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믹서 The Mixer - 프리미어리그 역사와 전술의 모든 것
마이클 콕스 지음, 이성모 외 옮김, 한준희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저자가 틈틈이 설명하는 명승부 장면이나 전술을 직접 볼 수 있다면 훨씬 현장감이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몇번의 위기가 있는데 결국엔 남의 나라 축구얘기를 내가 왜 알아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꺼운 책을 끝내 놓지 못하는 이유는 일단 저자의 글이 날렵하고 나름의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여자들이 제일 싫어한 이야기가 축구이야기라고 축구에는 머리 빈 근육남들의 몸싸움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적어도 프리미어리그 출범전 잉글랜드 1부리그에는 이런 경향이 있었다. 당시에는 전술이나 전력분석같은 개념이 아예 없었고, 대부분 롱볼 패스를 위주로 한 "뻥축구"를 구사했는데 이는 우승팀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백패스 금지 룰, 프리미어리그 출범과 더불어 외국인 선수와 감독들이 유입되면서 프리미어리그는 전세계 리그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알렉스 퍼거슨의 맨유가 치고 나간 것은 이러한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했기 때문이다.  2002년의 히딩크처럼 포지션을 떠나 모든 선수들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했고, 특정 전술이 유행하면 거기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도태되야 했다. 포메이션 변화를 그냥 숫자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책에는 포메이션 변화하나로 강팀이 되는 첼시가 나온다. 저자는 주요선수들과 감독, 전술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프리미어리그 흐름을 일별하는데, 심심풀이 땅콩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읽고나면 축구가 "직관"이 필요한 섬세한 경기라는 느낌이 든다. 야구는 아무래도 타자와 투수의 승부로 압축되다 보니 중계하기가 더 용이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처럼 전반적인 전술을 감상하려면 공만 쫓아다니는 카메라로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프리미어리그가 세계적 리그으로 성장한 이유는 결국 뱅거나 칸토나 같은 외국인들의 유입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 제목이 "믹서"다.) 손흥민 태극기 논란처럼 주요팀 감독들과 선수들이 전부 외국인인 상황에서 연고팀 팬들은 어떤 감정이 들까? 저자는  "이제 프리미어리그는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잉글랜드일 뿐이다."라고 단언하고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해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제 "잉글랜드적인 축구"는 2부리그에서나 볼 수 있다는 거다.  저자는 당연하게 프리미어리그를 강력한 영국의 홍보도구로 보고 브렉시트 경향에 우려를 나타낸다.  결국 강자는 자신의 전통을 지키는 "순혈"이 아니라 타자를 받아들이고 자기화하는 "잡종"이라는 저자의 관점이 새롭다. 이 책의 단점은 생명력이 짧다는 것. EPL 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쌓여갈 테니까 말이다. (클롭이 경질 1순위가 될 줄이야)


PS. 축구완전초짜가 이 책을 막힘없이 읽기에는 약간 버겁다. 기본적인 포지션이나 포메이션에 대한 지식은 검색해가며 읽어야 한다. 피파 온라인 하면 쉽게 읽을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