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은퇴해도 될까요? - 순조로운 은퇴 생활을 위한 지침
데이브 휴즈 지음, 이길태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읽는데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간결한 문장에 핵심만 짚어 말하는게 일본 저자가 쓴 자기계발서같다. 엄청 쉽게 읽힌다. 대상은 아마 "백인 중산층 사무직 은퇴자"가 아닐까. 오늘 리어카 끌고 가는 할아버지를 두 명 봤는데 저자는 은퇴 후를 "생계에 관계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기"로 보는 것 같다.  비현실적이라고 무조건 내칠 필요는 없다. 추상적이긴 해도 들어두면 좋은 이야기들이 있다. 티비 시청이나 컴퓨터 등 수동적인 활동을 자제하라고 저자는 거듭 강조하는데  능동성이 은퇴 후에 필요하다고 한다. 일로 형성된 유대감은 생명력이 그리 긴게 아니고, 일단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사회화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그게 불가능하니 결국 자신의 적극성이 필요하게 된다. 혼자라도 좋으니 집에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 는 게 저자의 충고다. 은퇴전에는 자신의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에게 부과된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시기로 은퇴 후에는 자신의 삶의 열정과 의미를 다시 찾는 시기로 대별시킨다. 어째 조지 클루니가 출연한 "인 디 에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해고 통보를 고용주 대신 해주는 주인공처럼 독자를 안심시키고 설득시키는 책이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임계장 이야기 -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 우리시대의 논리 27
조정진 지음 / 후마니타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처음부터 대략 짐작하고 있었다. 바깥이 얼마나 잔혹하고 비열한지. 생계라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무기력하게 소진되는 직장인은 "MBC 베스트극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나름 준비했다. 군대에서처럼 두 손과 두 발을 꽁꽁 묶힌채 살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역시 어리숙했다. 밖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마치 지갑을 탈탈 털어가면서 헤어지는 순간에 "잠깐, 근데 네가 신고 있는 신발도 주면 안 될까?"하고 말하는 격이랄까. 상사가 야근을 마치고 새벽에 귀가하는 나를 보며 "어쩔 수 없지?"라고 말하며 빙글거리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 말과 표정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네가 이렇게 착취당해도 별수 있냐는 비아냥부터 네 생사여탈은 나한테 달려있다는 우월감 정도. 딱히 그 상사가 엄청난 사이코였던 건 아니다. 그 정도는 너무 익숙해서 본인은 자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노동환경을 보면 그 상사가 옳았다. 세상 물정에 밝은 것은 그 상사였다. 이 책을 내내 지배하는 것은 그 "어쩔 수 없음"이다. 생계라는 약점하나를 잡고 그 약점하나만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직장은 유치한 군대다. 하급자를 움직이는 것은 "자르겠다"나 "죽어"라는 협박뿐인 줄 안다. 하급자를 인격적으로 대한다는 것은 어디 안드로메다 얘기다. 그런 협박을 받아야만 움직이는 관계라면 그건 너무 유치한 관계 아닌가. 이 책에 묘사된 노동환경이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역학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에게는 이런 상황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 뿐이다. 아니, 이것 역시 코스프레일 수 있다. 나 역시 누군가를 똑같은 방식으로 대했으리라. 이게 룰이니까 어쩔 수 없지 하고 속으로 읆조리면서 말이다. 읽고 나면 기분이 심히 우울해진다.  과거의 기억부터 현재의 내 모습까지, 내가 얼마나 부자유스럽게 살고 있는지를 새삼 자각시키기 때문이다. 우리 그냥 이런거 다 그만두고 살 수는 없어요? 서로 힘들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 자신도 바깥도 쉽사리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너무 늦게 깨달았다. 대학시절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네 자신을 어떻게 지킬지, 네 자유를 어떻게 지킬지부터 고민하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믹서 The Mixer - 프리미어리그 역사와 전술의 모든 것
