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 고민하는 어른을 위한 한밤의 인생론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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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에 호주로 가서 힘들게 공부하고 일 하고 온 친구와 오랜만에 보기 전에 카톡으로 대화하면서 우리 어째서 아직도 이렇게 방황하고 힘든 걸까 한탄을 했었더랬다.

그러나 지금 우리 나이에 이러는 건 당연한거고 어쩌면 광끼어릴 정도의 고뇌를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 아닐까?

우린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되면서 꾸준히 성장해왔으니 말이다.

어른이 되면 이런 고민들이 끝날 거라 생각은 안 했지만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를 통해 오히려 골이 깊은 사연들을 보게 됐다.

 

대부분 인생을 살아봤다 자부할 만한 나이대의 고민들이 모여있다.

그래서 인지 방향을 잃은 젊은이들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보다 인생에 대한 권태감에서 오는 답답함이 느껴져 묵직하다.

정말 몰라서 답을 찾고자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어딘가 하소연 할 곳이라도 찾는 듯한 사례들에 나도 모르게 시간을 앞서 살아버린 듯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제목부터 철학이 답 한다고 하는 만큼 뭔가 해답을 제시하기 보단 새로운 고민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면도 없지 않다.

인생의 딜레마를 철학적 사고로 풀어보려는 의도가 재미있고 공부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냥 가볍게 읽히지만은 않는다는 점에서 단순히 고민에 대한 답을 빨리 구하고자 하긴 힘들다.

개인적으론 사색할 수 있게 하는 여지를 남긴다는 부분이 맘에 들지만 인스턴트식 세계관이 강한 사람이라면 안 맞을 수도 있다.

 

사람은 언제나 불행하지도 않지만 항상 행복하고 깨달은 순간을 유지하며 살기 힘들다.

 한 단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면 다음 단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슬럼프를 맞이하게 된다.

보통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 들이 그 당시에는 그렇게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

하지만 어른들이 보는 청년들의 도전에 대한 좌절에 대해 아름답게 느끼는 것을 지금의 나는 아직도 반도 이해 못 하겠지.

그럼에도 나 스스로 지금의 도전과 인생이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자기애가 강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온실 속 화초로 자랐음에도 정서적인 평지풍파를 많이 겪었기 때문일까?

원체 생각이 많은 스타일이기에 고민을 사서하는 성격인 탓에 사춘기 때 심각한 자기연민에 빠지고 별의별 철학적 사고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 사회적 통념이 뭔지도 제대로 개념이 잡히지도 않은 어린 머리로 무슨 건방진 생각들을 그렇게 많이 했는지 좀 괘씸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었는데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를 읽어보니 그런 고민 많은 성격이 꼭 나쁘지 만도 않은 것 같다.

항상 나는 나에게 질문을 해댔다.

상황과 관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질문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스로를 알려고 노력하는 건 괴롭지만 무의미하진 않다는 걸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해봐~해봐~실수해도 좋아.

 너는 아직 어~른이 아........"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흘려 들은 이 노랫말이 지금 와서는 참 서운하게 느껴진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이렇게 실수하고 고민하고 방황하는데 이젠 어른이니까 그러면 안 된다고 말 하는 것만 같아서 말이다.

동시에 다른 어른이 된 사람들은 모두 의연하게 대처하며 살아가는데 어째서 나만 이렇게 미숙한 채 성숙하지 못하는 것인지 불안하기만 했다.

하지만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에서는 나 보다도 훨씬 많은 세월을 경험한 사람들의 고민들을 전해 들으니 맘이 놓여 스스로를 토닥여 줬다.

"괜찮아. 너만 고민하고 방황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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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이 스펙이다 - 보이지 않는 강력한 이력서, 평판의 힘
아이하라 다카오 지음, 박재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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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에서의 승진이나 보상(급여)에 관련하여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기에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지만 상대적으로 공과 덕을 구분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사고가 희박한 지금 목표에 대한 의식을 밝혀주는 서적이다

 

보통 인사과에서 해당 인력에 대한 파악은 자격증이나 실적을 중심으로 하기에 후배를 이끌고 업무에 대한 확실한 책임의식이 우선시 되는 사람이 관리자로서 으뜸이겠지만 뜬금없게 당장 희소가치를 지니는 자격증을 소지하는 순간 때를 잘 만나 승진하는 사람이 있다.

