 일기가 아니라 보여지기 위한 일기인 만큼~~ 쓸거리가 마냥 있는것도 아닌지라 쓸 때마다 곤혹스러울것 같기 때문이다.
학교다닐때 나도 그렇게 일기 쓰기를 싫어했던터라 울아이에게는 일기 쓰기를 강요하지 않는다.ㅎㅎ. 한편으로는 이렇게 일기 한 장 제대로 안쓰다가 글쓰기 실력이 제 또래보다 현저히 떨어질까봐(뭐~ 꼭 일기를 꼬박꼬박 잘 써야만 글을 잘 쓴다는 건 아니지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아직은 어리단 생각에 좀 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추스릴(?)수 있을 때 쓰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각설하고, 책 속 주인공 민호는 일기장이 두 개다. 하나는 숙제로 선생님의 도장을 받아야 하는 보여주는 일기장이고, 하나는 비밀 일기장이다(음, 많은 아이들이, 특히 고학년이라면 더더군다나 그러지 않을까 싶다는...). 늘상 선생님께 일기를 제출하고 받게되는 도장은 아주 잘썼을때 받는 빨간 도장이 아니라 파란 도장이지만 스스로 글을 잘 못쓴다 생각하는 민호인지라 빨간 도장 받고자 욕심 내지도 않는다. 그런 민호에게 어느 날 빨강 연필이 주어진다. 음... 찾아왔다고 해야할까?(마지막에 쓰여진 효주이야기까지를 읽고나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빨강 연필 한 자루를 손에 쥐게 되었을 뿐인데. 민호의 학교 생활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저 빨강 연필로 일기를 쓰고 작문 숙제를 했을 뿐인데 말이다. 일기에는 잘했다는 빨간 도장이 찍히고 작문 숙제들은 뽑혀서 게시판에 전시가 되자, 반아이들에게 민호는 점점 인기 많은 아이가 되고, 선생님에게도 주목받는 아이가 된다. 더더구나 자신이 쓴 글이 뽑혀서 상까지 받게 되자, 한 때 작가가 꿈이었다는 엄마는 그야말로 뿌듯해하고 행복해 하는지라 민호는 자신에게 찾아온 이 행운이 기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빨강 연필은 거짓말로도 글을 써내려가고 민호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움직인다는 거다. 거짓 글은 거짓말을 불러오게 되고 한 번의 거짓말은 계속 이어지는 다른 거짓말들을 낳게 되면서, 민호는 더이상 행복하지 않다.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조마조마하기만 하고, 무엇보다도 진정성이 결여된 글이라는 점에서 민호는 자신이 쓴 글들이 모두 불편하기만 하다.

친구들과 엄마... 모두가 바라고 선생님도 권유한 백일장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민호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자신의 글이 아닌 빨강 연필의 글을 계속 써내려 갈 것인가~, 아니면 빨강 연필을 버리고 자신만의 글을 써야 할 것인가를 말이다.
어른이라고 해도 이 유혹적인 조건에서 망설이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하물며 주인공 민호는 초등학생이 아닌가! 더군다나 글을 잘 쓰게 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인기를 얻은 민호에게 모든 걸 지난 날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무척 괴로울 수 밖에 없는 일.......
아빠와 별거 중인 엄마에게도, 빨강 연필로 쓴 글을 민호 글이라고 생각하는 선생님과도, 자신의 말이라면 꼭 믿어주는 친구들에게도... 민호는 자신이 처한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하는지 고민조차 털어내지 못한다.
이제, 민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어리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강단있게 유혹을 뿌리치는 민호가 대단하다 싶은데,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생각들을 통해 아파하고 깊이 숙고하고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기도 하는 민호~~~~, 그렇게 어느 날 몸과 마음이 쑤욱 자라버린 민호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 민호를 통해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올바른 소통을 위해선 무엇보다 진정성이 필요함을 우리아이들이 깨닫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