마이클 콕스 지음, 이성모 외 옮김, 한준희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저자가 틈틈이 설명하는 명승부 장면이나 전술을 직접 볼 수 있다면 훨씬 현장감이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몇번의 위기가 있는데 결국엔 남의 나라 축구얘기를 내가 왜 알아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책을 끝내 놓지 못하는 이유는 일단 저자의 글이 날렵하고 나름의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여자들이 제일 싫어한 이야기가 축구이야기라고 축구에는 머리 빈 근육남들의 몸싸움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적어도 프리미어리그 출범전 잉글랜드 1부리그에는 이런 경향이 있었다. 당시에는 전술이나 전력분석같은 개념이 아예 없었고, 대부분 롱볼 패스를 위주로 한 "뻥축구"를 구사했는데 이는 우승팀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백패스 금지 룰, 프리미어리그 출범과 더불어 외국인 선수와 감독들이 유입되면서 프리미어리그는 전세계 리그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알렉스 퍼거슨의 맨유가 치고 나간 것은 이러한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했기 때문이다.  2002년의 히딩크처럼 포지션을 떠나 모든 선수들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했고, 특정 전술이 유행하면 거기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도태되야 했다. 포메이션 변화를 그냥 숫자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책에는 포메이션 변화하나로 강팀이 되는 첼시가 나온다. 저자는 주요선수들과 감독, 전술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프리미어리그 흐름을 일별하는데, 심심풀이 땅콩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읽고나면 축구가 "직관"이 필요한 섬세한 경기라는 느낌이 든다. 야구는 아무래도 타자와 투수의 승부로 압축되다 보니 중계하기가 더 용이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처럼 전반적인 전술을 감상하려면 공만 쫓아다니는 카메라로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프리미어리그가 세계적 리그으로 성장한 이유는 결국 뱅거나 칸토나 같은 외국인들의 유입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 제목이 "믹서"다.) 손흥민 태극기 논란처럼 주요팀 감독들과 선수들이 전부 외국인인 상황에서 연고팀 팬들은 어떤 감정이 들까? 저자는  "이제 프리미어리그는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잉글랜드일 뿐이다."라고 단언하고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해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제 "잉글랜드적인 축구"는 2부리그에서나 볼 수 있다는 거다.  저자는 당연하게 프리미어리그를 강력한 영국의 홍보도구로 보고 브렉시트 경향에 우려를 나타낸다.  결국 강자는 자신의 전통을 지키는 "순혈"이 아니라 타자를 받아들이고 자기화하는 "잡종"이라는 저자의 관점이 새롭다. 이 책의 단점은 생명력이 짧다는 것. EPL 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쌓여갈 테니까 말이다. (클롭이 경질 1순위가 될 줄이야)


PS. 축구완전초짜가 이 책을 막힘없이 읽기에는 약간 버겁다. 기본적인 포지션이나 포메이션에 대한 지식은 검색해가며 읽어야 한다. 피파 온라인 하면 쉽게 읽을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 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 특강
조지프 캠벨 지음, 권영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신이 죽었다고 말하면서도 왜 스타워즈를 현대의 신화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결국 현실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원하기 때문 아닐까. 조셉 캠벨의 강연록 모음집이다. 대가는 쉬운 말로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라고 동양과 서양을 비교하며 전체 문명사를 아우르는 캠벨의 엑기스가 들어 있다. 보통 이런 경우 문장하나하나에 엄청난 백그라운드가 깔려 있다. 비루한 현실에 지칠 때 읽으면 한숨돌리는 시간이 될 듯. 눈에 보이는 것 말고도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면 아마 삶이 훨씬 더 재밌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하다! 원조 괴짜가족 6
하마오카 켄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하마오카 켄지가 나이가 들더니 맘이 푸근해지나보다. 슈퍼 래디컬 개그 패밀리 중 ˝래디컬˝이 갈수록 약해지는 느낌.. 뭐 그것도 나쁘지 않다. 외로울 때 보면 좋다. 시끌벅적한 꼬맹이들이 성인유머 개그코드를 구사하는 만화. 아카네와 노리코가 갈수록 성숙해 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