단기적으로 그 사람은 승진이라는 큰 혜택을 얻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쎄?

애초에 주변을 돌볼 줄 아는 넓은 시야와 배려가 없는 사람은 관리자로서 오래가기 힘들다.

신망이 없이 계속 버티기도 어렵고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자리이면서 오히려 동기를 박탈하는 역할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부서에서는 지속적으로 건강한 실적을 내기 힘들고 회사에 염증이 될 우려가 크다.

 

중소기업이 아니고서야 일일이 인사기록부를 통해 파악할 수 없는 일이니 대기업으로 갈 수록 인재를 찾아 역량을 강화시키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대부분 일률적으로 인력을 관리하고 규정을 두어 순차적인 승진을 시키지만 가끔 핀트가 안 맞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맞지 않는 옷을 입히지 않기 위해 사내에 따로 헤드헌터를 두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 있는 닛산자동차의 경영사례를 보고는 눈밝은 회사의 탁월한 실행력을 엿볼 수 있다.

사실 사원은 누구나 회사를 위해 채용하는 것이지 특정 임원이나 부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하루하루를 바쁘고 치열하게 해당업무를 해내는 우리는 당장 내 상사, 우리 부서만이 세상의 전부인양 일을 처리하는데 너무 익숙해 졌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무조건 이미지관리에 신경 쓰고 신망을 쌓기 위해 덕을 베풀기만 하는데 의의를 두진 않는다.

무엇보다 경영자를 목표로 두어야 하기에 친절을 바탕으로 경외심을 유발해야 하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조직을 화합시킬 수 있는 능력 역시 필요하다.

평판이라는 항목이 자기계발서에 부수적으로 쓰이는 경우는 많지만 역량강화보다 앞서 전면전으로 나온 경우는 거의 없다.

<평판이 스펙이다>를 통해 우리가 쌓는 스펙이 과연 어떤 의미를 위함인지 생각 해 볼 수 있다.

능력에 대한 노력만큼 주변에 대한 자신의 언행에 얼마나 신경 썼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할 지 찬찬히 살펴볼 일이다

 

평판이 신경 쓰이는 곳이 비단 회사뿐이겠는가.

사회에서뿐 아니라 사적인 인맥을 통해서도 평판에 대한 자기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을 터.

독불장군이 아니고서야 인적 네트워크를 무시할 수 없기에 사람들과 어울림에 있어 어느 정도 본인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개중에 그 의미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 하기도 한다.

미처 몰라서 모르는 사람, 혹은 알면서도 망각하게 되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한번쯤 타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점검해 보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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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시대 - 시대를 초월하는 욕망의 코드, 럭셔리 브랜드의 탄생
왕얼쑹 지음, 이예원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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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명품이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만연해있다

명품몸매, 명품얼굴, 명품인격 등등 어느 순간부터 명품은 고 품격과 희소가치를 지니기 보다는 그저 으뜸을 대신하는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한때는 명품이 진정 가치를 지니고 사람들도 허영심에 허덕이지 않았었는데 경제 부흥으로 누구나 상승에 대한 가능성을 맛 보고는 그에 가까운 사치를 누리는 것을 갈망하게 되었다.

그나마 생계가 목적인 시대에서 벗어나면 문화에 치중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 전망했지만 사치에 대한 풍조는 오히려 심해진 듯 하다.

 

사실 명품이 가지는 가치와 장인정신에 주목한다면 존경할 점도 상당한데 너무 과한 거품에 사회적 부작용이 심한 탓에 명품이라 하면 동경과 부정적인 상반되는 의미의 아이콘이 되어버렸다.

왕얼쑹은 경제와 사회에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를 명품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잡지의 칼럼을 읽는 듯 편안하게 저술하고 있다.

제목부터 단촐하면서도 현 시대의 각광받는 단어를 선택하여 이목을 끈다.

명품의 탄생 과정, 명품과 관련한 버블경제와 사람들의 심리 상태, 명품에 대한 자세 등은 항목 별로 잘 꾸려져 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지만 정말 잡지처럼 목차를 보고 관심 가는 장부터 선택 해 읽어도 무방하다.

 

읽기 편하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공부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경제입문서 정도의 역할이 될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가지 스토리를 소개하는 앞 장에 강조하는 의미로 무채색 계열을 바탕으로 썼는데 텍스트의 선명도를 떨어뜨려 흔들리는 차나 흐릿한 곳에서 읽기 불편하다는 게 흠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간장, 초콜릿, , 가방 등 우리 생활과 관련하여 내용을 자아가고 있기 때문에 집필의도가 일반인들에게 경제의 숨은 부분이나 미처 생각지 못하는 기업의 구조 등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라면 탁월한 편이다.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의 실용성만을 보고 고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단계를 벗어났다고 봐도 무방한 지금의 상황에선 그 물건의 상징과 가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종종 TV CF에서도 그 사람이 타는 차, 그 사람이 입는 옷 등으로 품위 유지를 위한 외적인 사람들의 관심을 잘 반영하는 사례들이 보인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그 아이템들이 그 사람을 명품으로 보이게 하는 것인가?

혹 그 사람의 태도가 그의 아이템들을 명품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닌가?

 

명품이란 단어에 너무 사치스럽단 생각으로 부정적으로 생각 해 볼 일도 아니고 맹목적이어서도 안 될 일이다.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결여 된 장인정신과 소비자에 대한 존경의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고 소비자로서는 기업의 방향은 결국 소비자의 태도가 결정짓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사실 대놓고 난 명품 따위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 하고 싶지만 이미 명품 가방이나 악세서리 등을 갖고 충분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나 조차도 어찌할 수 없음에 딜레마에 빠진다.

하지만 그를 후회하지 않는 것은 확실히 완성도를 느끼기 때문이다.

과한 가격거품은 문제가 있지만 그만한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면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고 획일적이면 편하고 효율성은 높겠지만 깊은 정신이 깃들 수 없다.

무조건 사치풍조에만 집중하여 명품을 매도할 것이 아니라 그만한 가치창출을 위한 노력과 과한 거품에 대한 경계의 자세를 익힌다면 소비자의 주도 하에 건전한 방향으로 꾸준한 문화이익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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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보이는 25가지 트렌드 - 10년 후 세상을 읽는 기술
크리스토퍼 바넷 지음, 손진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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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보이는 25가지 트렌드>는 우리에게 필요한 원초적인 자원부터 생활적 요건을 들어 과거에 걸친 현재의 소비상황과 고갈되는 '피크'시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시작하고 있다.

이미 초반에 천연자원이 많이 고갈되고 있어 미래에는 결핍의 시대를 살아야 하겠지만 그에 맞서 신기술에 대한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견해를 인지하고서도 불안함을 금할 수 없다.

천연자원에 대한 고갈을 예상하며 대체 가능한 과학기술을 끊임없이 계발하고 있지만 새로운 기술에 따르는 새로운 자원에 대한 유한성 또한 염려스럽다.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을 새로운 도약으로 생각하고 싶은 건 너무 대책 없는 낙관주의일지도 모르겠다.

본래 나는 뭐든 좋게 생각한다기 보다는 지금까지도 인류는 최악의 상황을 견뎌내며 그 고비를 넘길 때 마다 더욱 성숙한 문화를 발전시켜왔기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딱히 없었다.

초등학생 때 필독도서로 지구와 환경에 관련한 도서를 접할 때면 늘 불안함에 잠을 못 이룰 정도이고 사명감에 불타 환경지킴이로 앞장 섰지만 그때뿐 당장의 안락함 속에 곧 잊곤 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딱히 자원에 대한 부족을 느끼지 못 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환경을 고려하여 생활하기는 해도 절박함이 없어 미래에 대한 전망이 그리 절망적 이진 않다.

오히려 상상이상으로 신기술에 대한 속도감이 확연히 느껴져 긍정적인 전망을 품고 있었을 정도.

 

다행인 것은 크리스토퍼 바넷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저 상황을 옮겨 서로 연관관계를 맺어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다각적으로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며 예견하고 있어 편파적인 시선이 고착화 될 우려를 벗을 수 있는 미래 전망 보고서다.

지금까지의 편리를 누리는데 아무 죄의식이 없었다면 미래의 인류에 대한 의무감으로라도 생활방식을 바꿀 필요도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확실히 과도기로서 미래를 위한 준비와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다.

어떤 방식을 택하는지도 중요한데 신기술을 도입하는 것 보다 현존하는 자원에 대한 무분별한 낭비벽은 이제 정말 끊어야 한다

또한 생활적 편차가 심한 국가간의 이해와 배려 속에서 도덕성이 빛 바래지 않고 경제보다 중요한 무엇에 대한 인식이 우선시 될 수 있는 문화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국가와 기업이 숙지해야 할 현재와 전망에 대한 작가의 소견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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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처 스토리콜렉터 1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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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배경으로 다루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깊은 상처>는 역시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소리가 나오게 한다.

독일인들이라면 무뚝뚝할 것 같은 이미지이지만 넬레 노이하우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게 유머도 적당히 있고 사려 깊은 편인데 반대로 알려져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늘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인 듯한 타우누스시리즈였는데 이번엔 홀로코스트를 조명하다니 독자의 입장에서도 엄숙하게 된다.

엄연히 침략과 분단의 역사적 아픔이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독일을 볼 때면 그저 남 얘기라고 치부하게 되는 게 아니라 때로는 반대적인 입장에서 때로는 같은 심정이 되어 가슴 아파하게 된다.

항상 역사적 배경을 베개 삼는 팩션들은 독자들 입장에서 가슴이 묵직하여 괴로울 정도로 고통을 주는 경우가 있어 대중적인 호응을 받지는 못해 각광받지 못하는 편인 것이 안타깝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과거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지 않기에 흥미유발에 초점을 맞춰 보려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사회적 배경에 대한 인지를 책임지우지 않고 그저 스토리에 흘려 넣어 자연스레 역사와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어차피 이미 알고 있는 수사진들이지만 그래도 처음 읽을 독자들을 위해 새롭게 묘사되는 캐릭터들을 보니 오랜만에 만났다고 인사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이젠 참 친근한 이름이 돼버렸다.

이들이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는 단지 수사에 대한 행동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시리즈물들을 통해 점점 더해져 가는 개개인의 에피소드들이 볼 만 하다.

스토리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개인별 에피소드들 또한 날로 자라는 기분에 함께 크는 느낌?

어째 번역작가의 필력도 의역이 점점 감칠맛 나는 것이 그 성숙함을 배로 느끼게 한다.

독일어 판을 읽은 것은 아니라 대조해 본 것은 아니지만 독일에 있을 리 없는 우리나라 은어나 전래동화 캐릭터를 적절히 배치한 걸 보면 확실히 기계적으로 번역하기 보다 한 권을 온전히 소화한 후 써 내려갔다는 정성이 보인다.

 

추리소설이라는 것이 원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잔인한 장면을 피할 수 없는데 이번 <싶은 상처>는 그 배경 자체가 살벌하여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생각까지 해 보게 된다.

생명존중에 대한 사상이 전혀 없는 것은 둘째치고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상황을 볼 때면 나는 얼마나 떳떳할 수 있는 태도로 살아왔는지 반성하게 된다.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지만 역시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봤을 때 입장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그 과오를 타산지석 삼을 줄 아는 지혜를 갖는 게 더 중요하겠다.

앞으로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걸어 온 발자국을 지저분하다 하지 말고 그 족적에 대한 고찰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근현대사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나라마다 상이하다.

어째서인지 침략국가끼리, 약탈국가끼리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기 보다는 오히려 관계자들을 단죄하거나 사건자체를 부정하려는 식으로 나뉜다.

서방국가는 주로 과거의 사실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반성을 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묻거나 왜곡하려는 경향이 있다.(물론 정치적으로 둘 다 은폐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성향으로 봤을 때)

현지에선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상당히 궁금하다

나치즘은 현재의 시각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폭력과 극악무도한 잔인성을 보여주며 많은 상처를 남겼지만 그 후손들은 '그래서 어쩌라구','지나간 과거'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반성을 보여줬다.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기는 커녕 자국의 힘에 대한 우월함만 인지하며 자긍심을 가지는 어이없는 나라도 있는데 반해 독일인들은 얼마나 상식적인 사고를 하는가 말이다.

홀로코스트에 관련해 이미 많은 매체들이 나올 만큼 나왔다고 생각하는 지금에도 끊임없는 연구와 새로운 시각이 제시되고 있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라면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 힘들지만 이미 학창시절에 인지하고 넘어갔더라도 <깊은 상처>와 같은 소설에 베이스가 되는 배경으로 인해 다시 환기하고 다양한 입장을 수렴하게 된다. 소설만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주는 것은 진정 드물기에 작가들에게 고맙다.

 

"해당서평은 북로드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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